"'보고자: 이동관' 문건 모른다는 이동관, 장관급 자격 있나"

방통위원장 후보 이동관, 방송통신 경력 無
학폭, 언론개입 의혹 "전화했지만 압력 아냐"
'보고자:이동관' 문건도 모르쇠, 실무자 책임?
차익 20억 아파트, 위장전입·지분쪼개기 의혹
연소득 7천만원 올릴 때도 건강보험료 '0원'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조석영 PD, 신혜림 PD

◇ 채선아> 좀 더 밀도 있게 알아볼 이슈 짚어보는 뉴스 탐구생활 시간입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얘길 준비하셨네요.

◆ 조석영> 네. 일단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명박 정부 때 만들어진 대통령 직속 기관이에요. 5명의 위원 중에 위원장 포함 2명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3명은 국회 추천으로 임명하는데요. 대통령직속 기관인 데다가 5명 중의 2명을 대통령이 지명하니까 여러모로 대통령의 입김이 클 수밖에 없는 조직입니다.

◇ 채선아> 방통위에서는 무슨 일을 하는 건가요?

◆ 조석영> 방송통신 정책 관련 많은 일을 하는데 딱 2개만 말씀드릴게요. 하나는 방송사 재허가, 재승인 업무입니다. 유튜브 채널은 아무나 만들 수 있지만 CBS를 비롯한 KBS, MBC, SBS와 같은 지상파 방송국, 지역 방송국, 또 종편 등등 방송사업을 하려면 전부 방통위에서 승인이나 허가가 필요합니다. 이게 안 되면 방송사 문 닫는 거죠.

그런데 재허가나 재승인 심사는 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기준에 따라 점수를 내기 때문에 단순히 방통위원들이 좋다거나 싫다는 이유로 결과가 바뀌는 건 아니에요. 반면에 방통위가 직접적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KBS 이사나 MBC를 관리하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를 바꿀 수 있다는 건데요. 이사가 바뀌면 사장을 바꿀 수 있고, 사장이 바뀌면 그 아래 직원들까지, 전체 인사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겁니다.

◇ 채선아> 언론사의 인사를 대통령 직속기구에서 쥐락펴락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 같은데요?

◆ 조석영>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그러면 안 됩니다. 언론은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니까요. 그래서 이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 나왔는데, 문재인 정부 때도 안 바꿨어요. 아마 정권을 잡으면 자기들이 좀 더 방송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으니까 그러지 않겠냐고 추정할 수 있겠습니다.

◇ 채선아> 아무튼 이 중요한 방통위의 수장으로 지명된 게 이동관 후보자인 거잖아요. 어떤 사람인가요?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18일 오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선서문 제출 후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황진환 기자

 
◆ 조석영> 동아일보 기자 출신이고 논설위원까지 했습니다. 2007년에 17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후보 공보실장, 이명박 정부에서는 대통령직 인수위 대변인, 청와대 대변인, 홍보수석 비서관, 언론특별보좌관을 지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 담당이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 뒤 2012년과 2016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으로 출마하려다가 경선에서 떨어졌고요. 2021년 대선 때는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미디어 소통 특별위원장을 지냈습니다. 그리고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한 뒤로는 대통령실 대외협력 특별보좌관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 신혜림> 이 약력을 보면, 방송이나 통신 관련 경력은 없어요. 신문만 있네요.

◆ 조석영> 관련 경력이 없는데 방송통신 정책을 총괄하는 장관급의 방통위원장이 적합하냐는 의문이 생길 수 있죠. 이 외에도 지금 논란이 여러 개 있는데 분류를 해보면 크게 세 가지예요. 자녀 학폭 논란, 방송 장악 논란, 또 재산 관련 논란입니다. 이 논란들을 통해 이동관 후보자가 어떤 사람인지 '이동관의 특' 세 가지를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 채선아> 저는 자녀 학폭 논란부터 딱 떠오르거든요. 지난 3월부터 드라마 '더 글로리'가 흥행하면서 그와 동시에 이동관 후보자 자녀의 학폭 논란이 불거졌어요.

◆ 조석영> 이동관 후보자의 아들이 하나고에 재학할 때 학폭 가해를 저질렀고, 이게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다는 의혹입니다. 당시 피해 사실로 보도된 내용 말씀드리면 "공부에 방해가 된다면서 피해다니자 이 후보자 아들이 책상에 머리를 300번 부딪히게 했다. 이유 없이 팔과 가슴을 여러 차례 때렸다" 등등의 얘기가 있었죠.

◇ 채선아> 이 후보자 측은 과장된 내용이라고 해명했죠.

◆ 조석영> 그리고 피해자들과 화해했고 한 명과는 지금도 잘 지낸다고 했고요. 그런데 여러 언론을 통해서 당시 하나고에 근무했던 교사들의 인터뷰가 나왔습니다. 이동관 후보자 측은 이 학폭이 벌어졌던 1학년 때 화해가 끝났다고 주장했는데, 2학년 때 교사를 찾아온 아이들은 그렇게 화해했다고 볼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더 근본적인 문제는 화해도 화해인데, 학폭이 벌어졌을 때 열려야만 했던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리지 않았습니다. 그 뒤로 이 후보자 아들은 전학 갔고, 생활기록부에 어떤 학폭 기록도 남지 않았고, 수시 전형으로 명문대에 갔다고 하죠.

◆ 신혜림> 학폭위가 열리지 않았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죠.

◆ 조석영> 법적으로 열려야 하는데 왜 안 열렸냐는 건데요. 당시 이동관 후보자가 청와대 근무할 때였거든요. 자신의 지위를 활용해 학교 측을 압박한 거 아니냐는 의혹이 있습니다. 아들이 재학 중인 하나고의 이사장에게 이동관 후보자가 전화해서 "학기 말까지만 있다가 자녀 전학을 좀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는 거고요. 이사장은 "그러게, 내가 알아볼게"라고 했다는 게 이사장 쪽에서 인정한 내용입니다. 이에 대해 이동관 후보자 측은 "전화 통화한 사실은 있으나 상황 문의 차원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전화는 했지만, 압박은 아니다'라는 게 이동관 후보자의 첫 번째 '특'입니다.

◇ 채선아> 이게 이 후보자의 '특'이라고 할 정도면 다른 사례도 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

◆ 조석영> 2008년에 있었던 일입니다. 이동관 후보자의 배우자 관련 의혹을 국민일보가 취재 중이었는데 편집국 간부에게 이 후보자가 전화를 했다는 거에요. '관련 기사를 내지 말아달라 이번 건으로 넘어가 주면 은혜를 갚겠다'는 등의 말을 했다는 게 2008년에 이미 보도가 됐습니다. 그런데 올해 8월 17일 아침에 한겨레 김원철 사회부장이 쓴 칼럼을 보면, 당시에 국민일보에서 그 취재를 하던 게 자신이었다는 거에요. 그리고 취재기자 본인도 전화를 받았다고 합니다. 이동관 후보자가 '이 기사 나가면 진짜 곤란해진다'고 얘기했다는 거예요. 김원철 부장에 따르면 '이동관 후보자는 자신이 고위공직자를 하기에 부적합하다는 걸 이미 15년 전에 스스로 알고 있었다'는 거죠. '곤란해진다'는 표현을 직접 한 거니까요. 이게 언론 자유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데요. 이동관 후보자는 당시에 "편집국 간부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관계여서 자초지종을 설명하면서 봐달라고 부탁했던 거지 압력은 아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 채선아> 두 차례 모두 '전화는 했지만 압력은 아니었다'고 해명한 건데, 판단은 국민들이 하실 것 같네요. 이동관 후보자의 두 번째 '특'은 뭔가요?

◆ 조석영> 이동관 후보자의 두 번째 '특'은, 아랫사람들이 자기도 모르게 나쁜 일을 합니다.

◆ 신혜림> 이동관 후보자 본인도 모르게?

◆ 조석영> 그렇습니다. 방금 국민일보 사례처럼 이명박 정부 시절에 이동관 후보자가 언론 관련해서 감시하고 통제하려고 했던 거 아니냐는 의혹이 있습니다. 이건 사실 방통위원장 직무랑 직결된 사안이에요.

◆ 신혜림> 요 며칠 여러 언론에서 관련 보도가 쏟아져나오고 있어요.

◆ 조석영> 오늘 두 가지만 소개를 해드리려고 하는데요. 이동관 후보자가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에 국정원으로부터 방송이나 신문 등 언론사들에 관한 문건들을 보고받았다는 거예요. 경향신문이 'KBS 조직 개편 이후 인적 쇄신 추진 방안'이라는 문건을 공개했는데요. 추적 60분 같은 시사 프로그램 PD 등 직원 10명 정도가 좌편향 간부로 분류가 돼있고 이름과 성향이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 채선아> 성향이 아예 다 들어가 있어요?

◆ 조석영> 이게 국정원 직원 재판 과정에서 나온 문건인데요. 그 직원은 "좌편향이라는 규정 역시 청와대 홍보수석실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고 증언했다고 합니다.

◇ 채선아> 그럼 이동관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 국정원에 이런 문건 좀 만들어 달라고 지시했다는 건가요?

◆ 조석영> 해당 문건들의 좌상단 우상단에 홍보수석실 요청이라고 돼 있고 문건 하단부 배포서에도 홍보수석이 적시돼 있다고 하니까 그렇게 유추할 수 있는데요. 이동관 후보자는 부인하고 있습니다. "해당 문건에 대한 작성을 지시하거나 보고받거나 본 적이 없어서 아는 바가 없다"는 게 이동관 후보자 입장입니다.

또 이동관 후보자가 청와대 대변인 시절에 있었던 일인데요. 'VIP 전화 격려 대상 언론인'이라는 문건이 있습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기사를 쓴 언론인들에게 대통령이 전화해서 격려를 좀 해줘야 한다는 거겠죠. 격려대상자에 올라와있는 게 당시 박보균 중앙일보 편집인인데, 지금 문화체육관광부 박보균 장관입니다. 우호적인 기사를 쓴 매체 언론인에게 대통령이 전화해서 격려하시라는 내용도 이상한데, 옆에 보면 대변인실 이라고 써있어요. 그리고 보고자도 이동관 대변인으로 돼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동관 후보자는 "해당 문서의 존재 여부를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다"고 합니다.

◆ 신혜림> 계속 아는 바가 없다는 거네요?

◇ 채선아> 최대한 좋게 해석해보면, 청와대에 일이 너무 많으니까 문건 하나하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거 아닌가요?

◆ 조석영> 그럴 수도 있는데, 이게 공문서잖아요. 자기 이름을 남기는 건 그 책임도 가져간다는 거죠. 그리고 청와대 수석일 때는 홍보수석실, 대변인일 때는 대변인실의 제일 높은 사람, 즉 최고 관리자인 거잖아요. 그런데도 이동관 후보자가 몰랐다는 게 사실이라면 아랫사람들이 이 후보자 모르게 나쁜 일을 한다는 거예요. 방통위원장은 장관급인데, 이런 해명으로 괜찮은 건지 의문이 남을 수 있죠.

◆ 신혜림> 이런 의혹들이 나오는데도 대통령실이나 국민의힘에서는 '방통위원장에 적합한 인재'라는 거잖아요. 굉장히 유능한 건가요?

◆ 조석영> 어떤 점에선 그렇습니다. 이동관 후보자의 세 번째 특은 '창의적인 일 처리'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동관 후보자의 재산 관련 의혹이 여러 가지 있는데 창의성이 돋보이는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이동관 후보자가 2001년에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있던 아파트를 사서 2019년에 팔았어요. 그리고 내곡동에 있는 아파트로 이사했는데, 이 잠원동 아파트의 시세차익이 20억이었다고 합니다.

◇ 채선아> 투자를 잘했네요.

◆ 조석영> 그렇죠. 그런데 이 잠원동 아파트를 산 사람이 잔금을 제때 못 낸 거예요. 그래서 이 후보자의 배우자가 일단 전세 계약을 맺고 그 아파트에 전입신고를 합니다. 그리고 50일 뒤에 잔금이 정리된 후에 배우자가 내곡동 아파트로 다시 전입해요.

◆ 신혜림> 50일 동안 전입신고를 다른 데 했다면 위장전입이 될 수도 있나요?

◆ 조석영> 위장전입이 안 되려면 실거주하면 됩니다. 그래서 이동관 후보자 측에선 "배우자가 실제로 거주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어요. 그런데 오마이뉴스 취재에 따르면 배우자가 이 잠원동 아파트에 거주했다고 하는 그 기간 아파트의 개별 난방비가 0원이라고 합니다.

◇ 채선아> 0원? 가을이었나요?

◆ 조석영> 12월에서 1월이라 한겨울이에요. 50일 가까이 난방 안 돌리고 살았다는 건데 그때 서울 경기도 평균 기온이 1.4도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아파트와 관련해서 재개발 조합원 자격 취득을 위한 지분 쪼개기 의혹도 있는데 이것도 굉장히 창의적인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겁니다.

◇ 채선아> 위장전입이 사실이라면 불법 아닌가요?

◆ 조석영> 그렇죠. 잔금 때문에 원주인이 잠깐 전입하고 전세 주고 이런 것 자체는 매매 관행이라는 애기도 있는데 법적으로는 어떻게 되는지 따져볼 일인 것 같고요. 또 하나 창의적인 재테크가 있는데, 민주당 변재일 의원실이 밝힌 내용입니다. 이동관 후보자가 2020년 12월 29일부터 2021년 12월 1일 사이에 직장을 다니던 아들의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돼있어서 건강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았다고 해요.

◆ 신혜림> 피부양자가 되면 안 내도 되는 거죠?

◆ 조석영> 일반적으로는 안 내도 되죠. 그런데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에 뭐라고 돼있냐면 부부 중 1명이라도 종합소득 합계액이 연간 3,400만 원 또는 사업소득 합계액이 연간 500만 원을 넘어서면 부부 모두 피부양자가 될 수 없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 돈을 많이 벌면 피부양자 되지말고 보험료 내시라는 규정이 있는 거죠. 그런데 이 후보자가 소득 기준을 다 넘겼다는 거예요. 특히 2020년엔 종합소득이 7,067만원이었습니다.

◇ 채선아> 기준만 보면 보험료를 냈어야 하는데 왜 피부양자로 있었던 거예요?

◆ 조석영> 관련 규정에 따라서 자격 취득과 상실이 이루어졌다고 하는데 이게 공단이 잘못한 건지 정확하게 어디가 문제인지는 공방의 여지가 있습니다. 사실 건강보험료가 이동관 후보 정도 되는 재력가(신고재산 51억)에게 큰돈도 아니라서 피부양자 등록해서 이렇게 논란이 벌어질 상황을 만들기보단 알아서 내시는 게 어땠을까 싶긴 합니다.

◇ 채선아> 여기까지 이동관 후보자와 관련된 의혹들을 좀 쭉 살펴봤는데 홈**님이 '청문회에서 꼭 물어봐야 되는 질문은 뭘까요?'라고 질문 주셨네요.

◆ 조석영> 이명박 정부시절 청와대 대변인, 홍보수석 하면서 이동관 후보자의 이름이나 직함이 찍힌 문건이 나갔는데 몰랐다고 했잖아요. '그걸 모르는 관리자가 방송통신위원장 자리에 어울린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요?

◇ 채선아> 어떤 질문과 답변이 나올지, 청문회를 지켜봐야겠네요. 여기까지 조석영 PD, 신혜림 PD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조석영, 신혜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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