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 바꾼 운명…제2의 오지환 꿈꾸던 유격수, 투수 변신 3년 만에 소중한 첫 승

신원철 기자 2023. 8. 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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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오지환을 꿈꾸며 프로에 데뷔했던 내야수가 투수로 포지션을 바뀐 뒤 3시즌 48경기 만에 데뷔 첫 승을 거뒀다.

2015년 드래프트 3라운드에 지명될 때만 하더라도 백승현은 내야수였다.

올해는 데뷔 첫 세이브에 승리까지 올렸고, 20경기 평균자책점 1.40으로 순항하고 있지만 고충이 없지 않았다.

염경엽 감독은 연장 12회에만 홈런 3개가 터진, 자신과 코치까지 세리머니에 합세하는 광란의 도가니 속에서도 백승현의 첫 승이 나왔다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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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백승현은 투수 전향 3년 만에 첫 세이브에 이어 첫 승까지 거뒀다. ⓒ 연합뉴스
▲ LG 백승현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신원철 기자] 제2의 오지환을 꿈꾸며 프로에 데뷔했던 내야수가 투수로 포지션을 바뀐 뒤 3시즌 48경기 만에 데뷔 첫 승을 거뒀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더 값진 1승이다.

백승현은 1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 경기에서 연장 11회 등판해 1이닝 1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LG는 이어진 12회 공격에서 2사 후 홈런 3방을 몰아치며 8-4로 이겼다. 문보경이 솔로 홈런으로 4-4 균형을 깼고, 정주현이 쐐기를 박는 2점 홈런, 김민성이 연속 타자 홈런으로 분위기를 이었다. 백승현은 구원승을 올렸다. 데뷔 첫 승이다.

2015년 드래프트 3라운드에 지명될 때만 하더라도 백승현은 내야수였다. LG가 유격수 백승현의 성공 가능성을 크게 봤다는 것은 지명 순위 뿐만 아니라 1군 데뷔 상황에서도 모두 드러난다. 백승현은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수행한 뒤 2017년 처음 1군 무대에 올랐다. 소집해제 후 퓨처스리그 공식 경기보다 먼저 1군 경기에 나왔다.

▲ 백승현은 2017년 유격수로 1군에 데뷔했다. ⓒ 스포티비뉴스 DB
▲ 투수 백승현과 유격수 오지환. ⓒ 곽혜미 기자

LG는 오지환이 발목을 다쳐 유격수가 필요해지자 다른 내야수가 아니라 퓨처스 팀에서 몸을 만들고 있던 백승현에게 SOS를 보냈다. 당시 사령탑이었던 양상문 전 감독은 백승현의 데뷔전 다음 날 "수비는 예쁘게 하는 선수"라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은 투수 백승현이다. 우연히, 그저 투수가 부족해서 마운드에 올라야 했던 그날이 백승현의 커리어를 바꿨다. 백승현은 2020년 1월 25일 질롱 코리아 소속으로 마운드에 올라 시속 150㎞ 넘는 직구를 던져 화제를 낳았다. 잠시 한국에 돌아왔다가 스프링캠프로 출국하던 날 백승현은 투수를 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내야수로 성공하고 싶은데 구속으로 화제가 된 것이 반갑지만은 않은 눈치였다.

백승현은 그해 여름 투수로 마음을 바꿨다. LG 주전 유격수 오지환의 벽이 그만큼 높았다. 백승현은 그때의 심정을 "이대로는 안 된다는 마음이었다"고 표현했다. 수비 좀 하는 유격수로 남는 것보다, 150㎞대 빠른 공을 던지는 불펜투수가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커리어를 건 승부수였다.

▲ 백승현(왼쪽)의 데뷔 첫 세이브를 축하하는 김민성과 오지환(왼쪽부터). ⓒ 연합뉴스

투수로도 재능이 있었다. 백승현은 포지션 변신 후 1년 만에 1군 마운드에 올랐다. 데뷔전 최고 구속은 시속 153㎞였다. 3경기 만에 첫 홀드를 챙겼고, 2021년 시즌을 16경기 평균자책점 2.16으로 마치면서 성공 가능성을 보였다.

그러나 시즌 뒤 받은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의 영향으로 2022년 시즌을 망쳤다. 투수 변신 후 첫 재활이었으니 순조롭기가 더 어려웠을지 모른다. 그래도 백승현은 "그렇게 위로해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그런 건 다 핑계"라며 자신의 문제였다고 돌아봤다.

올해는 데뷔 첫 세이브에 승리까지 올렸고, 20경기 평균자책점 1.40으로 순항하고 있지만 고충이 없지 않았다. 어깨 통증으로 4월 3경기만 던지고 한 차례, 6월에 또 한 차례 1군에서 빠졌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도 백승현은 1군 불펜 요원으로 살아남아 있다.

염경엽 감독은 연장 12회에만 홈런 3개가 터진, 자신과 코치까지 세리머니에 합세하는 광란의 도가니 속에서도 백승현의 첫 승이 나왔다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경기 후 구단을 통해 "백승현의 첫 승을 축하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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