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캠프는 이런 곳에서 하는 것이 좋습니다…100년 전 기준은?[청계천 옆 사진관]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즉, 임간 학교라는 것은 세계 각국에서 성행하는 일인데 학생들의 몸과 마음을 발달시키는 프로그램인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임간학교는 일제시대 때 여름방학을 맞은 학생들이 사진 속 설명처럼 장충단 공원이나 청량리의 들판, 효창공원, 세검정 계곡, 한강변, 북한산 등 서울의 명소에서 일종의 야외 수업을 받는 것을 의미하는 거였군요.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수십 명의 여고생들이 줄을 맞춰 산으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1923년 8월 17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사진입니다. 사진 오른쪽 아래에 모자를 쓴 남성이 학생들의 행렬을 통제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 무슨 일일까 궁금해서 사진 설명을 읽어 봅니다.
▶‘임간 교수’라는 단어인데 여전히 무슨 말인지 정확하게 모르겠습니다. 사진 옆 기사를 보니 ‘임간 학교’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하기 임간 학교에 대하여 아동의 심신발달에 필요 세계 각국에 성행하는 일“ |
즉, 임간 학교라는 것은 세계 각국에서 성행하는 일인데 학생들의 몸과 마음을 발달시키는 프로그램인 모양입니다.
저는 처음 들어본 말이라 네이버 사전을 찾아보았더니 다음과 같은 설명입니다.
“주로 하기 방학 중에 실시한다. 자연 속에서 집단생활과 자연을 배우며, 자연을 사랑하는 태도를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한 야외활동 프로그램서비스이다. 임간학교는 자기들 스스로가 텐트를 치고 취사를 하는 경우와 기존 시설을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자연에 관한 지식 습득은 물론 공동생활로서의 행동규범•협동심 함양 등이 그 목표가 되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임간 학교 [林間學枝] (체육학대사전, 2000. 2. 25., 이태신)
그렇다면 임간학교는 일제시대 때 여름방학을 맞은 학생들이 사진 속 설명처럼 장충단 공원이나 청량리의 들판, 효창공원, 세검정 계곡, 한강변, 북한산 등 서울의 명소에서 일종의 야외 수업을 받는 것을 의미하는 거였군요.
▶동아일보 데이터베이스에서 임간학교를 찾아보니 1927년 7월 19일자에도 기사가 하나 있습니다.
“경성부학무과(京城府學務課)에서는 금년하긔를 리용하야 시내효창원(市內孝昌園)에 림간학교(林間學校)를 설시하고 칠월이십일일부터 팔월륙일까지 이주일 동안은 일본아동으로서 허약한 아동을 각학교에서 륙십명식뽑아 오전 아홉시부터 오후 다섯시까지 교수하고 팔월칠일부터 동 이십일일까지 약이주일동안은 조선아동으로서 허약한 아동 륙십명을 각 학교에서 뽑아 오전 아홉시부터 오후 다섯시까지 교수하겟담니다”라는 기사입니다. |
허약한 학생을 일본학생과 조선학생으로 각각 나눠 캠프에 입소시킨 후, 60명의 학생들이 3주간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야외 수업을 했다는 내용입니다.
▶ 위 사진 옆에 있는 기사를 좀 더 읽어보니, 임간학교는 중학교 이상 어린이들이 여름방학동안 나쁜 버릇이 들지 않도록 건강과 덕성 훈련을 하는 한편, 사회봉사와 리더십 실습도 포함하였다고 합니다. 행사에 필요한 예산은 학교에서 전액 부담하기 어려우니 사회와 지역 사회에서 후원해줘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독일, 스위스, 덴마크, 프랑스 등에서 몸이 약한 어린이들을 위한 ‘숲 속 푸른 교실’ 개념이 있었는데 그게 한반도로 수입되면서 임간학교라는 이름으로 운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도회의 먼지와 더위를 떠나서 시원하고 깨끗한 자연에 나아가서 아동을 데리고 노는 것이 하계 캠프로는 이상적이다”라고 하면서 기사는 장소에 대한 조언도 하고 있습니다.
0. 자연 풍경이 훌륭하던지 어떤 역사적 의미가 있던지 위인과 관계된 땅 같은 의미가 깊은 지방을 택하는 것이 좋겠다.
1. 부근에 산림이 있을 것 (소나무 밭이 가장 좋습니다)
2 . 토지가 습하지 않을 것
3. 물이 좋고 또 많을 것
4. 전염병의 염려가 없을 것
5. 햇빛을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것
6. 단체 오락을 할 만한 넓은 벌판이 있는 곳
7. 경치 좋은 곳
8. 교통 편한 곳
9. 될 수 있으면 절간이나 정자 같은 것이 있어서 유희 외의 수업시간에는 들어갈 수 있도록 또는 비오는 날 모일 수 있도록 되면 좋겠습니다.
10. 바닷가에 가까운 곳이면 물론 해수욕에 적당한 해안을 택할 것이니, 경사가 급하지 않은 모래밭과 물결이 심하지 않은 곳이 해수욕에 적당합니다. 해수욕을 할 때는 물론 주임 선생님의 엄밀한 감독을 요구합니다.
▶ 기사에는 바람직한 시간표도 언급되어 있는데 한번 보시죠.
오전 8시 – 9시 30분 수업 (30분 에 한번씩 휴식)
오전 9시 30분 – 11시 30분 야외지도 또는 유희, 해수욕 등
오후 1시 – 2시 낮잠, 휴식
오후 2시-4시 산보, 자유독서, 해수욕
오후 7시 –8시 동화구연 등
▶수십 명의 여학생들이 감독관의 지휘 아래 산으로 줄지어 올라가는 사진은 설명이 없다면 의아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이해서 들여다 본 사진이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임간학교라는 표현, 100년 전 기성 세대들이 미래 세대를 위해 어떤 고민과 준비를 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여러분은 사진에서 어떤 게 또 보이시나요? 댓글에서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건 살인사건”…대낮 등산로 성폭행범 피해 가족 눈물
- “증거 더 풀겠다”…김연경과 불화설 나온 이다영, 카톡 공개
- 7년동안 162차례 ‘몰카’찍은 50대 男, 집행유예…왜?
- 산불로 초토화된 하와이…잿더미 속 멀쩡한 ‘빨간 지붕 집’ 한 채
- 尹 부친상 조문한 노사연 향해…개딸들 “제 정신인가” 공격
- 노사연 자매, 연예계 유일 尹부친상 조문…어떤 인연
- ‘댓글 공작’ 김관진, 파기환송심서 징역 2년 실형
- 한동훈, 이재명 ‘비회기 영장청구’ 요구에 “식당 예약하나”
- “내 딸 기죽지 마”…학교 ‘어머니날’ 행사에 여장하고 온 아빠
- 말레이 여객기 수직으로 곤두박질…“비상 교신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