겪었던 일 무한반복?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주말 뭐 볼까 O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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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알츠하이머로 숨진 어머니의 영향일까.
쉽게 흥분하고 욕지거리를 내뱉기 일쑤이며 폭력적이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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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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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매이지 리처드슨-셀러스)는 미술 큐레이터다. 그는 정신적으로 혼란스럽다. 자꾸 똑같은 일을 겪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다. 술집에서 우연히 만난 알렉스(섀넌 우드워드)와의 사연이 반복돼서다. 분명 알렉스와 데이트를 하고 연인으로 발전했는데, 다시 처음 만났던 시점으로 되돌아간 듯한 느낌이 든다. 알츠하이머로 숨진 어머니의 영향일까. 빌리는 자신의 뇌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나 찜찜한 감정을 지울 수 없다.
①수상스러운 연인
알렉스는 다정하다. 돈이 많아 늘 비싼 음식과 술로 빌리를 즐겁게 한다. 이보다 완벽한 연인이 있을까 싶지만, 가끔 불쾌하고 섬뜩한 기억이 끼어든다. 빌리는 경험해 본 적 없는 일이라 생각하나 너무나 생생하다. 악몽인지 환각인지 알 수 없다. 순간적으로 뇌리를 스치고 가는 알렉스의 모습은 평소와 다르다. 쉽게 흥분하고 욕지거리를 내뱉기 일쑤이며 폭력적이기까지 하다.
병원에서는 빌리의 뇌가 문제라고 진단한다. 더 악화되기 전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권고한다. 빌리는 자신의 뇌를 탓하면서도 의문을 떨칠 수 없다. 지인이 갑자기 사라져 연락이 두절되거나 절친한 친구와 서먹한 관계로 돌변한다. 변치 않고 아픈 빌리를 보호하겠다고 정성을 다하는 건 알렉스뿐이다. 알렉스가 다정다감하게 빌리를 위하는 듯한 말을 할 때마다 빌리는 까닭 모르게 거리감을 느낀다.
②사랑이라는 이름의 폭력
사진작가 로즈(쉐인 몸프리미어)가 빌리 주변을 맴돈다. 빌리가 겪고 있는 일들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로즈는 도우려는 듯 빌리를 계속 지켜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빌리는 로즈와 만나 대화하기가 쉽지 않다.
영화는 집착을 사랑이라 착각하는 알렉스의 폭력적 행태를 그려낸다. 알렉스는 비밀스러운 방식으로 빌리의 정신세계를 지배한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빌리가 겪었던 일을 반복해 또다시 겪도록 만든다. 제목이 ‘내일도 오늘’인 이유다.
③식민지배에 대한 은유
영화는 식민역사에 대한 은유로 읽힌다. 빌리는 아이티계로 여겨진다. 그가 사는 곳은 미국 마이애미 교외 리틀 아이티다. 아이티 출신 이민자들이 주로 사는 곳이다. 빌리가 겪는 주술적인 상황은 아이티의 민간신앙 부두교에 연결된다.
빌리는 부유한 백인 알렉스에게 몸과 마음을 지배당한다. 알렉스가 빌리를 정신적 육체적으로 착취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식은 아이러니하다. 물리적인 식민지배가 끝난 후에도 기억에 대한 조작과 역사에 대한 자의적 해석으로 정신적 식민지배를 이어가는 서구에 대한 비판이 아닐까. 영화는 메시지를 강조하려 하지 않는다. 스릴러와 공포라는 장르적 특징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뷰+포인트
여성 감독 켈리 칼리가 연출했다. 부두교의 주술을 타임루프와 연결 지은 점이 신선하다. 의문 어린 공포를 꽤 정밀하게 묘사해내기도 한다. 장르 영화로 식민역사를 탐색하려는 시도 역시 참신하다. 허점이 있기도 하다. 알렉스가 빌리를 노예 같은 존재로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비법’이 느닷없이 등장한다는 느낌을 준다. 모든 의문이 한꺼번에 풀리면서 이전까지 쌓아온 긴장감이 순식간에 휘발된다. 식민지배에 대한 은유를 좀 더 강조하고, 이야기의 연결 고리를 좀 더 명확히 이어줬으면 어땠을까. 상영시간(88분)이 짧으니 인과관계를 좀 더 강화할 사연을 넣었으면 좋았을 만한 영화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64%, 시청자 61%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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