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만 뱉으면 우울증인지 안다고?” 침에 숨겨진 놀라운 비밀

침을 뱉는 모습[독자 제공]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침 속에 이런 비밀이 있을 줄이야”

우울증은 매년 환자가 크게 증가하며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질병이다. 하지만 좀처럼 진단이나 치료가 어렵다. 다른 질병과 달리 물리적인 통증이 있지 않아서다. 자신이나 가족에게 우울증상이 있다해도 선뜻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는 것은 아직은 어려운 환경이다. 그런데 집에서 간단하게 침으로 우울증 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 침 속 스트레스 호르몬을 통해 스트레스 지수를 분석, 우울증을 판별할 수 있는 것이다.

정신건강 서비스 전문기업 마인즈에이아이는 침으로 스트레스 지수를 측정해 우울증을 진단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보유한 기업이다. 우리 침 속에는 여러 성분이 있는데 이 중 하나가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다. 보통 코르티솔 농도는 아침에 가장 높고 밤에는 낮은 양상을 보인다. 그래서 반복 측정을 해야 정확한 코르티솔 농도를 알 수 있다.

마인즈에이아이는 침 속 코르티솔을 분석하는 키트 ‘마인즈 내비’를 개발했다. 마인즈 내비는 총 4개의 키트로 구성된다. 각각 기상 직후, 기상 후 30분, 기상 후 60분, 자기 전 총 4번 침을 뱉어 키트에 담는다. 이와 함께 온라인으로 심리검사지를 작성한다. 그리고 키트를 밀봉해 마인즈에이아이측에 보내면 약 일주일 뒤 자신의 스트레스 지수와 우울증 여부 등을 알 수 있다.

마인즈에이아이의 마인즈 내비 키트[마인즈에이아이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석정호 마인즈에이아이 대표는 “코르티솔 농도가 정상 범위보다 높으면 급성 스트레스로 볼 수 있고 정상보다 낮으면 오랜 시간 스트레스를 받은 만성으로 판단할 수 있다”며 “알기 쉽게 신호등 개념을 도입해 범위에 따라 ▷양호(초록색) ▷주의(노란색) ▷경계(주황색) ▷심각(빨간색) 4단계로 구분한다. 빨간불에 해당하는 심각 단계에 해당하면 바로 치료로 연계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우울증 진단을 위해 환자는 병원에 입원해 채혈로 코르티솔 농도를 측정했다. 환자가 시간을 내야 하는 번거로움과 채혈에 따른 두려움 등이 있었다. 반면 마인즈 내비는 간단하게 집에서도 우울증을 진단할 수 있는 편리성이 강점이다.

타액 호르몬 검사를 위해 침을 뱉는 모습[유튜브 화면 갈무리]

집에서 하는 검사지만 정확도도 높다. 석 대표는 “30여명이 참여한 탐색 임상을 통해 정확도 92%, 민감도는 100%를 확인했다”며 “코르티솔과 함께 부신(콩팥 위에 위치한 내분비기관)에서 생산되는 스테로이드 호르몬 DHEA도 함께 측정, 두 호르몬간의 비율을 분석해 정확도를 높였다”고 말했다.

마인즈에이아이는 탐색 임상을 마친 뒤 확증 임상을 준비 중이다. 이 임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내년 상반기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2등급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석정호 마인즈에이아이 대표(강남세브란스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세브란스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석 대표는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기도 하다. 지난 15년 동안 우울증을 전문 분야로 우울증클리닉을 운영하며 많은 우울증 환자를 치료해 왔다. 지난 2016년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으로 진행된 자살예방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이와 같은 타액 우울증 진단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후 교원겸업창업으로 2019년 마인즈에이아이를 설립했다.

석 대표는 “주변에 우울증으로 큰 고통을 겪는 사람을 보며 우울증이 결코 쉽게 볼 질병이 아니란걸 알게 됐고 돕고 싶었다”며 “마인즈 내비 뿐만아니라 치유 포레스트, 치유 심리상담 등 정신건강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