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총리 "이 멍청이들 밥값 대사관에서 대신 갚아요"

김태훈 2023. 8. 19. 10:0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가서 이 멍청이들(idiots)을 대신해 계산서를 지불하세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알바니아에서 여름 휴가를 즐기던 중 현지 주재 이탈리아 대사에게 이런 지시를 내려 화제다.

18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에디 라마 알바니아 총리는 이탈리아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알바니아를 방문한 멜로니 총리와의 만남 얘기를 들려줬다.

라마 총리는 멜로니 총리 앞에서 최근 알바니아의 관광명소 베라트에서 발생한 이탈리아 관광객들의 먹튀 사건을 거론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관광객들, 알바니아 식당서 ‘먹튀’
총리 지시로 대사관이 식대 80유로 지불해

“가서 이 멍청이들(idiots)을 대신해 계산서를 지불하세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알바니아에서 여름 휴가를 즐기던 중 현지 주재 이탈리아 대사에게 이런 지시를 내려 화제다. 최근 두 나라 언론에 대서특필된 이탈리아 관광객들의 이른바 ‘먹튀’ 사건을 해결해준 것이다. 몇몇 개인의 일탈로 치부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멜로니 총리는 이를 이탈리아의 국가적 자존심이 걸린 문제로 받아들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디 라마 알바니아 총리(왼쪽)와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사진은 2022년 12월 멜로니 총리가 알바니아 수도 티라나를 방문했을 때의 모습. 이탈리아 총리실 홈페이지
18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에디 라마 알바니아 총리는 이탈리아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알바니아를 방문한 멜로니 총리와의 만남 얘기를 들려줬다. 멜로니 총리는 라마 총리의 초대로 14∼17일 나흘간 알바니아에서 여름 휴가를 즐겼다. 고물가에 허덕이는 이탈리아 국민들 사이엔 요즘 저렴한 리조트가 많고 물가도 싼 알바니아가 여름 휴가지로 최고 인기다.

라마 총리는 멜로니 총리 앞에서 최근 알바니아의 관광명소 베라트에서 발생한 이탈리아 관광객들의 먹튀 사건을 거론했다. 4명이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한 뒤 돈을 내지 않고 달아난 것이다. 식당을 나선 이들이 밤 거리를 헤매는 모습을 담은 폐쇄회로(CCTV)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되었지만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특정하기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관광객들이 떼먹은 밥값은 80유로(약 11만7000원)라고 한다. 라마 총리가 이 얘기를 꺼내자 함께 있던 모두가 소리내 웃었으나 멜로니 총리만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배석한 알바니아 주재 이탈리아 대사한테 “가서 이 멍청이들을 대신해 계산서를 지불하라”고 명령했다.

이탈리아 대사관은 즉각 총리의 지시를 이행했다. 그러면서 “우리 이탈리아인들은 규칙을 존중하고 빚을 갚는다. 우리는 이런 종류의 사건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성명까지 발표했다.

라마 총리는 인터뷰에서 “멜로니 총리가 이 문제를 이탈리아의 국가적 자존심이 걸린 사안으로 받아들이는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알바니아의 관광명소 베라트의 시가지 풍경. 최근 이곳에서 이탈리아 관광객 4명이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한 뒤 돈을 안 내고 달아나는 ‘먹튀’ 사건이 발생해 알바니아 국민들 사이에 공분이 일었다. 게티이미지 제공
사실 이 사건으로 알바니아에서 이탈리아의 국격이 추락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사건이 일어난 식당 주인은 “내가 영업을 시작한 이래 밥값을 안 내고 도망친 손님은 처음 봤다”며 “그들은 심지어 ‘음식이 맛있다’는 칭찬까지 했다”고 말했다. 유럽 최빈국의 하나인 알바니아 입장에서 볼 때 이탈리아는 손꼽히는 부자 나라인데 그 국민들이 먹튀를 했다다는 사실에 공분이 일어난 것이다.

이탈리아는 파시스트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가 집권하던 1939년 4월 알바니아를 무력으로 침공한 역사가 있다. 이탈리아의 피보호국이 된 알바니아는 1943년 9월까지 그 지배를 받았다. 이탈리아가 미국, 영국 등 연합국에 무조건 항복하면서 해방이 되는가 싶었으나 곧장 나치 독일에 점령당했다가 전후에는 소련(현 러시아) 영향권에 편입돼 공산국가가 되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