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실상부 국내 최고 입지 압구정 재건축 급물살

안명숙 루센트블록 부동산 총괄이사 2023. 8. 1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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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신속통합기획 확정… 1만1800채 규모 최고 50층으로 탈바꿈

서울시가 최근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 2~5구역 재건축 신속통합기획을 확정했다. 압구정동 아파트 2~5구역 8443채를 약 1만1800채 대규모 단지로 탈바꿈하는 대형 재건축 사업이 될 전망이다. 신속통합기획은 민간이 주도하는 재건축·재개발 사업 초기 단계부터 서울시가 개입해 신속한 추진을 지원하는 제도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단지가 있는 지역 주택시장 상황이나 조합원 간 갈등, 시공사와 분쟁 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사업 속도가 빨라지면 금융비용을 줄일 수 있어 그 자체로도 재정비 사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지름길이 된다. 다만 일부 구역에서 설계업체 선정을 놓고 서울시와 조합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점은 풀어야 할 과제다.

압구정 일대 파노라마 경관

이번 신속통합기획안에 층고 제한 완화를 통한 한강변 경관 조성 청사진이 나온 점도 주목된다. 77만3000㎡ 면적인 압구정지구의 층수 제한을 기존 35층에서 최대 50층으로 상향 조정한 것이 뼈대다. 서울시는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 따라 한강변 아파트의 15층 높이 제한을 완화해 압구정동 일대가 부채꼴로 펼쳐진 파노라마 경관을 형성하도록 할 계획이다. 한강 둔치를 구역별로 나눠 여가 및 문화 특화시설로 조성한다.

재건축에 속도가 붙으면서 세간의 관심이 다시 압구정동으로 쏠리고 있다. 압구정동은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핫한 주거지이자 핵심 상업지역의 상징이다. 압구정동 현대1차가 입주한 1976년부터 14차가 준공된 1987년까지 압구정동은 주거단지로서 면모를 갖췄다. 이후 2000년대 초반까지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국내 부촌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압구정동 위상에 도전장을 낸 아파트가 타워팰리스다. 도곡동 고급 주상복합의 대명사가 된 타워팰리스가 등장하면서 기존 고급 아파트의 판도가 흔들린 것이다. 2000년대 초반에도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이미 준공된 지 20년을 넘긴 상태였다. 주민들은 주차난에 시달렸고 단지 내 편의시설도 1970~1980년대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타워팰리스는 단지 안에 고급 컨시어지 서비스와 더불어 차별화된 편의시설들을 갖춰 고급 아파트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타워팰리스의 등장으로 강남 아파트시장의 중심지는 압구정동에서 도곡동으로 바뀌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의 최고가 아파트 매매 사례를 보면 2006년 타워팰리스 99평형이 53억6000만 원으로 전국 아파트 중 가장 비싼 가격에 거래됐고, 이듬해에도 타워팰리스 90평형이 49억 원에 팔려 최고가를 기록했다(표 참조).

타워팰리스가 쏘아 올린 고급 아파트 열풍

타워팰리스가 쏘아 올린 강남 고급 아파트 열풍은 부동산시장에서 점차 뚜렷한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2004년 삼성동 아이파크가 준공되면서 쾌적한 주거 시스템으로 주목받은 데 이어, 청담동과 논현동 일대에 소규모 맞춤형 주거단지가 속속 등장했다. 고가 아파트 단지는 입지보다 차별화된 컨시어지 서비스와 첨단 커뮤니티 시설에 방점을 두고 개발됐고, 시공사 간 고급 인테리어 경쟁도 치열해졌다.

이처럼 국내 고급 아파트 단지의 대명사와도 같은 '강남 아파트'의 중심은 누가 뭐래도 강남구다. 최근 10년간 서울 자치구별 아파트 3.3㎡당 매매가를 봐도 강남구는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KB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2013년 말 기준 강남구 아파트 3.3㎡당 매매가는 3405만 원, 2위인 서초구는 2989만 원으로 서초구 아파트 가격은 강남구의 88% 수준에 그쳤다(그래프 참조). 이후 2020년까지 서초구 아파트 평당가는 강남구의 85~88% 수준이었다.

그러나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 강남구 주요 단지의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잠원동, 반포동 등 서초구 구축 아파트가 재건축을 통해 새 아파트 단지로 부상했다. 이후 서초구와 강남구 아파트 매매가 격차가 좁혀졌다. 2021년 말 기준 서초구 평당가는 강남구의 91%에 육박했고, 2023년에는 강남구 평당가 8942만 원, 서초구는 8648만 원으로 격차가 약 3%까지 줄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강남구 재건축 사업이 급물살을 탄 것은 서초구와의 격차를 다시금 벌리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압구정동은 물론, 약 4000채 규모인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조합설립인가를 앞둬 대단지 재건축 아파트가 강남구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부 교수는 저서 '공간의 미래'에서 부동산 가격의 오르내림을 플랫폼 비즈니스에 비유하며 그 예로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를 들었다. 네이버, 구글 같은 인터넷 플랫폼은 자사 사이트에 연결된 다른 사이트가 늘어날수록 가치가 높아진다. 마찬가지로 입지가 좋은 강남 아파트의 경우 일자리 기회가 늘어 인구 유입이 증가하고 이에 부응해 인프라 시설이 확충되면 중심부 지역 집값이 계속 오른다는 설명이다. 그만큼 압구정동 아파트는 우수한 입지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며, 재건축 후 미래 가치도 기대된다.

압구정동은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 입지를 자랑한다. 그간 비싼 땅값에 비해 노후화된 아파트 주거시설이 수요자들로부터 점차 외면받으면서 주택시장 판도가 바뀌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강남 노른자위 대단지 아파트의 재건축이 궤도에 오르면서 고급 주거단지의 대명사 '강남 아파트'가 곧 강남구 아파트를 의미하는 시대가 다시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압구정동이 최고가 단지의 대명사가 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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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명숙 루센트블록 부동산 총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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