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리먼 사태' 터질까[금융시장 외풍 거세진다①]

박은비 기자 2023. 8. 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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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전문가들 "中 당국 나서면 리스크 통제 가능 수준"
"리먼 사태도 그러다가 글로벌 위기 확산" 우려도
[베이징=AP/뉴시스] 지난 6월 중국 베이징에서 건설 중인 주거용 건물의 모습. 2023.08.17.


[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 중국의 부동산 시장 불안으로 제2의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재현될까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중국 정부가 나섰을 때 리스크 통제가 가능한 수준이라는 진단이 우세하지만 2008년 리먼 사태도 그러다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이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번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1885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달 들어 전날까지 순매도한 금액은 3758억원 수준이다.

이는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디폴트 우려와 부동산 시장 침체 우려가 위험자산 회피 심리를 부추긴 영향이다. 위안화 약세에 원화도 동반 약세를 보이면서 외국인 순매도세가 지속됐다.

비구이위안은 지난 7일 만기가 도래한 액면가 10억달러 채권 2종에 대한 2250만달러 이자를 지급하지 못했고, 유예 기간인 30일 안에 갚지 못할 경우 채무불이행(디폴트)이 유력해진 상태다.

비구이위안이 중국 부동산 시장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8.1%로 뒤따라 채권 이자를 지급하지 못한 위안양그룹(0.9%)보다 훨씬 크다. 이 가운데 지난 2021년 말 디폴트를 선언한 헝다그룹이 계열사인 톈허홀딩스와 함께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파산 보호를 신청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됐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중국발 악재가 단기적인 주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주가가 하락 추세로 전환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중국 당국의 부양 의지를 근거로 한 판단이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 둔화 우려에 투자자들의 리스크오프(Risk-off) 심리가 강화되면서 주가는 약세 흐름을 시현했다"며 "단기적으로 중국 부동산 노이즈가 발생할 경우 주가의 하방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다만 "중국 당국이 부동산 기업의 연쇄 디폴트를 막고 위안화 환율의 약세 흐름을 제지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개입할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당국 개입으로 근본적인 중국 경기가 개선되지는 않겠지만 중국발 악재로 인한 주가 하방 압력은 차츰 옅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성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상장된 중국 부동산 개발기업 186개 중 지난 2021년부터 2년간 부도가 이미 발생한 비중은 37%로 상당한 편"이라며 "중국이 부동산 섹터에서의 문제가 전면적인 신용 리스크로 전이되지 않게 조절하고 있다는 의미로 아직 부도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위험 상태로 분류된 11%의 기업들에서 추가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어도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서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2015년 위안화 평가 절하, 달러 자금 이탈 당시 당시 인민은행의 달러 유출 강제 금지, 블랙 마켓에서의 환전 금지 강화, 채물지부 유예 등 개입으로 위안화 약세를 방어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 광둥성 포산시에 있는 비구이위안 본사 건물. (사진 = 비구이위안 사이트) 2023.08.11


통상적으로 중국이 부진하면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 전반에 걸쳐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패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신흥국향 외국인 자금 순매수 강도를 확인할 수 있는 모건스탠리케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발행좌수를 보면 중국이 포함된 신흥국 ETF는 지난 6월 이후 6.7% 감소한 반면 중국 제외 발행좌수는 오히려 20% 증가한 상황"이라며 "중국발 문제를 빌미로 한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도 압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반면 리먼 브러더스 사태도 리스크가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하다가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산됐던 점을 고려하면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장 시스템적인 우려에 대한 문제로 확산되지는 않는다고 해도 중국 경제의 높은 부동산 의존도를 감안하면 매크로 측면의 부담을 자극하는 소재로 발전할 가능성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며 "중국 부동산 투자 감소는 토지 판매에서 재원을 조달하는 지방 정부의 재정지출 여력 부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회복력의 관건은 시스템 리스크 전이 여부와 상장기업의 이익 경로에 달렸다"며 "주가가 박스권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는 한편 달러 환산 코스피의 낙폭이 커 외국인 관점에서 가격 메리트를 먼저 발견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ilverlin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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