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량'에 흔들리는 北천수답…'불량국가'의 지속가능발전?
[편집자주] 기후위기가 현실이 됐다. 선을 넘은 더위와 비가 우리와 일상 뿐 아니라 생명까지 위협한다. 그동안 해오던 방식으론 폭염, 폭우 등 기상이변에 따른 피해를 막을 수 없다.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한 때다.
17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북한 관영매체와 통일부 분석을 종합한 결과 북한 노동당기관지 노동신문과 북한 대외 선전매체, 조선중앙통신, 관영방송 조선중앙TV에서 '엘니뇨' 단어를 언급한 횟수는 올들어 100여회에 달한다. 엘니뇨란 남아메리카 페루 및 에콰도르의 서부 열대 해상에서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으로 태평양 일대 강수량을 평상시와 비교해 들쑥날쑥하게 만드는 등 기후 변화를 유발하는 이상현상이다. 이는 지난해(1회)와 2021년(1회)과 비교하면 엘니뇨 언급량이 폭증한 것으로, 농작물 피해 등에 대한 북한 당국의 우려가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7월5일 노동신문은 '대동강큰물지휘조'의 대동강 수역 저수지 수위 측정 등 활동을 소개하며" 엘니뇨현상에 의해 수시로 변화되는 기상수문자료들을 실시간으로 정확히 장악하고 적시적인 대책을 세울수 있도록 대동강큰물통합지휘체계를 보다 완비하는데 선차적인 힘을 넣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장마철에 큰물피해를 입는것은 주로 강물이 넘어나기때문"이라는 훈시도 붉은 글씨로 적혀 있다. 온실가스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이달 2일 "과학자들은 일부 지역에서의 기온상승은 엘니뇨현상에도 기인되지만 기본 원인은 늘어나는 온실가스량에 있다고 하면서 온실가스방출량을 줄이지 않을 경우 열파가 더 자주 들이닥칠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은 2015년 9월 유엔의 에너지·식량·금융·기후변화 의제인 '포스트 2015 개발의제' 동참을 공식화했고 2021년 7월에는 SDGs 이행에 관한 VNR(자발적 국가별 검토) 보고서를 유엔에 제출했다. 북한은 자유권, 아동폭력, 무기거래 등에 대한 국제사회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아 왔지만 VRN에서 "2020년 최종에너지 소비 총량 중 신재생에너지 분담률은 10.8%"였다며 온실가스 감축에는 관심이 있는 듯한 태도를 보여 왔다. 북한 측은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2021년 5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제한을 푸는 합의를 이끌어낸 것에 대해 "고의적 적대행위"라며 맹비난했음에도 기후 변화와 관련한 국제사회 행보에는 참여를 확대할 듯한 신호를 보내는 의외의 측면이 있었던 것이다.
이는 북한의 농경이 기후변화에 특히 취약한 상황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저수지나 지하수 펌프 등 관개 시설 없이 오로지 빗물에 의존해 물을 대는 논인 천수답(天水畓)에 대한 의존도가 극히 높다. 북한은 식량난에 따라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어 비핵화를 전제로 대북 제재 키를 쥐고 있는 미국을 상대로 한 협상 신호를 언제 보낼지 주목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천수답은 그 해의 기후 변화 기상 상황에 굉장히 큰 영향 영향을 받고 기후 변화에 대해서 민감할 수 밖에 없다"며 "그나마 국제사회에 반응하고 있는 몇 안되는 주제 중에 하나가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것인데 북한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선진국의 자본과 기술이 없이는 어렵다는 게 분명하다는 점에서 협력의 가능성이 그나마 있는 주제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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