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료 ‘1000원’인데 불만 봇물…‘똑닥’을 어이할꼬 [주말엔]
■'똑닥' 너는 왜… 갑작스런 유료 전환에 '엄빠'들 술렁
스마트폰 앱으로 병원 진료를 예약할 수 있는 플랫폼 '똑닥'이 최근 유료 전환을 공식화하면서 온라인 맘카페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똑닥'이 어떤 앱인지 이미 알고 있다면, 아이를 양육하는 가정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똑닥을 이용하면 병원에 직접 가지 않고도 앱으로 진료 접수를 할 수 있어, 감기나 장염이 유행할 때마다 소아과 '오픈런'을 해야 했던 엄마아빠들의 대기 부담을 많이 줄여줬기 때문입니다.
입소문을 타면서 똑닥 누적 가입자 1,000만 명을 넘어섰고, 연계된 병·의원만 1만여 곳에 달합니다.
최근엔 병원 혼잡을 줄이기 위해 아예 '똑닥'으로만 접수받는 소아과도 여러 곳 생겼습니다.
똑닥이 육아 필수 앱의 위치를 굳혀갈 즈음, 운영사 비브로스는 갑자기 "다음 달 5일부터 서비스 유료 멤버십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무료로 회수 제한 없이 써왔던 병원 예약 서비스를 이제 유료 멤버십 구독 회원만 이용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이용 요금은 월 1,000원, 연간 1만 원입니다.
■"심각한 적자 버틸 수 없어"…플랫폼도 이유는 있다
똑닥이 서비스 시작 7년 만에 유료화로 전환한 배경은 심각한 적자 때문입니다.
운영사 측은 "그동안 무료 서비스를 제공해 드리기 위해 여러 차례 외부 투자를 유치하고 신사업 확장 등을 진행했지만,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적자가 심화돼 최소한의 서비스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불가피하게 부분 유료화 전환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고객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월 1,000원의 멤버십을 도입하고 병원 접수·예약을 횟수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업계에서는 똑닥을 시작으로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쟁 업체들의 유료화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의료 플랫폼 대부분이 이렇다 할 수익 모델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해는 하지만…"진료 접수마저 공평하지 않아서야"
이용자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유료화를 이해한다는 사람들은 민간 기업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인 만큼 사용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건 당연하다는 입장입니다.
또 부담이 월 1,000원 정도로 크지 않고, 그에 비해 누릴 수 있는 편익이 크다고 말합니다.
유료 전환돼 이용자가 줄면 사용하기가 더 편해질 것 같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육아 커뮤니티에서는 유료화에 대한 불만이 더 많아 보입니다.
사실 한 달 1,000원이라는 구독료는 가계에 큰 부담이 되는 금액은 아닐 겁니다. 그런데도 이용자들은 왜 이렇게 반발하는 걸까요?
일단 병원 특히, 소아과 진료 접수를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이용해야만 하는 강제성을 꼽습니다.
이미 똑닥 진료 접수에 익숙해진 병원과 환자들은 앞으로도 똑닥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병원 문을 열자마자 이미 수십 명이 똑닥 앱으로 진료 접수를 하고, 아예 현장 접수를 받지 않는 병원도 있습니다.
또 유료 가입을 하더라도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을지 의구심도 적지 않습니다.
소아과 대란으로 단 몇 초 만에 진료 접수가 마감되는 병원도 수두룩하기 때문입니다.
일부에선 비록 1,000원에 불과하더라도 돈을 내야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 그 자체가 공평하지 않다는 문제를 제기하기도 합니다.
■'구독' 피로감 누적…이용자 분노에도 이유는 있다
똑닥 사례뿐 아니라, 무료로 이용하던 플랫폼 서비스의 유료 전환에 소비자들은 곧잘 배신감을 느낍니다.
플랫폼도 수익을 내야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 만큼 유료 전환은 예상 가능한 수순이지만, '유료화'의 순간은 선택의 여지가 좁아진 상황에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무료라서, 혹은 저렴해서 이용했는데 이용자가 늘어 플랫폼이 시장을 장악하고 나면 갑작스럽게 유료화하거나 요금을 인상해 버리는 겁니다.
지난해엔 배달 앱 '배달의민족'이 배달비와 수수료를 인상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그보다 앞서 택시 호출 앱 '카카오택시'는 유료화 전환을 시도하려다 택시 업계와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에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독점적 지위를 가진 플랫폼들은 이제 모두 '구독'을 강요합니다.
구독 서비스 이용자에게 혜택을 조금 더 얹어 주는 플랫폼도 있지만, 똑닥처럼 구독 서비스 가입을 하지 않으면 아예 서비스 자체를 이용할 수 없는 플랫폼도 늘고 있습니다.
사실상의 구독 강요와 쌓이는 구독 비용에 소비자들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한 똑닥 이용자는 "구독 서비스 이제 그만하고 싶다"고 한숨을 내쉬기도 합니다.
자장면을 배달시키려고 해도, 드라마를 보려고 해도, 병원을 예약하려고 해도 이젠 어쩔 수없이 플랫폼에 가입하고 요금을 내야 하는 시대.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통신비까지 더해지면 소비자들의 분노에도 이유는 충분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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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인 기자 (row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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