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전통문화관’서 예술과 놀자 [주말, 여기어때]

송상호 기자 2023. 8. 1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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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수원전통문화관 토요상설공연 ‘젊은 예인전 樂靑(악청)’에서 예술인들이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수원문화재단 제공

 

장안문과 화성행궁 사이, 대로변에 자리잡은 아담한 한옥 공간이 눈에 띈다. 바로 수원전통문화관이다. 전통식생활체험관과 예절교육관의 두 개 동으로 운영되는 이곳에선 전통 한옥을 수놓는 공연과 전시가 올해 하반기 내내 관람객을 맞는다. 주말, 사람과 공간을 연결하는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지는 수원전통문화관에서 놀아보는 것은 어떨까.  

■ 작가, 작품, 방문객 잇는 진수원 ‘연작 초대전’

김혜림 작가의 도자기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 수원전통문화관 기획전시실 진수원 전경. 송상호기자

제1회 수원전통문화관 진수원 ‘연작 초대전’이 수원전통문화관 기획전시실 진수원에서 수원 지역을 찾는 시민,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 8일 개막해 오는 12월30일까지 열리는 이번 기획전은 수원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작업 세계를 구축했거나 수원 지역에서 꾸준한 행보를 이어가는 작가들을 소개하는 시간이다. 작가와 작품, 작품과 공간, 공간과 방문객을 연결하는 데 중점을 두고 기획됐다. 상설 전시 외에 이 같이 여러 명의 작가들과 함께하는 교류에 기반해 개최되는 기획전이 처음으로 전통문화관에서 열려 주목받고 있다.

김혜림, 최명수, 이수진, 김병권, 김성자, 나정희 등 6명의 작가들이 각기 다른 예술 세계를 방문객과 나눈다. 먼저 20일까지는 김혜림 도예가의 기존 도자기 작품들과 올해 작업한 신작을 만날 수 있다. 귀퉁이를 도려낸 도자기의 실용성과 조형성을 탐색하는 ‘구석이 연작’, 막걸리 잔과 접시 등 주류 문화가 녹아든 ‘소복이 시리즈’를 통해 사람의 온기와 도예품 간의 관계를 들여다볼 수 있다.

수원전통문화관 기획전시실 진수원에서 김혜림 작가(왼쪽)와 방문객들이 작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수원문화재단 제공

첫 전시에 이어 오는 29일부터 9월10일까지 시민들과 만나는 최명수 작가의 화폭엔 언제나 ‘수원화성’이 자리한다. 수원에서 나고 자란 최 작가는 “어릴 적 신풍초등학교 다닐 적에도, 1997년 세계유산 등재됐을 무렵도, 바로 며칠 전까지도 늘 수원화성을 눈에 담아왔다. 재밌게도 수원화성은 언제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지만, 그걸 바라보는 내가 느끼는 심상과 그로부터 받은 인상은 계속해서 변한다는 점”이라며 “지금껏 그려온 것과 다르게 앞으로는 재료와 소재에 변화를 주는 등 새로운 시도들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수원화성은 계속해서 내 영감의 원천이자 동반자로 함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9월19일부터 10월1일까지 세 번째로 찾아올 이수진 작가의 보리아트 작품들도 가을 정취 풍기는 한옥의 고즈넉한 멋을 한껏 살려준다. 이번 전시에는 특별히 이 작가가 미리 채취해 놓았던 당수동 시민농장의 보리줄기가 그의 작품에 녹아들 예정이어서 수원에서 나고자란 보리가 전통문화관에 오기까지의 사연을 들여다보는 흥미로운 감상 포인트가 있다.

10월17일부터 29일에는 보리와 소나무를 통해 단단한 울림을 선사하는 김병권 작가의 채색화 작품들을 만날 수 있으며, 11월28일부터 12월10일까지 열릴 다섯 번째 전시에선 한국서예협회 수원시지부장을 맡고 있는 김성자 서예가가 정조의 내면과 사상을 엿볼 수 있는 글귀를 화선지 위로 불러올 계획이다. 이어 마지막으로는 조각보 명인 나정희 작가가 한 땀 한 땀 수놓은 바느질에 깃든 시간의 흔적을 관람객들과 나누는 전시가 12월 19일부터 30일까지 열린다.

전시 기간에 방문객들은 전통식생활체험관 교육실에서 열리는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의견과 생각을 공유할 수도 있어 문화 교류의 기회가 폭넓게 펼쳐질 전망이다.

■ 연주자, 한옥 공간, 관람객이 함께 어우러지는 ‘젊은 예인전 樂靑(악청)’

지난 12일 수원전통문화관 토요상설공연 ‘젊은 예인전 樂靑(악청)’에서 예술인들이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수원문화재단 제공

전시를 감상한 뒤 바깥으로 눈을 돌리면 홍재마루와 잔디마당에서 흥겨운 공연 한마당이 주말마다 찾아온다.

오는 10월14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에 열리는 ‘젊은 예인전 樂靑(악청)’은 사물놀이, 판소리, 무용, 실내악 등 각 분야에서 미래를 짊어질 젊은 국악인들이 동료와 선후배 예술인들, 더 나아가 지역 사회의 시민들과 폭넓게 교류할 수 있도록 기획된 공연이다. 

인지도를 쌓고 있는 젊은 연주자들, 미래를 이끌어갈 차세대 명인들, 중심을 잡아줄 선배 전통예술인들까지. 폭넓은 라인업을 보고 있으면 고민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출연진 구성에 있어 중요한 점은 발판 삼을 무대가 절실한 신진 예술가들 사이에 이미 자리잡은 선배 예술인들이 단단하게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로 참여해 신·구 조화를 이뤘다는 것. 후배들은 의지하고 선배들은 이끌어주는 연결망이 작동하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 피어나는 유대의 감각이 관람객들에게도 전해진다.

지난 12일 수원전통문화관 토요상설공연 ‘젊은 예인전 樂靑(악청)’에서 예술인들이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수원문화재단 제공

지난 12일 첫 순서로 성료한 ‘아트컴퍼니 수’의 연희판에 이어 19일에는 장수미의 가야금과 양금, 천성대의 피리와 생황 연주가 시민들과 소통한다.

이어 26일 이예린의 판소리와 배서연의 한국무용, 9월2일 김현수의 국악 타악, 9월9일 박천경의 거문고·권빛나의 대금, 9월16일 고미혜의 해금·김태형의 대금연주가 이어진다.

물들어가는 가을에도 공연이 계속된다. 10월7일에는 홍성윤의 판소리·정은미의 전통무용 공연이 예정돼 있으며 14일에는 제32회 KBS 국악대경연 단체부문 금상에 빛나는 국악 실내악 팀 ‘흥청’의 무대가 관객과 만난다.

이번 공연의 총감독은 지역 내 국악 공연의 활성화에 힘쓰고 있는 김현수 수원문화원 이사가 맡았고, 공연의 연출은 장수미 수원두레농악보존회 이사(아트컴퍼니 수 대표)가 함께 했다.

특히 장 연출은 공간에 사람이 녹아드는 방법, 공간 특성을 연주자들이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고민을 거듭했다고 말한다. 그는 “수원 지역에서 동료, 선후배 예술인들과 다양한 형태로 공연 활동을 이어왔지만, 한옥에서 상설 공연을 진행하는 건 또 처음이다. 건물과 건물 사이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서 시민들과의 유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체험의 장을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의 전통 예술을 선보이기에 적합한 장소로 한옥 만한 곳이 어디 있겠냐는 생각을 했다”며 “단순히 수동적으로 듣는 공연 대신 보면서 즐길 수 있게 방문객들의 오감을 자극하는 무대를 만들어가는 게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수원문화재단 전통사업부 관계자는 “한옥에서 진행되는 행사 자체의 규모나 성과보다는 왜 한옥에서 공연과 전시가 열려야 하는지 오고가는 사람들에게 납득이 될 수 있어야 한다”며 “수원 시민뿐 아니라 관광객, 외국인들에게도 이 공간에 깃든 활용 가치, 가능성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송상호 기자 ssh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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