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혜의 인사이트] 오픈랜을 아시나요? '타도 5G 화웨이' 외친 美 히든카드
우방국 6G 장비 中 배제 여부도 파악 가능…韓 기회될까
[서울=뉴시스] 심지혜 기자 = 미국은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의 기술력을 견제하기 위해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패권 다툼을 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한 분야가 바로 무선통신 장비 분야입니다.
익히 알려져 있듯 이동통신 장비 시장 1위인 중국 화웨이를 ‘보안’ 이슈를 내세워 대놓고 견제해 왔습니다. 글로벌 첨단 기술의 선두 주자는 주로 선진국이 차지해 왔는데 이동통신 장비에서 만큼은 중국이 우위를 선점하고 있습니다.
특히 5G(5세대 이동통신)에 들어서면서 부터는 견제의 강도가 상당합니다. 5G는 디지털 경쟁력이 되는 인프라인 만큼 기술패권과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이 5G와 관련 장비 시장을 잠식하면 다양성이 상실되고 글로벌 공급망이 각종 리스크에 노출되는 것은 물론 국가 안보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죠. 게다가 이대로라면 5G에 이어 차세대 이동통신인 6G에서 마저 주도권을 놓칠 수 있다고 보고 제동을 건 것입니다.
통신장비 시장 잡은 中 화웨이·ZTE…6G 시대도 위험
中 중심 구조 '개방'으로 깬다…美, 오픈랜의 속내
5G 특허만 봐도 중국은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습니다. 5G 표준에 반영된 특허 수의 국가별 점유율을 살펴보면 유럽이 37%로 앞서지만 단일 국가로 본다면 중국이 33.9%로 단일 국가로 가장 규모가 큽니다. 미국은 15.9%, 우리나라는 7.5%에 그칩니다.
기술 표준은 장비 공급 체계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기술 표준이 없다면 통신장비 제조사마다 서로 다른 기준을 가지고 만들어 서로 호환이 불가능해 집니다. 일례로 한국에서 산 스마트폰을 미국에서 쓰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죠.
5G 표준은 국제 표준화 단체에서 개발하는데 주로 높은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나 기술을 표준으로 하면서도 특정 국가나 지역이 지배력을 갖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로서는 다수의 특허를 보유한 화웨이와 ZTE가 갖춘 기술이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6G로까지 이어진다면 중국산 장비가 글로벌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더 이상 주도권을 놓칠 수 없다고 판단한 미국은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오픈랜(Open RAN, 개방형무선접속망)을 히든 카드로 꺼내 들었습니다.
오픈랜은 이름 그대로 무선접속망(RAN)을 개방하는 것입니다. 기존에는 동일 제조사 장비만 써야 했다면 오픈랜이 도입되면 다양한 브랜드로 구성할 수 있게 됩니다. 자국 기업과 동맹국을 압박해 중국 장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동시에 시장을 개방해 중국에 집중된 구조를 깨겠다는 심산입니다.
동시에 자국 기업의 통신장비 기술 개발을 도모하고 기존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도 본 것 같습니다.
미국 정부는 자국 기업의 기술 개발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미국은 ‘글로벌 통신 생태계 전반의 혁신 지원, 5G 공급망 강화’ 등을 목표로 공중무선 공급망 혁신기금을 추진하면서 ‘중국 업체(화웨이, ZTE)의 보안 위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지원금 혜택에서 중국 등 특정 국가의 단체를 배제했습니다. 국가안보 등 용인할 수 없는 우려가 있는 신청은 승인하지 않겠다는 것이지만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미국 하원은 ’해외 비신뢰 통신 방지법’을 통과시키면서 법의 목적이 미국의 국가 안보와 이익을 보호하고 동맹국의 안보를 위한 중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것에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 동맹국이 화웨이와 ZTE 등 지정된 중국 통신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지 등을 미국 국무부가 조사해 의회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동맹국은 미국과 집단방위조약을 맺은 국가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53개국이 해당됩니다.
조사대상에는 오픈랜도 포함됩니다. 미국 혼자만이 아닌 우방국까지 중국을 배제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죠.
이와 관련, 여재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선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현행 5G 네트워크뿐만 아니라 오픈랜 또는 후속 기술, 향후 6G 네트워크까지 포함해 중국 장비를 사용하는 동맹국 및 이동통신 사업자를 모두 파악하겠다는 계획”이라며 “향후 중국 장비의 대체 계획까지 파악해 동맹국 및 해당국의 사업자에게 장비 대체를 압박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삼성전자와 韓 중소기업, 기회일까, 위기일까
옴디아는 오픈랜 매출이 지난해 전체 RAN 시장 매출의 6.1%에 불과했지만 2025년부터 변곡점을 맞아 2026년에는 16.6%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오픈랜 도입 규모는 2021년 12억 달러에서 2026년 64옥 달러로 5배 이상 성장이 전망됩니다.
일본, 영국, 호주, 독일 등 글로벌 선진국은 이미 기술 확보 경쟁에 돌입했습니다. 특히 일본의 경우 제4 이통사를 중심으로 오픈랜 상용망을 적용했으며 이를 대상으로 세제를 지원하는 정책까지 펼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미국의 오픈랜 육성 정책에 발맞춰 준비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후발주자인 우리나라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5G 장비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은 7.5%에 그칩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동맹국으로 지난해 5월 한미 정상 공동성명을 통해 오픈랜 시장에 대한 양국 협력을 약속했습니다. 미국과 안보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동맹국이자 네트워크 제조 산업의 후발주자라는 점에서 미국과의 오픈랜 협력은 당장은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급기야 정부까지 나서 오픈랜 활성화 정책을 내놌습니다. 민간에서는 ’오픈랜 인더스트리 얼라이언스(ORIA)’ 출범을 통해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ORIA 대표 의장은 국내 이동통신 시장 1위 SK텔레콤이 맡았습니다.
과기정통부와 ORIA는 오픈랜 표준 기반 국내외 장비로 구축한 테스트베드를 통해 시험·실증 기회를 확대하고 내년 안에 오픈랜 장비 국제인증체계(K-OTIC)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오픈랜 장비의 상호운영성을 검증하는 국제 행사도 매년 두 번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5G 오픈랜 칩, 부품, 장비, SW 등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을 2027년까지 추진하고 내년부터는 6G 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도 추진합니다.
또 오픈랜이 기존 대규모 장비 업체의 영향력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국내 중소 기업들도 시장이 열릴 것을 기대하며 준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일례로 쏠리드는 삼성전자와 미국 시장에 공동 진출했고 삼지전자는 노키아와 손잡고 오픈랜 장비 연동시험을 진행했습니다. 또 HFR, 이노와이어리스, FRTek 등 국내 유망 중소·중견기업은 오픈랜에 맞춰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ORIA 의장사인 SK텔레콤 강종렬 사장은 "이제는 이동통신 기술력이 국가 경쟁력으로 집결되고 있다. 선진국은 글로벌 패권 경쟁의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국가 전략 기술로 분류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선도 국가가 될 수 있도록 각자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생태계 구축에 적극 참여해 달라"고 했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simi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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