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인데 입장료 내야되나요?"..가족과 피서갔다 불편했던 추억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임우섭 2023. 8. 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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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화 추진한 '양산 무지개폭포' 현장르포
지난 13일 방문한 양산 무지개폭포 주변 계곡의 모습. 방문객들이 찾아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임우섭 기자

[파이낸셜뉴스] 경남 양산에는 특별한 여름 명소가 있다. 푸르른 천성산을 뒷짐 지어 시원한 계곡물을 내려보내는 양산 무지개폭포다.

무지개폭포는 양산 동북쪽에 위치한 웅상 지역(서창동·소주동·평산동·덕계동)의 유명 행락지로, 시원한 계곡과 경쾌하게 내려오는 폭포가 특징이다. 진입로에는 울창한 나무숲 덕에 햇빛이 차단되고, 시원한 환경이 조성돼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여름 성수기에는 주말 기준으로 하루 수백명이 찾는 지역의 대표적 피서지다.

양산 무지개폭포 내 국유지 지역. 빨간색으로 공간 표시된 곳이 모두 국유지다. 사진=임우섭 기자(네이버지도에 현장 사진 합성)

계곡에 가려면 주차비 8000원+입장료.. 십여년간 논란거리

그러나 이 곳, 무지개폭포는 십여년간 입장료 징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타 계곡 대비 다소 비싼 입장료를 징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지개폭포의 입장료는 차량을 타고 출입할 경우(주차 개념) 8000원, 인당 요금은 성인 4000원, 어린이는 3000원을 받는다. 학생 자녀를 두고 있는 4인 가족이 차를 타고 방문하면 총 2만2000원의 입장료를 지급해야 한다.

입장료를 걷고 있는 주체는 무지개폭포 진입로 일부 구역을 소유하고 있는 A씨다.

A씨는 구역 내 농장과 계곡 보존, 주차관리 등 명목으로 입장료를 징수하고 있다.

무지개폭포 내 대부분의 계곡은 국유지로 구성돼 있다. 국유지가 아닌 계곡이 위쪽에도 일부 존재하지만 A씨의 사유지는 아니다.

A씨는 계곡길 끄트머리에 민박집도 운영하고 있다. 현재 민박 내 음식점은 운영하고 있지 않으나, 바로 앞 사유지 내에 평상을 설치해 값을 받고 있다. 평상은 작은 사이즈 2만원에서 천막이 조성돼 있는 평상 13만원 정도다.

입구쪽 사유지 소유주가 입장료 받아

A씨 측은 입장료에 대해 개인적인 이윤을 위해 받는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관광객들이 버린 쓰레기 처리 등 환경 보존을 위해 필요한 비용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마음휴양농원'이라는 정식 유원지 관리업을 신청함으로서 자신의 사유지를 밟는 것에 대한 정당한 요금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임씨의 일부 사유지는 과거 1990년 자연발생유원지로 지정된 바 있다. 이후 2004년부터 2018년까지는 시의 지원을 받아 하절기 즉, 여름철에만 입장료를 받아왔다. 하지만, 2018년 이후 시에 개인의 입장료 사업을 시가 도와준다는 민원이 제기되면서 유원지 지정이 해제됐고, A씨는 시 지원이 중단되자 지금처럼 사계절 입장료를 받고 있다.

양산시에서 국유지 쪽에 설치한 비상 철계단. 계단을 이용하면 국유지 지역 내 계곡을 이용할 수 있다. 사진=임우섭 기자
주민들 반발에.. 무지개폭포 무료화 추진한 양산시

인근 주민들은 A씨가 진입로 및 일부 구역을 밟는 것에 대해 요금을 징수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계곡 및 폭포로 통하는 유일한 길을 본인이 갖고 있다는 이유로, 반 강제적으로 돈을 걷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민원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양산시 측은 임
A씨의 사유지를 밟지 않은 채 계곡을 즐길 수 있도록 국유지만을 이용할 수 있는 길을 마련했다. 입장료를 받는 입구 옆 갈래길 계곡 쪽에 비상계단을 설치한 것이다.

시는 해당 길을 이용하는 방문객들이 A씨 사유지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국유지와 사유지 경계지점에 길이 30m 높이 1.5m 크기의 펜스를 설치했다.

이후 시는 지난해 말 이번 작업에 대해 '무지개폭포 무료화'라는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냈다.

계단 바로 옆에는 통행을 방해할 경우 처벌할 수 있다는 양산시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 계단을 통해 계곡에 다가가자 사유지라며 다시 돌아서 나갈 것을 제지하고 있는 남성(파란 조끼). 사진=임우섭 기자

막상 가보니, 여전히 요금 내야 진입 가능

그러나, 지난 13일 기자가 이 곳을 방문했을 때는 그간의 보도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였다.

시가 설치한 비상계단을 내려가자 나무 한 그루가 건널 수 없다고 경고하듯 쓰러져 있었고, 나무 중간 부위에는 빨간색 페인트칠이 칠해져 있었다. 나무를 넘어 계곡 쪽으로 건너자 이번에는 파란 조끼를 입은 남성이 나와 '사유지'라며 다시 되돌아갈 것을 요구했다. 사유지와 국유지가 분리됐다는 말과는 다르게, 사유지 주인 측에서 국유지 역시 제지하고 있던 것.

사실상 무료화라고 보도자료 낸 것이 헛방이 된 순간이다.

여전히 유료로 운영되는 탓에 무지개폭포 입구와 멀리 떨어진 계곡을 찾은 방문객들도 여럿 발견됐다. 방문객 이모씨(60대·남)는 "입장객들이 많고, 요금을 내는 것이 부담스러워 찾지 않는다"라며 "잠깐 계곡길을 걸었을 뿐인데, 사유지 측 관계자로부터 제지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방문객 안모씨(38·남)는 무료화와 관련해 전혀 소식을 접하지 않았다며 "돈을 내라고만 해서 냈었다. (생각해보니) 입장료가 많이 아깝다. 주차로 8000원씩 걷고 있는데, 이것도 많이 비싼것 같다"라고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당초 무지개폭포 무료화를 주도했던 박일배 양산시의원은 "국유지를 통해 입장하는 방문객을 제지하는 것은 명백한 범법행위"라며 "이런 행위가 발각될 시 입건 처리를 해야 할 상황"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그러면서 "내년 안으로 입간판을 세우는 등 방안을 거쳐 방문객들이 국유지를 통해 무료로 방문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사유지 주인이 주차비 명목 등으로 차량 통행료를 받고 있는 것에 대해 "정식 주차장으로 등록되지 않았음에도 받는 것"이라며 잘못된 행위라고 지적했다.

양산 무지개폭포. 피서지를 방문해 휴식을 취하고 있는 방문객의 모습. 사진=임우섭 기자
"그래도 이만한 곳 없다" 무지개폭포 찾는 시민들

양산시 관계자 역시 "사유지 주인이 국유지 일부 구역을 침범하지 못하도록 제지하는 것은 잘못된 행위"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국유지를 밟으러 온 피서객들이 사유지를 침범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아직도 무지개폭포는 많은 피서객들이 붐비고 있다. 비용을 지불하더라고 아름다운 풍경과 가족 및 연인, 친구와의 추억을 잃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오후 물놀이를 마치고 나온 피서객 문모씨(59·남)는 "더운 여름철 이곳만큼 쉽게 더위를 해소할 수 있는 곳은 잘 없다"라며 "기분 좋게 귀가하려고 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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