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 권장'에 뺏긴 소중한 내 휴가…MZ근로자는 웁니다 [뉴스'까'페]

이한나 기자 2023. 8. 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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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코로나19가 한창일 당시 유통업계에서는 '강제연차' 논란이 일었습니다. 감염병을 이유로 휴점이 일상이 되면서 경영난 악화로 연차소진을 '권장'해 사실상 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려는 '꼼수' 비판이 나왔는데요. 최근에는 치솟는 물가에 인건비까지 오르면서 중소기업들의 '강제연차' 논란이 다시 떠오르고 있습니다. 
'연차 권장'?…"사실상 강요"

제조업체에 다니는 A씨는 원하는 날 연차 휴가를 쓰기 어렵다고 호소합니다.

A씨는 "회사에 일이 없고 힘들 때 직원들한테 쉬라고 권고를 하지만, 직원이 을인 입장에서 권고가 아닌 강요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여기에 한 번에 3~4일 씩 쓰다 보면 정작 본인이 쓰고 싶은 날짜엔 연차를 쓰지 못한다고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제약회사에 다니는 B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B씨는 "회사가 어려우니 날짜를 정해주면서 강제로 연차를 쓰게 하는데, 사실 저는 연차를 쓰기보다는 돈으로 받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최근 일부 중소기업들이 회사 사정이 좋지 않자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강제로 연차 휴가를 쓰게 하고 있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최근 시몬스에서도 '강제 연차'를 두고 내부 직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직장인 게시판에 들어가 보니 "강요하지 말아 달라", "연차가 없다"는 등 시몬스 직원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직원들에게 공지한 내용을 보면 징검다리 휴일에 '연차 필수', '연차 권장'등의 이름으로 연차를 소진하게끔 하고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시몬스 측은 '연차 권장'을 하는 것이지 강제는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다시 말해 '연차 권장' 날짜에는 담당 팀장에게 보고를 하면 출근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회사 측은 휴가 독려 차원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연차가 낮은 직원들은 눈치가 보여 문제 제기도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호소합니다.

이와 관련해 시몬스 직원 C씨는 "직급이 낮은 직원이 팀장을 포함해 모든 팀원이 쉬는데 혼자 출근하겠다고 보고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작 본인이 쉬고 싶은 날짜 쉴 수 있는 연차는 2~3일밖에 되지 않는다고 호소했습니다.  

"'강제 연차'는 근로기준법 위반"

지난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직격탄을 맞은 유통업계는 연차휴가 소진과 일방적인 근무시간 단축 등으로 직원들의 불만을 산 바 있습니다.

당시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 아워홈 등이 코로나19로 직원들에게 연차 소진, 단축근무 등을 강요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는데, '연차 권고'를 놓고 강제성이 있었냐를 두고 논란이 일었습니다. 

근로기준법에는 근로자가 원하는 날 휴가를 주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때문에 회사에서 날짜를 지정해 연차를 쓰게 하는 건 근로기준법 위반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또 그 시기를 사 측이 일방적으로 직원에게 통보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60조에 따르면 사용자(회사)는 1년간 80%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줘야 합니다.

휴가 시기는 근로자가 자유롭게 지정하도록 보장돼야 합니다.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일도 회사와 직원이 근로계약서를 바탕으로 맺어진 관계이기 때문에 동의를 받아야만 하는 부분입니다.

황호준 변호사는 "중소기업의 경우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가 굉장히 기울어진 운동장이기 때문에 이런 불법적인 관행이 굉장히 만연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습니다.

근로시간 개편?…MZ "'강제연차'부터 고쳐주세요"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연차 사용과 관련해 부당 행위에 대해 관리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직장갑질 119가 올해 직장인 1천 명을 조사한 한 설문 조사를 살펴보면  '자유롭게 연차 휴가를 쓸 수 없다'라는 응답은 30.1%, 회사가 작을수록 연차를 잘 쓰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취재 과정에서 만난 직원들 대부분은 중소기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노조도 없고 노사 협의체 조차 없어, 회사가 강제로 휴가를 쓰게 하더라도 눈치가 보여서 또는 불이익을 당할까봐 회사에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는 "강제 연차와 같이 불합리한 근로 관행 사례들을 모아서 처벌이 아니라 하더라도, 캠페인 또는 행정지도 등을 통해 고용노동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고용부는 근로시간 개편 수정안 막바지 작업이 한창입니다. 근로시간 개편안은 현행 ‘주 52시간제’를 느슨하게 풀어 일이 몰릴 때 집중적으로 일하고 쉴 때는 오래 휴식을 취하게 하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지난 3월 발표 당시 ‘주 69시간 과로 근무’ 논란이 일자 정부는 설문조사를 거쳐 정책을 다듬겠다고 한걸음 물러난 바 있습니다. 당시 MZ노조는 '포괄임금제'와 더불어 '강제 휴가'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한 바 있습니다. 근로시간 개편 수정안이 나오기 전 근본적인 대책마련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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