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명 미술품 공유 전시… 세계인 시선집중 [파주 K-컬처 新중심에 서다③]

김요섭 기자 2023. 8. 19. 08:3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999년 문화예술지구 프로젝트 시작... 루브르 분관 등 세계 미술관 8곳 건립
자체 브랜드 없는 ‘임차 문화’ 한계점... “고유의 장점 살려, 랜드마크 추진해야”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등을 유치해 세계 최고의 문화·예술지구를 조성하는 공사인데 이 정도 무더위쯤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최근 두바이 공항에서 승용차로 1시간여 거리인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 북쪽 해변가 사디얏섬. 이곳에선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구겐하임 아부다비 미술관(뉴욕 현대중심미술관) 등의 건립 공사가 한창이었다. 공사현장에서 만난 파키스탄 출신 한 근로자는 “아랍이 한때 세계 최고 문화강국이었던 영광을 재현하는 역사의 현장”이라며 자부심이 높았다.

아부다비 북쪽 페르시아만 해변가에 조성되는 문화예술지구 사디얏섬 지도. 루브르아부다비박물관 등 세계적 박물관과 미술관 8곳이 들어서며 15만명 거주가 목표다. 구글맵 캡처 

 

파주 통일동산에 건립되는 국립민속박물관 등 국립문화유산자산 5곳과 CJ ENM 스튜디오 센터, 북시티 등을 묶어 K-컬처(문화) 브랜드를 창출해 신한류 랜드마크를 구현 중인 가운데 아부다비가 파주와 유사한 길을 걸으며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특정 지역에 단시간에 걸쳐 대규모 국립박물관·미술관단지를 건립하며 세계적인 문화·예술랜드마크를 목표로 하는 게 파주지역 콘셉트와 비슷해서다.

세계적인 건축가로 손꼽히는 장 누벨(프랑스)이 르부르 아부다비 박물관을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모습으로 설계했다. 김형수기자

■ 사디얏섬, 프랑스·미국·영국 등 명품 브랜드·전시물 모두 임차

아부다비 정부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 7개 토후국 중 두바이가 일찌감치 관광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면 맏형 격인 아부다비는 세계적 문화도시를 상징으로 만들겠다며 차별화하고 있다. 

이렇게 탄생한 게 1999년 문화예술지구 사디얏섬 프로젝트다. 여의도의 3배 크기로 아부다비 중심가에서 북쪽 페르시아만 해안가에 접해 있던 사막 평지다. 아부다비는 당시 이곳에 인구 15만명의 호텔, 리조트는 물론 세계 최고박물관·미술관 브랜드와 소장품 등을 유치해 문화랜드마크로 삼는다고 발표했다.

영국으로부터 진품 소장품등을 10년간 임차해 개관 예정인 자이드 국립박물관이 신축되고 있다. 김형수기자

세계 유명 건축가들을 동원해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첫 해외 분관을 비롯해 솔로몬 구겐하임재단의 미술관, 해양박물관(안도 타다오), 자이드 국립박물관(영국), 미국 뉴욕대 캠퍼스 등 세계적 명성의  박물관, 미술관 8곳을 설계 및 건립 중이다. 이 가운데 루브르 아부다비 박물관(세계문화역사박물관)은 지난 2017년 11월, 10여년에 걸친 역사적인 대공사 끝에 개관했다.

아스테린 루브르 아부다비 박물관 홍보 관계자는 “프랑스 측과 2007년 협정을 맺어 향후 30년간 루브르라는 박물관 이름값과 국보급 소장품 일부를 임차했다”며 “빌린 비용이 막대하나 세계인이 인정하는 브랜드인 만큼 짧은 기간에 아부다비가 세계적 명소가 됐다”고 설명했다.

루브르 아부다비 박물관 입구의 모습. 김형수기자

■ 세계적 건축물 및 전시물, 유럽행 찾는 발길 아부다비로 돌려

현재 사디얏섬에서 유일하게 개관한 루브르 아부다비 박물관은 2009년 세계적인 건축가 장 누벨(프랑스)이 설계했다. 국내에서 삼성리움미술관 등도 설계한 장 누벨은 설계 당시 박물관 건물 주변에 의도적으로 물길을 만들었다. 공사가 완공된 후 바닷물로 이 물길을 채워 마치 루브르 아부다비 박물관이 바닷물 위에 떠 있는 섬처럼 만든 것이다.

지붕은 지름 180m 원형 돔 지붕으로 설계됐다. 장 누벨은 “사막 한가운데 오아시스의 야자수 잎들이 서로 엉켜 그늘을 만들고 그 틈새로 빛줄기가 쏟아지는 것에서 착안했다”고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형태는 아랍 전통 문양 나무 격자무늬 별 모양(마쉬라비야)이다. 별 모양 금속 7천800여개가 야자수 잎처럼 촘촘히 짜여 이 틈새로 빛이 소나기처럼 쏟아진다. 그래서 빛 투과율이 1.8%에 불과 박물관 내부 온도를 적정선에서 유지해 준다고 박물관 측은 설명했다.

루브르아부다비 박물관에는 이슬람은 물론 기독교, 불교의 진품들이 전시돼 전세계에서 찾아온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자아 내고 있다. 사진은 15세기 인도 불상. 김형수기자

관람객 소냐씨(중국인)는 “입구에서 보면 박물관 건물이 마치 바다에 둥둥 떠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지붕의 금속 별들이 햇빛에 따라 기하학적 패턴을 연출하는 등 아름다운 건축물”이라고 말했다.

전시된 명품에도 관람객의 찬사가 쏟아졌다. 애니씨(아르메니아인)는 “프랑스로 가려다 아부다비에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피카소 진품이 있다기에 유럽행을 포기했다”며 “아랍이라는 설레는 문화, 진품 명화 등을 눈앞에서 보니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아스테린씨는 “르부르 아부다비 박물관 건립 전과 후는 비교할 수 없다. 하루에도 수만명이 찾아온다. 아부다비가 세계의 문화중심 국가로 국격이 상승했다”고 말했다.

아부다비 정부가 사디얏섬을 문화예술지구로 지정한뒤 잇따라 건립되는 박물관과 미술관. 김형수기자 

■ 파주 통일동산과 다른 아부다비 사디얏섬의 한계

아부다비 정부가 사디얏섬을 세계적 명소인 문화예술랜드마크를 구현하는 전략은 크게 세 가지다.

오일달러로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며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을 비롯해 미국, 영국 등 세계적 명성의 박물관, 미술관을 임차해 단지화하는 것이다. 

이어 장 누벨, 프랭크게리, 안도 타다오 등 세계적 건축가 이름으로 건축물을 설계한 데 이어 레오나르도 다빈치, 피카소 등 이슬람, 기독교, 불교 등을 모두 포함한 세계적 진품 전시로 유럽행 관람객들의 발길을 아부다비로 돌리게 한다.

아부다비의 이런 전략은 파주 통일동산에 국립문화시설 5곳을 건립하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파주시 등 관계당국이 참고할 만하다.

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건 파주 통일동산은 우리 고유 문화를 세계시장에 내놓는 한류 브랜드이나 아부다비는 자체 브랜드는 없고 그 자리를 유럽 임차문화가 메워 끌고 간다는 점에서 구조적 한계가 있다.

국내 국립박물관의 한 관계자는 “아부다비가 내놓은 문화 브랜드는 프랑스, 미국 등지에서 빌려 온 것이다. 전시물도 규모가 작다. 결코 프랑스 등과 비교우위에 있지 않다”며 “파주 통일동산은 아부다비의 장점(건축물, 집적화, 진품 전시 등)은 참고하되 철저히 K-컬처 브랜드로 한류랜드마크를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루브르아부다비 박물관 아스테린 홍보담당관  

인터뷰 아스테린 루브르아부다비 박물관 홍보담당관

“루브르 아부다비 박물관은 세계 다른 시대의 문명과 예술을 아랍에서 볼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역사문화 박물관입니다.”

루브르 아부다비 박물관 아스테린 홍보담당관(카메룬인)은 경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 이슬람, 불교, 기독교의 고대~현대를 상징하는 예술품을 모두 갖췄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이 아부다비에 건립된 것과 관련해 “아부다비는 세계 최고의 문화도시를 표방한다”며 “그래서 1990년대 후반부터 추진한 게 특정 지역을 집단화해 박물관과 미술관을 건립하는 사디얏섬 프로젝트였다. 루브르 박물관도 그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아부다비 북쪽 페르시아만 해변가의 사디얏섬은 여의도의 3배 크기다. 프랑스와 미국 등지의 유명 박물관 등 8곳을 단지화한다.

이어 그는 “루브르 아부다비 박물관은 외관 건축물과 전시품이 세계 최고”라며 “장 누벨이라는 거장이 아랍 전통문화 등에 착안해 설계했는데 박물관이 마치 바다 위에 떠 있고 야자수 잎 모양의 금속 별을 엮어 만든 돔 지붕은 환상적이다. 유럽에서만 볼 수 있었던 밀레, 모네, 피카소, 세잔 등 세계 최고 작가 작품이 전시돼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아스테린 홍보담당관은 “관광도시 두바이는 많이 찾지만 아부다비는 매력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루브르 아부다비 박물관 개관 이후 전 세계에서 하루 1만명 정도 찾아 온 적도 있다. 브랜드의 힘”이라며 “아부다비는 (한국처럼) 5천년의 역사를 품고 있다. 사디얏섬에서 최고의 박물관, 미술관 등이 완성되면 아부다비는 유럽으로 가던 발길을 돌리는 문화 블랙홀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부다비=김요섭·김형수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김요섭 기자 yoseopkim@kyeonggi.com
김형수 기자 vodokim@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