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영수 “母, 잦은 재혼에 충격…나 때문에 돌아가셨다” 눈물 (‘금쪽상담소’)[종합]

유수연 2023. 8. 19.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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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유수연 기자] 코미디언 엄영수가 ‘채무’와 관련된 고민과 유년 시절을 털어놨다.

18일 방송된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는 게스트로 엄영수가 출연, “돈을 빌려주고 99.9%는 못 받았다”는 말과 함께 거절하지 못해 손해 보는 것이 고민임을 밝혔다.

이날 엄영수는 돌려받지 못한 돈의 금액을 묻자 “다 잊어버렸다. 못 받는 건 못 받는 거다. 빨리 잊어버려야 한다. 한 번에 집 날아간 적도 있다”라고 털어놓기도. 이어 “액수가 클수록 못 받는다. 삼천 원 이만 원은 받는다. 근데 몇천만 원, 억대가 되면 거의 안 갚는다. 돈을 빌려줘서 지금은 잘사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데도 안 갚는다”라며 “돈을 빌려줄 여력이 안 되면 안 된다고 해야 하는데, 마치 돈이 있는 것처럼 대출해서라도 빌려준다”라고 말해 걱정을 자아냈다.

그는 “지금 제 나이가 칠십이 넘었다. 노후 준비를 해야 하지 않나. 나이가 들면 일거리가 급감한다. 지금까지 그런 거는 전혀 생각을 안 하고 살았다. 이것도 병이다. 고쳐야 한다”라고 말하며 “느닷없이 항상 (빌려달라는) 부탁이 들어온다. 그런 일을 당하면  화가 난다든지 안 하면 되는데, 그걸 알면서도 이 사람은 갚겠지, 이 사람은 예외지, 하고 믿는다”라고 토로했다.

이윤지는 “돈 빌려 간 약속한 시각이 넘어갔을 때 독촉하진 않았나”라고 질문, 엄영수는 “빌려 간 지 한 10년도 넘은 사람이 있다. 액수도 큰데, 지금까지 돈 달라는 소리 안 했다. 안 주고 있는 사람한테 달라고 하면 주겠나”라면서 “그래서 내가 얘기해 봤다 ‘내가 이번에 결혼한다. 축의금이라 생각하고 얼마만 보내라’. 그래도 안 보낸다”라며 허탈해했다. 이어 “매일 사람을 보내고 (독촉할) 방법은 많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다”라며 “이런 걸로 화났으면 벌써 죽었을 것”이라고 웃었다.

이를 듣던 정형돈은 “일할 때 보수는 잘 받나”라고 우려했고, 엄영수는 “사정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나중에 보내준다고 하고 거의 안 준다. 그럼 위문 공연했다 한다 생각한다. 좋은 일 한 번 했다, 다음을 보는 거다, 이 사람이 지금 없는 거지, 계속 없지는 않을 거 아니냐. 힘든 사정을 못 본 척하면 안 되지 않나”라고 말해 MC들의 탄식을 자아냈다.

행사비를 떼먹힐 뻔한 에피소드도 전했다. 엄영수는 “한 번은 ‘오시면 바로 행사비를 드리겠습니다’하더라. 이용식 씨가 소개한 행사였는데, 가니까 진짜 외투 안쪽에 현금이 가득하더라. ‘지금 드릴까요?’ 하길래 그때는 무대를 해야 하니 ‘내려와서 주세요’하고 행사를 시작하니 그 사람이 문 쪽으로 나가더니 사라져 버렸다”라면서 “그런데 고마운 건, 이용식 씨가 그걸 책임지고 받아와 줬다. 정말 좋은 분”이라고 회상했다.

또한 행사비를 현금이 아닌 ‘현물’로 받은 적이 대다수라고. “옻나무도 받고, 포도 축제에 가서 포도를 받아서 왔다. 종류를 가리지 않고 뭐든지 가져오면 돈이 되니까 받아왔다”라고 말하자, 정형돈은 “돈 되는 게 아니라 돈을 받으셔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이에 엄영수는 “내일 날이 밝으면 또 일할 수가 있다. 그러니까 그건 억울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저도 성격이 급하고, 화도 낸다. 그런데 관계를 더 중요시하는 거다. 그냥 모른 척해서 차라리 좋은 말이나 듣는 게 낫지, 싶다. 나는 여태까지 돈 빌려주면서 차용증 같은 것도 한 번도 쓴 적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듣던 오은영 박사는 “돈을 빌려주는 것까지는 호의로 이해해 볼 수도 있는데, 일을 하시고 나서 거기에 정당한 노동의 대가조차 요구를 못 한다는 건 문제가 아닐까 싶다. 그분이 이용식이었다면 출연료를 주셨을 것”이라며 “단지 이거를 ‘호인’이구나 라고는 볼 수 없다.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이걸 ‘호구’라고도 한다”라고 냉철하게 판단했다.

이에 엄영수는 “사람과의 관계나 나에 대한 시각을 더 중요시하는 것”이라면서도 “’다음부터 저런 사람은 상대하면 안 되겠다.’, 하는 생각도 가끔 한다. 빌려 갔던 사람이 다시 또 올 때도 있다. ‘그땐 못 갚았는데 이번엔 꼭 갚겠다’라고 하는데, 자기가 진짜 잘못한 걸 알지 않나. 그래서 또 도와준 사람이 있다. 물론 돈은 못 받았다”라고 털어놨다. 이에 오 박사는 “‘제로섬’이면 호구, ‘윈윈’이면 호인이다. 호인은 나의 한계와 역량을 알고 타인을 도와주는 사람”이라며 “남을 도와줄 때 상대방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일일까, 생각해야 한다. 이걸 놓치고 구별 없이 다 도와주다 보면 나와 상대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오 박사가 “어려운 사람을 보면 어떤 마음이 드냐”라고 질문하자, 엄영수는 “걱정이 든다. 저걸 해결이 되어야 하는데, 하면서. 누가 사정을 하면 걱정이 되고, 위기만 넘기면 괜찮겠는데, 하다 보니 다른 데서 돈을 빌려다 도와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코미디언 협회장을 맡고 있는 엄영수는 한 코미디언 후배의 일화를 언급하며 “당장 수술 안 하면 죽는 상황이었다. 그 후배도 참 착한 여자 후배인데. 선배들한테 부담을 안 주려고 투병 사실을 안 알린 거다. 우리(코미디언 협회)는 이런 일을 하려고 있는 사람들이야, 하고 빌려준 적도 있다”고 회상했다. 이어 “코미디언 선배들이 어려운 분들이 많다. 코미디언 협회 한 달 회비가 월 오천 원이다. 적어 보이지만, 그 오천 원도 못 내는 사람들이 있다. 멤버가 천여 명에 가까운데, 그 회비를 폐지했다. 내가 한 번 더 해서 재능 기부로 협회를 운영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는 “공중파에서 코미디가 없어지니까, 코미디를 하는 사람들이 전부 직업을 잃었다. 그래서 매일 가슴이 아프다. 너무 후배들한테 미안하다. 제가 23년째 협회장을 하고 있는데, 사실 은퇴하든지 사임을 해야 한다. 내가 할 일이 아니다. 제가 회장을 하는 중에 공중파에서 코미디가 사라졌다. 너무 죄인이다. 내가 제일 먼저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 게 가슴이 아프다. 이런 게 중요하다. 코미디 단체가 살아나야 하는 게 더 중요하다”라며 책임감을 보였다.

엄영수는 과거 유년 시절에 대한 기억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옛날 부모님이 올바른 조언을 해줘도 반발하는 성격이 있었다. 어렸을 때 가출도 여러 번 했다. 그때는 바른말, 틀린 말을 안 따졌다”라며 “부모님과 늘 충돌했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말을 잘 안 듣는 녀석이다 해서 혼이 많이 났다. 고등학교를 올라가면서 서울로 오고 싶었다. 그래서 그때 가출을 해서 학교에 다니며 부모님과 그때부터 떨어져 살았다”라고 돌아봤다.

이어 “가정 형편도 어려울 때였다. 아버님이 이장을 오래 하셨는데, 빚을 많이 지셨다. 이장을 하면 마을 회비를 걷어야 하는 경우 아버지가 사비로 대납했다. 그러다 보니 어머님이 막걸리 장사도 하고 시장에서 (빚 갚기 위해) 고생을 많이 했다. 거기 있으려니 안되니까 가출을 한 것”이라며 “그러다 군대에 갔는데, 집주인이 물건을 가지고 가라 해서 몇 개 들고나왔는데, 군대 가 있는데 절도죄로 신고한 거다. 그러고 시골에 와서 공갈해서 어머니한테 돈을 뜯어 갔다. 그걸 헤쳐가면서 살아온 게 내 인생”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엄영수는 “서울에 다니면서 고등학교에 다니던 때, 어머니가 계속 음식 같은 걸 날라다 주셨다. 하다못해 휴지가 귀하다 보니 신문지라도 오려서 기숙사에 가져다주셨다”라며 “제가 형제가 3남 2녀다. 그중 나를 가장 사랑하셨던 것 같다. 제가 역아로 나와서 어머니를 속을 많이 썩였다. 낳을 때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만큼 각별히 생각한 것 같다. 항상 야단칠 때도 매를 더 많이 맞았다. 지금은 더 혼을 내주신 것도 감사하다”라고 전하기도.

더불어 “제 가정이 흔들리고 잘못될 때마다 가장 미안한 게, 어머니 때문이다. 강인한 어머니라 100세 이상 사실 줄 알았다. 그런데 제가 결혼했다 이혼했다 재혼했다 하니까, 동네 사람들이 와서 자꾸 얘기라도 하는 거다. 어머니가 자꾸 충격을 받아서 저 때문에 일찍 돌아가신 거다. 그래서 어머니에 대한 생각이 많이 난다”라며 눈물을 보여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yusuou@osen.co.kr

[사진]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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