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통치를 회고하는 일방적 기억…잊지 말아야 할 '역 징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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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한병합'이라는 것은 내가 알고 있는 한에는 우리나라의 야망을 위해 행한 것이 결코 아니다."
1899년부터 7년간 주한 공사를 지내며 한일의정서, 을사늑약, 한일협약 체결 등에 깊숙이 관여한 하야시 곤스케(1860∼1939)는 훗날 이같이 회고했다.
최근 출간된 '조선 통치의 회고와 비판'(가온누리)은 당시 하야시 곤스케를 비롯해 일본인 90명이 쓴 글을 모아 1936년에 출판한 책을 번역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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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일한병합'이라는 것은 내가 알고 있는 한에는 우리나라의 야망을 위해 행한 것이 결코 아니다."
1899년부터 7년간 주한 공사를 지내며 한일의정서, 을사늑약, 한일협약 체결 등에 깊숙이 관여한 하야시 곤스케(1860∼1939)는 훗날 이같이 회고했다. 당시 주위 상황을 고려하면 일본이 '어쩔 수 없이' 병합이라는 경로를 따랐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식민 통치가 이뤄진 지 25주년을 맞아 1934년 조선신문(朝鮮新聞)에 기고한 글에서 "문화의 향상과 산업의 발전을 보게" 돼 "참으로 감개무량"하다며 벅찬 마음을 드러냈다. 조선신문은 일제 강점기 국내에서 발행된 일본어 신문 중 하나다.
최근 출간된 '조선 통치의 회고와 비판'(가온누리)은 당시 하야시 곤스케를 비롯해 일본인 90명이 쓴 글을 모아 1936년에 출판한 책을 번역한 것이다.
통치 25주년을 회고하는 글에는 비판과 반성 대신 자긍심이 가득하다.
조선신문사 측은 당시 서문에서 "1910년의 일한병합은 실로 근세의 위업"이라며 "날이 갈수록 일합병합이 탁월한 식견임이 명백히 입증되었다"고 자평한다.
글을 기고한 인사들은 사법, 경제, 교육 등 각 분야에서 성과를 냈다고 자화자찬한다. 이들은 조선 말기 각종 폭정과 폐단을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 '절망' 같은 상황을 벗어날 수 있었던 데는 일본 즉, 식민 통치의 영향이 크다고 강조한다.
"여러 해의 폭정에 울고 가렴주구에 고통받았던 조선 민중이 오늘날 그들의 생명과 재산의 안전을 얻고 모든 문화적 시설을 누릴 수 있게 된 일한병합에 따른 은택이다." (후지카와 도시사부로)
일제에 적극적으로 협력한 인물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두드러진다.
홋카이도 장관을 지낸 사마다 우시마로는 '뛰어난 위인인 송병준 백작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글에서 "원래 양반 가문 출신인데, 매우 대담하고 도량이 넓다"며 치켜세웠다.
대한제국기에 농상공부대신, 내부대신 등을 지낸 송병준은 일제에 적극적으로 협력한 공적으로 일본 정부로부터 자작 작위를 받았던 대표적인 친일파다.
일본인 시각에서 쓴 글이다 보니 읽다 보면 불편한 부분도 상당하다.
예를 들어 1895년 일본인들이 명성황후(1851∼1895)를 시해한 을미사변에 대해서는 '조용히 참고 있었던 우리 일본의 감정을 자극하여'라며 자의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책을 번역한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장은 "이 또한 잊지 말아야 할 역사"라고 강조한다.
김 원장은 "일본인들이 직접 쓴 일제강점기 조선 이야기는 읽을수록 섬세하고 섬뜩하다. 비판과 성찰도 조금 나오지만 대부분 자화자찬식 회고"라고 지적한다.
그는 책의 부제인 '일본인이 쓴 역(逆) 징비록'을 언급하며 "일본은 이런 잘못을 다시 저지르지 않기 위해, 한국은 그런 피해를 더 입지 않기 위한 책"이라고 의미를 부연했다.
김슬옹·신한준 옮김. 360쪽.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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