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은 섬] 아르끝‧좀바끝 골목마다 예술작품 숨어있네

박영래 기자 2023. 8. 19.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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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없는 미술관' 고흥 연홍도…섬 전체가 미술관으로
프로레슬러 노지심·백종호 고향…거금도·금당도 절경 한눈에

[편집자주] 전남도가 2015년부터 역점적으로 추진했던 '가고 싶은 섬' 사업. 풍광, 생태, 역사, 문화자원이 풍부한 전남의 섬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섬 정주여건을 개선하자는 차원에서 시작됐다. <뉴스1>이 가고 싶은 섬 사업을 통해 특색있고 매력적인 생태관광지로 탈바꿈한 전남의 주요 섬을 직접 찾아 그곳만의 매력을 들춰봤다.

고흥 연홍도 연홍미술관./뉴스1 ⓒ News1

(고흥=뉴스1) 박영래 기자 = "우리 섬을 홍보하러 오셨다는데 뱃삯은 할인해드려야죠."

전남 고흥 금산면 신양선착장과 연홍도를 오가는 14톤급 여객선 '연홍호'를 운행하는 진성용 선장(63)의 기분 좋은 말 한마디다.

여객선에 올라 이것저것 묻는 필자에게 "연홍도 취재오셨냐?"고 되묻던 진 선장은 필자가 왕복운임으로 지급했던 5000원권 지폐 한 장을 다시 돌려준다.

한사코 사양했지만 뱃사람의 고집을 꺾기는 쉽지가 않다.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의 날씨였지만 진 선장의 작은 호의에 연홍도로 들어가는 발걸음은 왠지 모르게 상쾌하다.

연홍도 토박이인 진 선장은 연홍도가 2015년 전남도의 '가고 싶은 섬' 사업 대상에 선정된 이후 올해까지 7년째 연홍호를 운행하고 있다.

필자를 포함해 10명이 배를 타고 연홍도로 향한다. 진 선장은 "연홍도는 봄과 가을에 관광객들이 가장 많고 요즘처럼 폭염이 너무 심한 여름철에는 비교적 한가하다. 그래도 주말에는 100여명 정도씩 섬을 찾는다"고 전했다.

14톤급 여객선 ‘연홍호’를 운행하는 진성용 선장(63). ⓒ News1

여객선에서 만난 고충일씨(68)는 "울산에서 전남으로 휴가를 왔다. 연홍도가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잘 알려져 있어 한번 둘러보기 위해 들어간다"고 말했다.

신양선착장에서 연홍도 선착장까지의 직선거리는 고작 400m. 도선을 타면 채 5분이 걸리지 않는다.

출발했나싶더니 벌써 섬에 도착한다. '아름다운 섬 연홍도'라고 적힌 커다란 입간판이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연홍도는 면적이 0.55㎢밖에 되지 않는 말 그대로 '손바닥 만한' 작은 섬이다.

왼쪽 방파제 위에는 '소라부부'라고 이름 붙여진 대형 흰색 소라조형물 2개와 한무리의 아이들이 연홍선착장을 향해 달려오는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작품에는 '연홍아 놀자'라는 제목이 붙었다.

선착장 바로 앞에 들어서 있는 '연홍스마트센터'를 관리하는 최완숙 사무장(54‧여)이 반갑게 취재진을 맞이한다. 그와 함께 전동카트를 타고 섬 투어에 나섰다.

그는 50여 가구 연홍도 마을 주민 대부분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섬 인(in) 섬 연홍도 협동조합'의 사무장이자 섬 코디네이터 역할을 맡고 있다.

연홍도 선착장에 세워진 소라부부 조형물./뉴스1 ⓒ News1

전남도의 '가고 싶은 섬' 사업에 선정된 연홍도는 그 속에 자그마한 미술관을 가지고 있어 '예술의 섬'이란 주제로 섬 전체가 하나의 미술관으로 꾸며졌다.

골목골목에 숨어 있는 미술작품들은 고흥의 이야기와 바다의 소리를 담고 있다.

섬 트레킹은 여객선을 타고 내리는 연홍선착장을 기점으로 '아르끝 둘레길', '좀바끝 둘레길', 연홍미술관길, 해안둘레길 투어로 크게 나뉜다.

"아르끝은 아래끝이란 의미고 좀바는 생김새가 무섭게 생긴 생선인 쏨뱅이의 연홍도 사투리다. 연홍도 인근에서 쏨뱅이가 많이 잡혀 좀바숲길, 좀바끝둘레길, 좀바끝 등 지명이 많다."

최완숙 사무장의 설명이다.

연홍마을길로 들어서 왼쪽으로 돌면 아르끝 둘레길이다. 반대로 오른쪽으로 돌면 연홍미술관길과 좀바끝둘레길 등으로 향할 수 있다.

고흥 연홍도 담벼락 작품/뉴스1 ⓒ News1

먼저 향한 곳은 아르끝 둘레길. 마을 안길로 들어서니 가장 먼저 동네 주민들의 얼굴이 담긴 사진들로 구성한 대형 타일벽화가 눈에 들어온다.

고흥 금산면 출신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프로레슬러인 김일 선수와 연홍도 출신 프로레슬러 노지심과 백종호의 사진도 찾아볼 수 있다.

골목마다 예쁘게 단장된 담장벽화가 아름답다는 느낌이 든다. 고흥 출신의 세계적인 축구스타 박지성 선수와 김태영 선수의 벽화도 생동감을 더한다.

장어통발 등 버려진 폐어구를 활용한 예술작품들도 군데군데 눈에 띈다. 기왓장을 활용한 작품들은 소박하지만 골목길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마을에서 나지막한 소원오름길을 올라 당집전망대에 올라서면 섬 앞쪽으로 거금도, 뒤쪽으로 금당도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넉넉히 1시간이면 아르끝둘레길 트레킹이 가능하다.

고흥 연홍도/뉴스1 ⓒ News1

마을 안길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들어가면 연홍미술관길이다. 마을에서 연홍미술관길을 따라 10여분 정도면 폐교를 활용해 만든 연홍미술관에 도착한다.

폐교된 연홍분교를 개조해 2006년 미술관으로 꾸며 문을 열었다. 교실 2개동과 관사를 개조해 전시실과 숙소, 식당 등을 만들었다.

화려한 미술관으로 탈바꿈하면서 입구에 서있는 이순신장군 동상과 책 읽는 소녀상이 이곳이 학교였음을 짐작케 해줄 뿐이다.

전시작품들은 1년에 4차례 정도 교체전시하고 있다. 미술관에서 예술인들의 체류창작활동, 단체연수, 주민생활복지시설로도 활용 중이다.

미술관을 가는 길에 조성된 방파제 안쪽에서는 바닷물이 빠지면 고동과 해삼을 잡는 체험도 가능하다.

고흥 연홍도 담벼락 작품/뉴스1 ⓒ News1

연홍미술관에서 계속 해안가를 타고 직진하면 좀바끝둘레길로 이어진다. 해안전망대가 나오고 해모가지 해변도 나온다.

"섬 사람들이 해가 목에 걸려 있다는 의미를 담아 '해모가지' 해변으로 이름지었다. 석양이 그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최 사무장이 설명을 곁들이다.

연홍미술관에서 오른쪽으로 오르면 산 정상에 자그마한 펜션이 나온다. 펜션은 5개 동으로 구성돼 있다. 1박 코스로 연홍도 여행을 계획했다면 펜션 예약은 필수다. 가까이에 300년 넘은 당산나무가 자리하고 있다.

연홍도의 또다른 트레킹 코스는 해안둘레길이다. 아직은 공사가 한창이고 해안 데크시설도 미진하지만 둘레길이 완성되면 새로운 명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해안둘레길은 연홍도의 자랑거리인 후박나무 숲과 연결된다.

연홍도 주민들의 주업은 어업이지만 나이 많은 주민들이 많아 그리 넓지 않은 밭은 일구는 농업인구가 주류를 차지한다.

고흥 연홍도 여객선 시간표 ⓒ News1

배를 타려고 대기하는 선착장에서 진명회 마을이장(64)을 만났다.

밭갈이를 하다가 취재 소식을 듣고 잠시 선착장으로 내려왔다는 진 이장이 "취재는 잘 하셨냐?"고 묻는다.

이어 "직접 트랙터를 이용해 밭을 갈고, 공원을 조성하고, 꽃도 심고, 들어오는 관광객도 안내하고 아직도 할 일이 참 많다"면서 "조금만 더 섬 조성사업이 이뤄지면 관광객들이 들어와 편하게 하룻밤 쉬고가는 아름다운 섬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여객선에 오르는 취재진을 향해서는 "연홍도를 나갈 때 멸치 한 봉지 사가시면 마을주민들에게 더없는 도움이 되겠다는 기사 한 줄 넣어달라"고 당부한다.

멸치가 많이 잡히는 연홍도를 향한 그의 소박한 애정이 느껴진다.

yr200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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