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호·필름·바닥재…인테리어 시장도 ‘저탄소 바람’ [ESC]
옷·페트병 등 재활용한 마감재
원목마루나 친환경 장판도 선호
“가격 비싸도 찾는 사람 많아져”
“이제 인테리어에서 ‘지속 가능성’은 기본이라고 봐야 해요. 전엔 환경에도 인체에도 좋으니 친환경 마감재를 써보라고 권하기도 했지만, 이젠 그럴 필요도 없어요. 일반 자재보다 가격이 비싸도 최대한 친환경적인 마감재를 찾는 고객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경기 수원에 있는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 ‘달앤스타일’ 박지현(47) 대표는 최근의 인테리어 동향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기후위기 시대, 인테리어 시장에서도 ‘지속 가능한 삶’이 첫번째 화두다. 소비자의 관심이 향하는 대로 제품 전략도 바뀌었다. 인테리어 마감재를 생산하는 기업에선 이미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1~2년 새 출시된 벽지, 바닥재, 시스템창호(섀시), 주방상판, 인테리어 필름은 저마다 친환경적 요소를 담고 있다.폐기 시 생분해되도록 제작해 토양오염을 방지하고, 제작과 운송과정에서 탄소발자국을 줄이고, 재생 소재로 제품을 만드는 방식 등이 적용됐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지난 1일 공개한 ‘환경성적표지 유효인증현황’을 보면, 엘엑스(LX)하우시스의 벽지·단열재·시멘트 등 27개, 현대엘앤시(L&C)의 타일·장판·창호 프로파일 등 15개, 케이씨씨(KCC)의 석고보드·인테리어 필름 등 14개의 인테리어 제품들이 저탄소 인증을 받았다.
“나를 위한 지속 가능 인테리어”
이런 친환경 마감재를 소비하는 연령대는 대개 엠제트(MZ)세대 신혼부부와 어린 자녀가 있는 가족이다. 의식있는 소비를 위한 큐레이션 플랫폼 ‘시큐알(CQR)’의 리더 김예현(32)씨도 최근 신혼집을 꾸미며 지속 가능한 인테리어를 고려했다. 그는 주방에서 사용하는 집기를 대부분 스테인리스로 구매하고, 침구와 커튼 등을 오가닉 패브릭(친환경 방식으로 생산한 목화를 이용한 면 소재)으로 갖췄으며 모든 가전을 중고거래로 구입했다.
“지속 가능한 생활은 환경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저를 위한 것이기도 해요. 환경적인 부분을 고려하면서 일상의 사소한 선택을 한다는 게 재미있고 멋지더라고요. 이런 일에 시간을 투자하는 게 결국은 제 자존감을 높이는 일이기도 하고요.” 김씨는 인테리어를 최소화하는 것이 의식 있는 소비라는 생각에 기존에 있던 마감재를 그대로 두고 벽지만 교체했다. 미래 세대가 사용할 자원을 낭비하지 않는 동시에 그들의 삶을 위한 선택인 지속 가능성은 이렇게 그들의 집에 적용된다.
이런 분위기에 맞춰 재활용 소재로 만든 ‘리사이클 마감재’ 생산이 늘고 있다. 현대엘앤시는 이미 2018년에 재활용 페트(PET) 소재로 만든 인테리어 필름 ‘보닥데코’를 출시했다. 가구와 문, 몰딩 등에 부착하는 방식으로 이 제품을 전용면적 84㎡ 아파트 한 세대 인테리어에 적용하면 500㎖ 페트병 약 1300개가 재활용되는 셈이다.
엘엑스하우시스는 주방 상판과 욕실에 자주 쓰이는 마감재 인조 대리석 ‘하이막스’에 아크릴계 재활용 원자재를 사용해 인증을 받았다. 의류도 마감재로 재탄생될 전망이다. 한섬은 불태워 폐기하던 재고 의류를 재활용해 친환경 인테리어 마감재로 만드는 ‘탄소 제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인체에 무해하고 단열효과도 높은 이 소재는 매장 내부 마감재로 요긴하게 사용될 예정이다.
스웨덴 친환경 바닥재 ‘볼론’은 간결한 라인, 단순함, 고도의 완성도를 상징하는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을 재활용 바닥재에 담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은 바닥재를 재사용해 다시 새 제품으로 선보일 수 있게 제품의 수명 주기를 설계하고, 이에 맞춰 바닥재를 회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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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인테리어여도 최소한만
지속 가능 인테리어, 우리 집에도 적용할 수 있다. 가장 첫번째로 고려해야 할 것은 바닥재다. 인테리어는 바닥재가 절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에서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어 색채, 패턴, 질감에 따라 실내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기 때문이다. 장판, 강마루, 목재, 타일 등 쓰이는 소재도 다양하다.
최근 두드러지는 건 원목마루의 인기다. 원목마루는 나무 합판 위에 원목을 붙인 바닥재다. 합판 위에 나무 무늬 필름을 씌우는 강마루, 강화마루와 달리 원목 고유의 무늬가 살아 있어 자연스럽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자아낸다. 다만, 제품과 시공 비용이 다른 자재보다 2배 이상 비싸다. 주변 환경에 따라 수축·팽창할 수도 있어 관리도 필요하다. 이런 단점에도 최근 몇년 새 원목마루 소비는 크게 늘었다. 국제산림관리협의회(FSC)의 인증을 받은 원목마루 제품은 환경보호에도 도움이 된다. 산림 경영자가 법을 잘 지키는지, 지역사회와 환경보호에 힘 쓰는지 등을 평가해 부여하는 인증마크이기 때문이다. 국내 브랜드인 이건, 구정마루를 비롯해 수입 원목마루인 하농의 리스토네 조르다노, 두오모앤코의 오리지널 파르퀴에 등이 이 인증을 받았다.
원목마루 비용이 부담이라면 차선책은 친환경 장판이다. 유해물질이 없을 뿐 아니라 환경표지인증을 획득한 친환경 장판의 수요가 크게 늘며 선택의 폭도 넓어지고 있다. 엘엑스하우시스의 장판 지아사랑애는 오염물질 발생을 최소화해 환경표지 인증을 받았다. 현대엘앤시의 장판 소리지움도 매출이 늘고 있다. 아마씨에서 추출한 원료와 목재 분말, 천연 안료 등으로 만들어 재활용이 용이한 천연소재 바닥재인 마모륨도 주목받고 있다.
최소한의 냉·난방으로 적절한 실내 온도·습도를 유지하는 주택 개념인 ‘패시브 하우스’를 실현하기 위해선 성능 좋은 창호가 필요하다. 현재 시장에서 사랑받는 제품들은 기밀성(외부 공기 접촉을 막아 실내 온도 변화를 줄이는 성능)을 높이고 창호 자체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을 확 줄인 것이 대부분이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유리를 적용해 단열성과 기밀성을 높이고, 부속품에 무독성 친환경 첨가제를 사용한 한샘의 창호 ‘밀란’과 엘엑스하우시스의 고단열 창호 브랜드 수퍼 세이브 시리즈 등이 인기가 많다.
어쩌면 가장 지속가능한 인테리어는 인테리어 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리모델링 할 때 발생하는 쓰레기와 이를 폐기하기 위해 드는 탄소발자국은 그 어떤 친환경적 실천으로도 상쇄하기 힘든 수준이기 때문이다. 친환경 소재는 집 수리가 불가피한 순간에 떠올려야 할 제품이다.
박민정 포스트오피스 시니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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