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 포커스] ‘투자 귀재’ 녹십자의 새로운 ‘픽’…ADC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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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십자는 최근 공시를 통해 '카나프 테라퓨틱스'를 관계회사로 편입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투자로 좋은 성과를 내는 것으로 잘 알려진 녹십자가 새로운 투자처를 발굴한 것이란 해석인데, 재무제표상으론 연결로 잡힐 실적 악영향도 일부 감수한 결정이었습니다.
오늘(18일) 녹십자에 따르면, 새롭게 관계회사로 편입된 카나프 테라퓨틱스에는 지난 2020년 첫 투자를 진행했습니다. 당시 50억 원을 투자해 카나프의 시리즈B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습니다. 이 투자로 상환전환우선주로 지분 6.7%를 보유했습니다. 이후 지난 2분기 중 20억 원가량을 추가 투입해 보통주 지분 6.1%를 매입했습니다. 관계사 편입의 기준이 되는 20% 지분에 미치지 못하지만, 이번에 관계사로 카나프를 포함시킨 겁니다.
지분 적지만 '관계사'…실적에도 영향
카나프를 관계사로 편입했다는 건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집니다. 실질적으로 카나프의 경영에 녹십자가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는 방증인 동시에, 녹십자의 연결 실적에도 일부 영향을 미치는 결정입니다.
현재 카나프에는 녹십자의 팀장급 직원 하나가 사외이사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녹십자는 이에 대해 "회사를 대리해 직원이 사외이사로 취임한 것"이라고 확인했습니다. 앞서 녹십자의 투자가 이뤄질 당시 사외이사 자리를 받기로 약정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만큼 카나프의 경영 결정에 녹십자가 관여할 수 있는 여지가 커졌다는 뜻도 됩니다.
나아가, 관계회사 분류는 녹십자의 연결실적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다만 종속회사와 달리 카나프의 실적 전체를 반영하는 것은 아닙니다. 관계회사가 되면 보유한 지분에 비례해 손익을 반영하는 '지분법'이란 회계처리 방식을 따릅니다. 관계회사가 100의 이익을 거뒀을 때 지분을 10% 보유하고 있다면 10만큼만 반영되는 방식입니다. 이는 보통주 기준이고, 상환전환우선주는 지분가치를 평가받아 취득가와의 차이로 손익을 반영하는 방식을 씁니다.
주목할 점은 카나프가 지난해 136억 원의 손실을 기록한 회사라는 점입니다. 녹십자가 보유한 카나프의 보통주 지분은 6.11%입니다. 지난해 수치를 대입하면 약 8억 원의 손실이 녹십자에게 반영됩니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 694억 원을 올린 녹십자 입장에서 큰 금액은 아닙니다만, 카나프는 올해 안에 임상실험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임상이 시작되면 병원과 실험 참여자 등에게 지불해야 하는 돈이 많아지면서 손실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암세포 유도탄' ADC 기술 보유
정리하면, 녹십자는 임상을 앞둔 회사를 관계회사로 품어 실적에 일부 악영향을 감수하면서까지 투자에 나섰다는 뜻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카나프는 최근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핫'한 ADC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회사입니다. 이 기술로 면역항암제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표적항암제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등도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녹십자는 최근 투자에 대해 "카나프와의 우호적 관계와 매입 가격 매력도 등을 판단해 신주 투자 외에 추가 구주(보통주) 매입을 추진했다"며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카나프의 임상이 성공할 경우 이익의 결과가 당사의 손익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뜻입니다.
카나프는 녹십자와 기초 단계에서 공동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최근 롯데바이오로직스와 ADC 플랫폼 기술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했고, 지난해에는 동아ST와 오스코텍에 기술수출도 성공했습니다. 앞서 2010년대까지 여러 차례 투자와 매각을 반복하며 높은 수익을 올렸던 녹십자가 ADC 플랫폼 투자에도 성공한다면 실질적인 연구개발과 관련된 이익에 투자이익까지 거두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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