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테러리스트에게 총 겨누는 CIA 팀장…‘라이어니스’[오마주]
여성 잠입요원은 숨어 있습니다. 밖에선 총을 든 사람들이 그를 찾으려고 뛰어다닙니다. ‘라이어니스’ 교전팀의 리더 조(조 샐다나)는 이 잠입요원과 통화하며 그를 구출하기 위해 교전을 준비합니다. 통화 중 비명이 들립니다. 잠입요원이 테러 조직에 발각됐다고 판단한 조는 드론 폭격을 지시합니다. 거대한 폭발이 일어납니다. 여성 요원의 정체가 발각되고 나서 수모를 겪느니 죽음을 택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겁니다.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조는 최종 폭격 지시 이유를 따져묻는 자신의 상관 케이틀린(니콜 키드먼) 앞에서도 냉철함을 잃지 않습니다.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고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또박또박 말합니다.
조는 테러 용의자의 딸, 아내 등에게 접근해 테러 정보를 파악하는 잠입요원을 훈련시키는 ‘라이어니스’ 팀의 팀장입니다. 조는 새로운 요원을 찾다가 해병대원 크루즈(레이슬라 데 올리베이라)를 만납니다. 남성 파트너의 폭력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입대한 크루즈는 남성보다 우월한 성적으로 테스트를 통과한 상위 1% 해병대원입니다. 조의 마음에 들 수밖에 없겠죠. 조는 새 잠입요원이 된 크루즈에게 “위장이 발각되면 구출은 없어. 알아서 탈출해야 돼”라고 경고합니다. 크루즈와 라이어니스 팀이 테러 용의자의 딸인 알라야에게 접근하면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파라마운트+의 신작 <라이어니스: 특수작전팀>은 미국 CIA 정보요원들의 첩보 액션을 다룬 시리즈입니다. 테러 용의자 딸에게 접근할 때, 딸이 자신의 별장으로 불러 잠입요원 혼자 들어가는 장면 등에서는 긴장감 수치가 쭉 올라갑니다. 긴박하게 조이는 서사와 화려한 액션, 스펙타클한 화면, 빠른 전개 등은 그동안 흔히 봐온 헐리우드 첩보물 문법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가 다른 첩보물과 다른 점은 CIA 교전팀장과 잠입요원 두 주인공이 모두 강인한 여성이라는 점입니다. 조의 상관인 CIA 고위 감독관 케이틀린도 여성입니다. 교통사고를 당한 딸과 “2시간만 부탁드려요”라는 조의 말에 케이틀린은 “3시간은 안돼”라며 매정하게 자릅니다.
단순히 ‘생물학적’ 여성만 내세운 건 아닙니다. 여성 CIA 요원도 누군가의 엄마이겠죠? 시리즈는 첩보물에 ‘엄마 서사’를 더했습니다.
조에게는 두 딸이 있습니다. 특히 14살 첫째 딸은 사춘기를 겪고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엄마와의 시간이 적었고 엄마와의 친밀감이 떨어집니다. 자신이 훈련시킨 잠입요원을 향해 드론 폭격을 지시하고 돌아온 날, 그렇지 않아도 힘든데 딸은 엄마가 집에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죠. 테러 용의자를 잡으러 미국 전역을 비롯해 중동 지역을 넘나들고 빠른 판단을 내리는 냉철한 CIA 요원이지만 딸 앞에서는 속수무책입니다.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CIA 팀장이지만 병상에 누워 있는 딸 앞에서는 무너집니다. 조는 딸에게 “내가 하는 일을 싫어해도 괜찮아. 날 미워해도 괜찮아. 하지만 자학하면서까지 보여줄 필요는 없어”라고 말합니다. 딸은 “엄마 안 미워해. 안 미워해 그리울 뿐이지”라고 답합니다. 이렇게 ‘육아 교과서’에서 아이와 대화하는 방법에 나올법한 따스한 말을 주고받은 조는 곧장 군복으로 갈아입고 테러리스트들에게 총을 겨눕니다. 첩보물에서 보는 ‘엄마와 딸’의 서사는 낯설고도 신선합니다.
다만, 순도 100% 첩보 액션만을 원하는 시청자라면 ‘엄마 조’의 이야기가 긴장감을 떨어뜨린다고 느낄 수도 있어 보입니다. 테러 용의자의 딸과 잠입요원이 순식간에 친해지는 장면도 지나치게 영화적 설정이라고 느껴집니다.
시리즈의 출연진은 화려합니다. 팀장 조는 <아바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 주역인 조 샐다나가 맡았고, CIA 감독관 케이틀린은 니콜 키드먼, CIA 부장 바이런은 마이클 켈리, 국무부 장관 에드윈은 모건 프리먼이 연기합니다. 연출은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로스트 인 더스트>의 시나리오를 쓴 테일러 셰리든이 맡았습니다.
총 8부작으로 현재 5회까지 공개됐습니다. 오는 20일 6회가 나옵니다. 아직 목표물인 테러 용의자의 정보를 얻지 못했습니다. 남은 회차에서 테러 용의자 딸과 함께 테러 용의자를 마주하고 라이어니스 팀이 ‘목표물’을 정조준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구성상 시즌 2를 조심스럽게 예측해봅니다. 매주 일요일 오후 전세계 동시 공개되는 <라이어니스 : 특수작전팀>은 국내에선 티빙에서 볼 수 있습니다.
‘피 한 방울’ 지수 ★★★★ 찌르면 딱 피 한 방울만 나올 것 같은 CIA 요원을 보는 재미
‘이런 조합’ 지수 ★★★ 첩보 액션물에서도 엄마 서사를 그려내다니!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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