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미 압박 다목적 카드 '킹 이병'

김윤미 2023. 8. 19.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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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국 앵커 ▶

안녕하십니까, 통일전망대 김필국입니다.

◀ 차미연 앵커 ▶

차미연입니다.

◀ 김필국 앵커 ▶

한달 전 무단 월북한 주한미군 트래비스 킹에 대한 중간 조사 결과를 북한이 최근 발표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미군 내 비인간적 학대와 인종차별 때문에 월북했고 망명의사를 밝혔다고 했는데요.

북한이 조사 결과를 공개한 시점과 방식 모두 눈여겨 볼 부분이 많습니다.

◀ 김필국 앵커 ▶

월북한 지 한달이 다 돼서야 북한이 관련 내용을 언급한 이유는 뭔지, 이 사건이 앞으로 남북미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김윤미 기자가 분석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달 1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견학하던 한 남성이 갑자기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지역으로 뛰어갔습니다.

[사라 레즐리/목격자] "틱톡(SNS) 영상 같은 것을 찍으려고 하는 줄 알았어요.“

이 남성은 주한미군 23살 트래비스 킹 이병.

지난해 민간인 폭행 혐의로 기소돼 교도소에서 복역했고, 추가 징계를 받기 위해 본국 송환 절차가 진행되던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킹 이병은 인천 공항에서 미국행 비행기를 타지 않고 달아난 뒤 미리 예약해둔 판문점 견학 프로그램에 참여해 무단 월북했습니다.

[로이드 오스틴/미 국방장관(7월 18일)] "투어 중이던 미군 한 명이 고의적으로 허가 없이 군사분계선을 넘었습니다."

미군 병사의 자진월북은 1982년 이후 41년 만입니다.

킹 이병의 월북 이후 한달 가까이 별 언급이 없던 북한은 지난 16일 처음으로 공식 반응을 내놨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중간조사 결과라는 제목과 함께 킹 이병이 영내에 불법침입했다가 북한 군에 단속됐으며, 미군 내 비인간적인 학대와 인종차별에 반감을 품고 월북을 결심했음을 자백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불평등한 미국 사회에 환멸을 느꼈다며 북한이나 제3국에 망명할 의사도 밝혔다면서 조사가 계속될 거라 전했습니다.

미국은 이런 북한 주장이 검증되지 않았다면서 그대로 신뢰할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카린 장 피에르/백악관 대변인] "발표 주체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을 당부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킹 이병이 했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 검증할 수 없습니다."

또 우선 순위는 킹 이병을 무사히 집에 데려오는 것이라면서 가용한 모든 채널을 통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달 가까이 지속된 미국의 접촉 시도에도 반응이 없던 북한이 돌연 중간 조사 결과를 언급하고 나선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킹 이병의 월북 이유로 북한이 비인간적 학대와 인종차별을 거론한 점에 주목합니다.

그동안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로부터 인권 문제로 많은 지적을 받아온 북한이 역으로 미국의 인권문제를 비난하고 나섰다는 겁니다.

킹 이병의 입을 빌리고 있지만 사실은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정성장/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미군 병사를 이용해서 미군 군대 내의 어떤 인권 탄압 때문에 월북했다 이런 식으로 해서 북한 내부에는 어떻게 보면 일관된 메세지를 보내는 거죠."

북한이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한 시점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바로 다음날인 17일엔 북한 인권과 관련한 유엔 안보리 공개회의가 6년 만에 개최됐습니다.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유엔주재 미국대사] "유엔 안보리 결의안 다수를 위반한 이 무기들은 (인권) 억압과 잔혹함을 동력으로 삼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에 앞서 담화를 통해 한미일의 안보리 회의 요청이 미국의 강권과 전횡에 눌려 기능부전에 빠진 안보리의 실태를 보여준다면서, 미국이야말로 사회적 악폐로 부패된 반인민적 악의 제국이라 맹비난했습니다.

중국 역시 안보리가 인권 문제를 논의하는 건 권한 밖이라며 북한인권문제 논의는 대립을 심화시킬 뿐이라고 북한의 손을 들었습니다.

[겅솽/주유엔 중국 부대사] "안보리가 북한 인권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압하는 건 상황을 완화하기는 커녕 오히려 악화시키는 겁니다 무책임하고 건설적이지 않은 태도이자 이사회의 권한 남용입니다."

이처럼 북한 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문제제기가 거세지는 속에서 북한이 오히려 미국의 인권문제를 거론하며 돌파구를 찾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의 인권도 열악하다'라는 걸 계속 웅변해 왔거든요. 기존에 북한이 미국의 인권 사항들을 지적하는 과정에 이런 유사한 말들을 많이 사용해 왔기 때문에"

또 21일부터는 한미 연합군사훈련도 예정돼 있는데, 이에 맞서 미국을 압박하는 카드로 킹 이병을 활용하려는게 아니냐는 분석입니다.

미국의 인권공세에 궁지에 몰리기도 했던 북한으로선 킹 이병 문제가 미국을 압박하는 다목적 카드인 셈입니다.

[박원곤/이화여대 교수] "미국의 입장도 지금 복잡해요. 자발적인 의지로 넘어갔다라는 게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에 가깝기 때문에 그럴 경우에 과연 얼마만큼 미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송환을 위해 노력을 할 건가에 대한 문제도 걸려 있죠."

킹 이병의 공개 기자회견이 조만간 열릴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기회죠. 사실 트레비스로 하여금 미군 내에서 자신이 학대받았다라는 내용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적극적으로 말하도록 해서 북한의 인권 유린국이라는 오명을 상쇄시키는, 일종의 선전 활동 이런 걸로 활용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북한은 아직 킹 이병의 망명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망명을 받아들인다면 과거 자진해서 월북한 6명의 외국인 병사처럼 영화에 출연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선전도구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 상황에 따라 북한이 킹 이병을 추방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단기적으로 선전에 활용하더라도 언제든 대미 협상용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박원곤/이화여대 교수] "두 가지 용어가 동시에 나왔습니다. 하나는 불법 침입이고 또 하나는 자진 입국이라는 얘기가 나왔기 때문에 북한은 주도권을 갖고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 상황에 따라서 불법으로 처리할 수도 있고“

미국은 북한과 러시아 간의 무기 거래에 관여했던 기관들에 대한 제재를 단행하는 등 북한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또한 킹 이병을 지렛대 삼아 대결과 협상을 저울질하듯 맞대응에 나서면서 남북미 관계는 한층 더 복잡하게 꼬여가고 있습니다.

통일전망대 김윤미입니다.

김윤미 기자(yoong@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515902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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