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하는 작가 정하슬린 “결과 아닌 과정 공유하고 싶다”[인터뷰]

2023. 8. 19.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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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과정을 다 아는 저와 달리 사람들은 작품의 결과물만 봅니다. 사람들이 과정도 같이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관점에서 레이어 작업에 집중하고, 이전 레이어들이 지워지지 않도록 작품에 남겨둡니다."

정하슬린 작가는 최근 헤럴드경제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회화 작업에서 '과정'에 집중하는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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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센터 주최 기획전 참여
“회화는 과정의 미술…추상-구상 사이”
정하슬린 작가 [Artue 제공]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작품의 과정을 다 아는 저와 달리 사람들은 작품의 결과물만 봅니다. 사람들이 과정도 같이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관점에서 레이어 작업에 집중하고, 이전 레이어들이 지워지지 않도록 작품에 남겨둡니다.”

정하슬린 작가는 최근 헤럴드경제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회화 작업에서 ‘과정’에 집중하는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정 작가는 미술계에서 떠오르는 신예 작가로,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이후 2019년 개인전 ‘모던 터치 투 샐러드(Modern Touch to Salad)’를 시작으로 단체전과 개인전을 여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정 작가는 실크스크린, 스텐실, 스펀지 등 다양한 도구와 재료를 활용한 독특한 작품으로 주목을 받아 포브스코리아가 올해 선정한 미래를 빛낼 ‘30세 미만의 30인’ 중 한 명이 되기도 했다.

정 작가는 최근 뉴욕 록펠러 센터에서 열린 기획전 ‘발견: 12명의 한국 현대 작가(Discovery: 12 Contemporary Artists from Korea)’에도 참여했다. 뉴욕 링컨센터가 주최한 ‘썸머 포 더 시티(Summer for the City)’의 ‘코리안 아츠 위크(Korean Arts Week)’ 프로그램 중 하나이자 온라인 아트 플랫폼 아투(Artue)가 기획한 행사다. 정 작가를 포함한 차세대 작가들은 물론, 한국 미술계에서 주목받는 문성식, 박찬욱, 박진아 등도 함께 했다.

그는 “한국의 동시대 작가들이 상징적인 도시인 뉴욕에서 전시회를 여는 것은 흔치 않은 기회”라며 “한국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난 시점에 미술 언어로 소통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하슬린, 18! practice, 2018, Acrylic, oil on canvas, 150 x 150cm '18!'[Artue 제공]

정 작가는 이번 전시에 ‘18!’이라는 작품을 선보였다. 18가지 색깔의 물감을 동일하게 사용하지만 물감을 쌓아 올린 순서에 따라 다른 색채와 느낌을 보여준다. 같은 과정을 거쳤지만 결과적으로는 다른 이미지가 된다는 점을 강조한 작품이다. 제목의 ‘!’는 느낌표가 아닌 수학 부호 ‘팩토리얼(계승, 1부터 해당 숫자까지 차례대로 곱하라는 뜻)’로, 물감들의 순서를 의미하고자 쓰였다.

이처럼 정 작가는 레이어에 기반한 작업에 중점을 둔다. 레이어는 ‘과정’을 표현하는 최적의 수단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정 작가는 “붓으로 칠한 색깔은 다음 색깔이나 붓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눈으로 과정을 인지할 수 있다”며 “결과물만 보고도 과정을 유추할 수 있는 이러한 미술이 시각적 해석의 기회가 줄어드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중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사람들이 내 작품의 흔적들을 단서로 과정을 느끼게 하는 것이 1차 목표”라며 “때문에 작품이 어렵지 않도록 완전히 추상적이지도 않고 완전 구상적이지 않은, 그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하슬린, Toast, 2021, Acrylic, oil on canvas, 100.0 x 80.3cm [Artue 제공]

정 작가는 이같이 ‘과정’에 중점을 둔 회화 작업을 ‘꾸러미가 담긴 편지 봉투’라고 비유했다.

그는 “특정 순간에 대한 이미지들을 다양한 패턴, 질감, 촉감, 색감으로 표현해 하나의 꾸러미로 만드는 작업”이라며 “사람들에게 그런 순간을 모은 편지 봉투를 전달하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작품에 대한 영감의 원천을 묻자 정 작가는 의외의 대답을 내놨다.

“제 삶을 최대한 잘 느끼고 잘 살아가는 것이 가장 큰 영감이에요. 예컨대 음식을 먹을 때도 누가 어떤 재료를 어떻게 가지고 왔나에 호기심을 가져요. 뭐든지 잘 관찰하고 잘 지내는 일상에 충실하면 그 영감이 작업에 반영됩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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