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세계 5위 부자'보다 좋은 스마트폰을 갖고 있다 [김재현의 투자대가 읽기]
[편집자주] 대가들의 투자를 통해 올바른 투자방법을 탐색해 봅니다. 이번에는 버핏 워너비를 위해, 버핏의 투자와 삶의 지혜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지난 16일 기준 워런 버핏은 자산 1184억달러(약 156조원)를 보유한 세계 5위 부자입니다. 버핏이 1965년 인수한 방직업체 버크셔 해서웨이를 통해 올린 수익도 전설적입니다.
1965~2022년까지 57년 동안 버크셔의 연평균 수익률은 19.8%로 S&P 500 지수 수익률(9.9%)의 두 배를 기록했습니다. 기간을 한 해 늘린 1964~2022년까지 58년 동안 버크셔의 누적수익률은 무려 378만7464%에 달합니다. S&P 500 지수의 누적수익률(2만4708%)을 월등히 초과하는 수치입니다.
그런데 워런 버핏에 대해서는 우리가 모르는 사실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세계 5위 부자인 버핏은 돈을 대하는 관점이 대부분의 사람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먼저 버핏은 태생적으로 검소할 뿐 아니라 간소한 생활방식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매일 출근길에 맥도날드에 들러 3~4달러짜리 맥모닝을 먹고 1958년 당시 3만1500달러(약 4100만원)를 주고 구입한 집에 지금도 살고 있습니다. 시가총액 7700억달러가 넘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본사에 겨우 25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오마하의 블랙스톤플라자(구. 키윗플라자) 한 층을 빌려 쓰는 것도 남다릅니다.
차와 휴대폰도 마찬가지인데요.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버핏보다 좋은 차를 타고 더 비싼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이 거의 절반은 될 겁니다.
버핏이 차를 대하는 관점을 보면 인생과 투자에 대한 버핏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데요. 신차를 살 경우 빠르게 감가상각(deprecation)되는 걸 버핏은 아주 싫어합니다. 차라리 버핏은 성능에는 이상이 없지만 미관상 이유로 상당히 싸게 팔리는 중고차를 선호합니다. 감가상각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버핏은 1년에 약 3500마일(5632㎞)밖에 몰지 않기 때문에 새 차를 자주 사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버핏의 집에서 버크셔 해서웨이 본사가 있는 오마하의 블랙스톤 플라자는 자동차로 몇 분 거리밖에 되지 않습니다.
버핏이 2014년형 캐딜락 XTS 이전에 몰던 차는 2006년형 캐딜락 DTS입니다. 그의 딸 수지 버핏이 아버지로 하여금 차를 바꾸게 한 일화를 공개한 적이 있습니다. 수지는 자신이 차를 바꾸라고 할 때까지 아버지는 차를 바꾸지 않는다면서 이번에도 "아버지 때문에 창피해 죽겠어요. 새 차를 살 때가 됐어요"라고 말하자 버핏이 차를 샀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또 수지는 아버지가 2014년형 캐딜락 XTS를 구매하라며 자신을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버핏은 우리가 여기고 있는 것처럼 소비와 물질적인 부가 행복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특히 생활에 필요한 일정 금액을 넘어서면 더 그렇습니다. 2019년 버크셔 주주총회에서 버핏은 아래와 같이 말했습니다.
"5만달러나 10만달러가 있어도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5000만달러나 1억달러가 있어도 행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걱정 없이 살아갈 만큼은 돈이 필요하겠지만, 일정 금액을 넘어가면 행복이 돈에 비례하지는 않습니다."
2018년 미국 경제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도 버핏이 2010년형 SCH-U320를 꺼내서 미국 시청자들을 놀라게 한 적이 있습니다. 이때 버핏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아이폰을 사용하라고 권한다고 말했습니다. 버크셔가 2016년부터 애플 주식을 매수하기 시작했으며 2018년에는 애플 5대 주주가 됐기 때문에 팀 쿡이 버핏에게 아이폰을 추천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2020년 초 버핏이 마침내 핸드폰을 바꿨습니다. 아이폰11로(2019년 가을 시판) 갈아탄 건데요, 직접 산 건 아니고 팀 쿡 애플 CEO가 보내준 아이폰입니다. 심지어 쿡은 자신이 오마하로 가서 버핏에게 아이폰 사용방법을 설명해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버핏은 아이폰11을 단지 '전화기'로만 쓴다고 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처럼 아이폰의 수많은 어플을 사용하지는 않는 다는 말입니다. 버핏은 지금도 아이폰11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아마 아이폰 사용자 대다수가 버핏보다 좋은 아이폰을 사용할 것 같습니다.
90세에 아이폰을 만지작거리는 버핏의 모습을 상상하니 왠지 웃음이 나오네요.
아이폰 사용은 자신이 투자하는 기업의 제품 홍보를 꺼리지 않는 버핏의 행적을 보면 당연한 수순입니다. 버크셔는 애플 2대 주주이며 버크셔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애플 비중은 40%가 넘습니다. 1988년부터 35년째 코카콜라에 투자 중인 버핏은 하루에 코카콜라 다섯 캔을 마신다고 틈날 때마다 말하면서 공개석상에서 자주 코카콜라를 마시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버크셔 주주총회 때마다 1972년 인수한 씨즈캔디 제품을 놓고 멍거와 같이 먹기도 하구요.
1958년 버핏이 산 집값이 지금은 약 120만달러(약 15억6000만원)로 올랐지만, 세계 5위 부자인 버핏보다 비싼 집에서 살고 2014년형 캐딜락 XTS보다 좋은 차를 타면서 아이폰11보다 최근에 나온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이 많을 것 같습니다.
역설적이지만 많은 사람이 버핏보다 비싼 집에서 살면서 버핏보다 좋은 차를 타고 버핏보다 좋은 스마트폰을 쓰는 이유는, 올해 93세인 버핏이 철저하게 합리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에만 집중하며 남의 눈치는 전혀 보지 않습니다. 그런 삶과 투자가 일체화된 모습이 바로 오늘날의 버핏입니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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