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멘탈'은 되는데 '바비'는 한국에선 왜 안 될까 [N초점]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엘리멘탈'은 보는데 왜 '바비'는 안 볼까.
할리우드에서 만든 두 편의 영화가 미국과 한국에서 전혀 다른 흥행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달 주연 배우 마고 로비와 아메리카 페레라, 그레타 거윅 감독의 내한 행사까지 치르며 기대감을 자아냈던 영화 '바비'는 '빅4' 영화를 위시한 국내 신작과 할리우드 신작들에 밀려 현재 박스오피스 1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 17일 하루 이 영화는 1222명의 관객을 동원했으며, 누적관객수는 56만5485명을 기록했다. 지난달 19일 개봉해 개봉 한달째를 맞이하는 가운데, 아쉬움이 남는 성적이 아닐 수 없다. 흥미로운 사실은 '바비'의 미국 및 글로벌 흥행 성적이 우리나라에서와는 전혀 다른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17일(현지시간)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바비'는 월드와이드 흥행 수익 12억250만7382달러(약 1조6057억811만원)를 벌어들였는데, 이는 '더 슈퍼마리오 브라더스'에 이어 올해 2번째로 높은 성적이다. 더불어 이 영화는 워너 브러더스 투자·배급 영화로는 전세계에서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2부'(2011)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흥행한 작품에 랭크됐다. 그 뿐만 아니라 미국 내에서만 보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를 뒤로 하고 워너 브러더스 역대 최고 흥행작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바비'의 국내 박스오피스 성적과 월드와이드 흥행 수익의 온도 차가 이처럼 크게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 및 영화 관계자들은 '바비'가 무척 미국적인 영화라는 점에 주목한다. 영화 속에서 사용된 미국의 문화적인 코드에 익숙하지 않으면 쉽게 공감하며 웃기가 어렵다는 것. 예컨대 영화에서 표현되는 남성성과 여성성의 전형적인 모습들이 미국인의 틀에 맞춰져 있는 점이 그렇다.
윤성은 영화 평론가는 뉴스1에 "남성들이 자신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말을 보여주고 양복을 똑같이 빼입고 볼드한 액세서리를 하거나 모피를 입고 부를 과시하는 것은 한국에서 인식하는 남성성과는 차이가 있다, 또한 영화 속에서 LA라는 배경이 바비랜드와 대비되는 장소로서 묘사되는데 그것이 미국인들에게는 날카로운 블랙 코미디로 받아들여지지만 한국인들은 문화가 달라 거의 이해하지 못한다, 서양 문화에 근접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저게 왜 웃긴지 알 수 없다는 느낌이 강하다"라고 이에 대해 설명했다.
영화가 던지는 '페미니즘'이라는 화두에 대한 한국과 한국 밖 나라들의 인식이나 온도 차도 '바비'의 흥행 실패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으로 추측된다. 영화 '바비'가 사용하고 있는 미러링 전략(mirroring, 여성혐오적인 말이나 행동을 남성혐오적인 말이나 행동으로 바꿔서 보여주며 그 문제를 드러내는 논증 전략)은 서구권에서는 재밌게 볼 수 있는 오락적인 요소로 받아들여 지는 듯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윤 평론가는 "우리나라에서는 페미니즘이 예민한 이슈로 받아들여져 왔다, 잘못 반응하면 극단적인 페미니스트로 몰리게 되고, 혹은 그 반대에 있는 사람으로 몰리게 될 수 있다 보니 ('바비'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가 아닌 프로파간다적인 영화로 받아들이게 된다, 한국이 그런 문제를 그저 엔터테이닝한 것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보수적인 시각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이런 부분들 때문에 재미가 없게 느껴질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처럼 현지의 뜨거운 반응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바비'와 정확하게 대척점에 있는 작품이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이다.
'엘리멘탈'은 미국에서 디즈니가 배급한 큰 규모 예산의 픽사 영화로는 1995년 나온 '토이 스토리' 이래로 최저 오프닝 스코어를 냈다. 그로 인해 "불꽃 없는 출발을 했다"는 조롱을 얻기도 했지만 현재는 꾸준히 박스오피스 성적을 반등시키며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매체들이 추정한 '엘리멘탈'의 손익분기점은 4억5000만 달러(약 6041억2500만원) 정도인데, 현재 이 영화의 월드와이드 흥행 수익은 4억4463만1434달러(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약 5969억1770만원)다. 얼마 남지 않긴 했지만 아직까지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반면 한국에서 '엘리멘탈'은 지난 6월14일 개봉 이래 여전히 박스오피스 톱5 안에 들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18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 기준, 이 영화의 누적관객수는 681만5495명으로 천만 관객을 동원한 '범죄도시3'의 뒤를 이어 올해 흥행 영화 2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엘리멘탈'이 미국과 달리 한국 및 아시아 국가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작품이 매우 동양적인 정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자식이 부모를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엘리멘탈' 속 가족의 모습은 한국 가정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공감대를 자아낼만한 요소가 충분하다.
윤 평론가는 "한국은 확실히 한국적인 유머나 우리들끼리 통용되는 정서적인 차원의 사회 문제 인식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는 것 같다, '범죄도시' 시리즈 뿐 아니라 최근 흥행 중인 '콘크리트 유토피아' 등을 봐도 동물적으로 와닿는 부분들이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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