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 서울 도심 공원서 성폭행, 흉악범죄 잇따르는데 경찰은 순찰차에서 낮잠이라니… [핫이슈]

박정철 기자(parkjc@mk.co.kr) 2023. 8. 1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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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국민 다수에게 피해를 주는 ‘묻지마 범죄’가 잇따르는 가운데 이번에는 대낮에 서울 한복판 공원에서 30대 남성이 여성을 때리고 성폭행까지 하는 흉악범죄가 발생했다.

경찰이 신림역-서현역 흉기난동 등 흉악범죄에 대처하기 위해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하고 장갑차와 경찰특공대까지 동원하고 있지만 치안에 구멍이 뚫리는 아찔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일부 경찰이 특별치안활동 기간에 순찰 근무 중 낮잠을 잔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경찰의 치안확립 의지조차 의심받는 상황이다.

경찰에 따르면 최모씨(30)는 17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공원 둘레길에서 한 초등학교 교사인 30대 여성을 둔기로 때리고 성폭행했다가 “살려달라”는 비명을 들은 등산객 신고로 낮 12시10분 붙잡혔다.

지난달 21일 조선이 신림역 부근에서 대낮 흉기난동을 벌인지 채 한달도 안돼 불과 2km 정도 떨어진 지역에서 또다시 강력범죄가 터진 것이다.

최씨는 경찰에서 “그 곳을 자주 다녀 CCTV가 없다는 걸 알고 범행장소로 정했다”며 “강간을 하고 싶어 범행을 했고 너클을 손에 끼우고 폭행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너클은 손가락에 끼우는 형태의 금속 재질 둔기다.

사람으로선 차마 할 수 없는 천인공노할 범죄를 태연하게 저지른 것이다.

병원에 이송된 피해자는 머리를 심하게 다쳐 현재 위독한 상태다.

최씨는 전날인 17일 오전 9시55분께 서울 금천구 독산동 집에서 나와 오전 11시1분께 신림동의 공원 둘레길 입구에 도착한 뒤 공원까지 걸어서 이동해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고 한다.

한낮에 사람들 왕래가 잦은 공원 등산로에서 이같은 성폭행 사건이 벌어지면서 많은 시민들이 충격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8일 경찰에 “현장 치안활동을 강화하라”고 긴급 지시를 내린 것도 이같은 국민의 불안감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이 정부 지시에 맞춰 순찰을 대폭 강화하고 범죄 예방에 총력을 기울일지는 두고 볼 일이다.

정부가 아무리 특별 지시를 내려도 일선 경찰에서 자발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 용산경찰서 관할 지구대 소속 A 경감은 지난 13일 오후 지하철 4호선 이촌역 4번 출구에서 순찰 근무를 하도록 돼 있었지만 약 700m 떨어진 골목에 순찰차를 세워놓고 낮잠을 잤다.

이를 목격한 주민이 경찰에 신고까지 했으나 A 경감은 오히려 지구대로 돌아가 보고도 없이 신고를 자체 종결처리했다.

경찰은 지난 4일 흉악범죄 대응을 위한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했는데, 이 기간 경찰관은 차량에서 내려 순찰하도록 경계 근무가 강화됐다.

그런데도 순찰을 제대로 돌지 않고 딴전을 피우며 임무를 게을리한 것이다.

앞서 지난 5월에도 인천 미추홀구 한 경찰지구대의 순찰차 2대가 야간에 관내 지역 순찰에 나서지 않고 지구대 앞 주차장에서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서 시간만 보내다가 빈축을 샀다.

파출소에는 순찰 활동한다고 보고해놓고 정작 파출소 앞만 순찰한 꼴이다.

이러니 곳곳에서 치안 사각지대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도 치안에 구멍이 뚫리는 판인데 인적이 드문 곳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일각에선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이 반부패, 경제, 정치적 사건에 대한 수사인력을 증원하면서 방범과 경비 등 민생 치안이 뒷전으로 밀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발간한 ‘분기별 범죄동향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강력범죄’만 1만474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나 증가했다.

발생 유형별로 성폭력(9820건), 방화(341건), 살인(158건), 강도(155건) 순이다.

그만큼 강력범죄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경찰도 쏟아지는 과중한 업무 때문에 눈코 뜰새 없이 바쁘고, 힘들고, 고달플 것이다.

하지만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다.

범죄 발생을 사전에 차단하고 예방하는 일은 경찰의 고유 업무다.

그런 점에서 순찰은 경찰 치안 활동의 가장 기본이다.

기본이 무너지면 국민 불안도 커질 수 밖에 없다.

순찰 활동에 공백이 생기면 ‘치안 강국’ ‘안전 신화’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이제는 집 근처조차 마음 놓고 못 다니겠다”는 부모와 아이들, 주변 이웃들의 절박한 호소를 그저 귓등으로 흘려선 안된다.

경찰은 이제라도 민생 치안과 범죄 예방에 허점은 없는지 두루 살피고, 보여주기식 치안 활동은 줄이되 일상적인 치안을 강화하는 쪽으로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또 경찰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자율방범대 등 지방자치단체와 자발적인 주민 협력도 절실하다.

빈틈없는 치안 활동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다하는 것, 그것이 국민으로부터 경찰이 신뢰를 얻는 길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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