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망하겠다”…종이신문 버리고 ‘디지털’ 택한 언론사, 그 결과는[박민기의 월드버스]

박민기 기자(mkp@mk.co.kr) 2023. 8. 19.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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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신문 하락세에 언론사들 활로 모색
英인디펜던트, 2016년 100% 디지털 전환
이후 6년 연속 흑자 기록하며 승승장구
인력 등 필수 분야에 투자 아끼지 않아
신문 버리고 매출 약 15% 하락한 곳도
‘대형포털 독점’ 처한 韓언론계도 주시
인디펜던트 홈페이지 [사진 출처=인디펜던트]
‘종이신문 몰락설’은 마치 유행병처럼 때마다 돌아왔습니다. 1950년대 TV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2008년 스마트폰이 시장에 출시됐을 때, 2010년 SNS가 등장했을 때도 사람들은 종이신문의 몰락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 10년이 넘게 흐른 2023년에도 종이신문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신문 산업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은 자명합니다. 그렇기에 많은 언론사들이 종이신문에서 디지털로의 성공적 전환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걸어보지 않은 새로운 길인 만큼 선뜻 첫 발을 내딛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기존 지면을 포기하고 ‘100% 디지털 전환’을 추진한 인디펜던트는 이후 6년 연속 흑자 기록을 달성하며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종이 및 인쇄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디지털 전환에 뛰어든 인디펜던트의 수익 창출 성공 비결은 뭘까요?

인디펜던트는 지난해 4630만파운드(약 759억 원)의 총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12% 늘어난 수치입니다. 지난해 1월 2일 종료된 회계연도 기준 세전 이익은 190만파운드(약 31억3000만 원)였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60만파운드(약 59억 원) 줄어든 규모입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영국과 미국에 위치한 편집국에 대규모 신규 투자를 단행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생중계로 추가 비용이 발생하면서 평소 대비 이익이 감소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2016년 디지털 전환 전략을 본격 실행한 인디펜던트는 6년 연속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인디펜던트는 지난 2021년 11월과 지난해 4월 2차례에 걸쳐 주주들에게 총 500만파운드(약 82억3600만 원)의 배당금을 지급하기도 했습니다.

인디펜던트는 약 250명의 직원들로 구성된 영국 언론사로 현재 다양한 국가에서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본사를 두고 있는 영국을 비롯해 미국 등을 최대 시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인디펜던트 기사를 읽기 위해 홈페이지를 찾는 방문자 수는 영국 3510만 명, 미국 2750만 명 등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853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조 홀더웨이 인디펜던트 데이터·마케팅 담당 최고책임자는 “독자들은 아직 우리 기사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들은 점점 늙어가고 있다”며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는 ‘인디펜던트 프리미엄’을 출시했다”고 말했습니다. 유료 온라인 콘텐츠가 독자를 상대로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를 보기 위한 시험에 나선 것입니다.

인디펜던트는 디지털 전환 안착을 위해 미래 유망한 사업 분야에 대해선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시장 확대를 위해 최근 미국 편집국 직원을 50% 늘린 데 이어 신규 시청자 유입을 위해 제작한 인디펜던트TV용 장편 다큐멘터리 등 방영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지난해 전체 매출의 10%를 확보하는 등의 성과를 달성했습니다. 아울러 콘텐츠 강화를 통해 지난해에는 홈페이지 회원 수를 500만 명 늘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인디펜던트는 콘텐츠 강화를 위한 인공지능(AI) 시스템 도입을 위한 투자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자사 기자들이 AI 시스템을 통해 기본적인 사실관계와 타임라인 등을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게 하고, 이를 통해 아낀 시간을 양질의 콘텐츠 제작에 더 많이 쏟을 수 있도록 장려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인디펜던트를 향한 독자들의 신뢰를 높이고 온라인 뷰를 늘리면 미래에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입니다.

가판대에 꽂혀있는 종이 신문들. [사진 출처=픽사베이]
다른 언론사들이 종이신문을 섣불리 포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과감한 디지털 전환을 선택한 인디펜던트 역시 사업 초반에는 어려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SNS가 대폭 활성화되면서 온라인 기사에 대한 수요가 줄었고, 실제로 지난해부터 온라인 뷰가 감소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성공을 위한 최소한의 기본 계획은 단계적으로 착실히 진행했습니다. 처음 약 2년 동안은 기사를 생산하는 편집국 강화에 집중한 뒤 이후에는 독자들이 자사 콘텐츠에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접근할 수 있도록 마케팅팀 역량을 키우는 데 주력했습니다.

인디펜던트 측은 “일시적인 온라인 뷰 감소가 있기는 했지만 이미 대다수 독자들의 뉴스 수요가 기존 지면에서 디지털로 옮겨온 만큼 심각한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고 전했습니다.

독자 수요 변화에 따라 종이신문을 포기하는 언론사 수는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호주 커뮤니티 미디어에 따르면 번버리메일(Bunbury Mail)과 맨듀라메일(Mandurah Mail) 등 일부 호주 지역신문들은 올해 4월 말부터 종이신문 인쇄를 중단했습니다. 종이 및 인쇄 가격 상승과 디지털 광고 수요 급증 등으로 기존 사업 모델로는 더 이상 수익을 내기 힘들다는 판단입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디지털 전환이 곧바로 수익 창출로 연결될 거라는 판단은 성급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영국 매체 데일리미러와 데일리스타신문 등 일부 언론들은 페이스북 등 SNS가 뉴스 배치 방식에 변화를 주면서 자사 기사 노출도가 떨어져 수익이 하락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다수의 지역 언론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영국 리치(REACH)의 디지털 수익은 올해 1~4월 15% 가까이 하락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언론사들은 여전히 디지털 전환을 꿈꾸며 영향력 확대를 위해 해외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강화된 콘텐츠를 통해 영향력을 키우고 구독자 수를 늘려야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해외 진출에 주력하고 있는 인디펜던트는 지난 6년 동안 달성한 수익의 절반 이상을 광고를 통해 창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 적극적인 광고전을 펼친 것이 수익 증대에 큰 보탬이 됐다는 분석입니다.

한국 언론계 역시 이 같은 상황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사 노출을 대형 포털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언론계 특성상 완벽한 수익 모델 없는 성급한 디지털 전환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많은 독자가 인터넷을 통해 기사를 접하고 있는 만큼 온라인 뉴스 시스템을 독점하고 있는 포털이 무분별한 노출로 가짜뉴스 등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2022년 언론 수용자 조사’에서 인터넷 포털을 통한 뉴스 이용자 비율은 75.1%에 달했습니다. 이 중 20~40대는 90% 이상으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입니다.

한국IT법학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김진욱 변호사는 지난 4월 열린 ‘독과점적 포털 기업의 시장 지배력 남용과 소상공인·소비자 권익 침해’ 토론회에서 “대형 포털이 제공하는 서비스별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뉴스와 쇼핑 검색 노출, 배열에 대한 필터링을 검증할 외부 감시 운영 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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