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도둑 맞았다" 신고 2달째 세월아 네월아…경찰의 속사정
"무인편의점에서 500원짜리 물건이 사라졌다는 신고가 들어오면 '차라리 사비로 변제해주고 사건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울 북부지역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A 형사는 '사건 평균 처리 기간이 두 달 넘게 길어지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최근 몇년새 소액사건 신고가 급증하면서 일선 현장의 업무량이 급증했다는 뜻이다.
A 형사는 "경찰 한 명이 맡는 사건이 20~30건에 달하다 보니 사건 처리 기간도 늘어나지만 살인·보이스피싱처럼 복잡한 강력사건 대응도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했다. '내 사건은 도대체 언제 처리되냐'는 범죄 피해자들의 불만 앞에서 쉽사리 말하지 못하는 일선 경찰들의 속사정이다.
19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관 1인당 사건 평균 처리 기간은 2020년 55.6일에서 지난해 67.7일로 2년새 열흘 이상 늘었다. 최근 실수사 인원이 증원되면서 올 6월 기준으로는 66.1일로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두달 이상이 걸리는 처리 기간이 좀처럼 줄지 않는 상태다.
현장에서는 경찰관 1명이 맡는 사건이 과중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사건을 하나 처리해도 새로운 사건이 물 밀듯 들어오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경미한 범죄 수사를 담당하던 '생활범죄팀'이 지난해 폐지되면서 중범죄를 담당하는 강력팀이 관련 업무까지 떠안은 상황이다.
서울 남부지역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한 강력팀 형사는 "우산을 잃어버렸으니까 찾아달라는 신고가 들어오면 금방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지만 CCTV(폐쇄회로TV)를 20개 이상 살펴봐야 한다"며 "카드 사용 내역을 확인하려면 영장까지 받아야 해 수사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동부지역 경찰서에서 일하는 또다른 경찰은 "CCTV의 경우 저장 기간이 있다 보니 만약 살인이나 강도, 협박 같은 강력 사건이 접수되면 일반 사건 수사에 매진하기 어렵다"며 "집중 순찰 등 다른 업무에 동원되는 경우도 잦아 피로감이 높다"고 설명했다.
경찰청이 실수사 인원을 2020년 2만1387명에서 지난해 2만3222면으로 1835명 충원했지만 현장에서는 체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서울 지역의 한 수사관이 한번에 담당하는 사건 수만 20~30개다.
서울지역 한 수사관은 "장기간 수사해야 하는 사건도 있는데 현장 근무라도 갔다 오면 일이 더 쌓여 자리를 뜰 수도 없다"며 "수사관이 늘었다고 하는데 현장에서 체감할 정도가 안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사 인력의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선 업무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수사 권한이 경찰에 많이 넘어오면서 서류 송치, 문서 복사 같은 행정 업무도 늘어났다"며 "업무량은 늘었는데 과거에 일하던 틀은 그대로다 보니 어려움을 겪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잼버리 대회, 칼부림 테러 예고, 집회·시위 등이 있으면 형사팀 경찰까지 순찰에 동원되기 때문에 수사관들이 수사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라며 "내부 조직 피로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효율적인 업무 체계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수사 인력의 사기를 북돋으려면 평가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소액 범죄의 경우 사건의 경중이 높지 않다 보니 인사 평가에 반영되는 비율도 낮다"며 "들여야 하는 시간과 노력 대비 돌아오는 건 없어서 수사관들의 동기부여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업무 유형별, 건수별로 합당한 적정 수사 인력이 어느 정도인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며 "이를 바탕으로 인력과 업무량 등 수사 체계 전반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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