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간은 술 마시는 남성의 병? 여성도 예외 아니다 [ESC]
비알코올성 지방간 늘면서
여성 비중 43%까지 증가
운동과 단백질 섭취 중요
지방간으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은 환자 수가 최근 수년 동안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방간은 간세포에 지방이 정상보다 많이 쌓여 있는 것을 말한다. 보통 지방간은 술 소비에 비례해 중년 남성의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훨씬 많다.
실제 성별로 분석해도 남성이 57%를 차지해 여성보다 많기는 하지만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연령대별로 보면 50대 환자 수가 가장 많지만, 최근에는 젊은층 지방간 환자들도 늘고 있다. 지방간이 있으면 간염이나 간경변증 등 간의 질환뿐만 아니라 소화기계통의 암 발생 위험은 물론 심장질환 발병 위험도 커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위암·대장암 발생 위험도 높아져
지방간은 원인에 따라 술 소비와 관련이 큰 알코올성 지방간과 당뇨·비만·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으로 인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구분할 수 있다. 술 소비나 만성질환 모두 증가 추세이기 때문에 최근 들어 지방간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 수는 계속 증가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 자료(2016~2020년)를 보면, 지방간 환자 수는 2016년 31만1천명에서 2020년 39만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5년 동안 한해 평균 5.1%씩 늘어난 셈이다.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에는 환자 수가 41만5천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0년에 지방간을 가진 사람이 실제로 줄었다기보다는 코로나19 유행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 수가 다소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술 소비나 만성질환 모두 나이가 들수록 증가하기 때문에, 지방간 환자 수 역시 젊은층부터 계속 증가하다가 50대에 가장 많은 경향을 보였다. 2020년 기준 연령대별 환자 분포를 보면 30대는 전체의 14%, 40대는 19.3%를 차지하다가 50대는 25.1%로 높아졌다. 60대는 21.6%였다. 성별로 보면, 여성의 비중이 2011년 34%에 불과했지만 2020년에는 43%까지 늘었다. 이 추세대로라면 머지 않아 남녀 차이가 거의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비만·당뇨 등 성인 만성질환이 많지 않았을 때는 지방간은 술 소비량과 비례했다. 즉 술을 많이 마시는 남성 특히 중년층에게서 많았다. 술을 많이 마시게 되면 간에서 지방 합성이 더 많이 이뤄져 지방간이 나타나게 된다. 하지만 비만 인구가 크게 늘고 만성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이제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점유율이 70~80% 이상으로 높게 나타난다.
과음에 의한 알코올성 지방간의 경우 10~35%에서는 간 세포에 염증이 생기기도 하며, 더 심하면 간 경변으로 악화하기도 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경우에도 10명 가운데 1~2명은 지방간염으로 나빠진다. 하지만 간의 경우 기능이 80% 이상 망가져야 증상이 나타나므로, 지방간이나 여기에서 더 악화한 지방간염이 나타나도 정작 환자는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지방간이 있을 경우 간 질환으로 악화할 가능성은 물론 소화기계 암 발생 위험까지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되기도 했다. 박주현 고려대 안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자료를 활용해 20~39살 526만명을 대상으로 지방간과 소화기계 암 발생 위험을 분석한 결과, 지방간이 간암은 물론 위암·대장암·췌장암 등 소화기계 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 연구에서는 지방간이 있는 경우 심장 질환의 발병 위험도 크다는 점도 확인됐다. 지방간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경우에 견줘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혀 생기는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으로 사망할 위험이 3.5배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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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증상 없는 ‘침묵의 장기’
지방간이 있거나 이보다 더 악화한 지방간염일지라도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에서는 피로감이나 윗배의 불편한 느낌 정도를 호소하지만 대개는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증상이 나타나도 그 양상이나 정도가 다양해 지방간이라고 생각하기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지방간은 많은 경우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된다. 또는 다른 질환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초음파 검사를 통해 발견되기도 한다.
지방간은 평소 비만한 사람이 간 기능 검사에서 이상 수치가 나타나면 의심해 볼 수 있다. 진단을 위해서는 초음파 검사로 지방간 상태를 확인해 볼 수 있다. 확실한 진단이나 간암 등 다른 질환과의 감별 진단이 필요하면 간 조직검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
지방간은 간세포에 지방이 과도하게 쌓인 것일 뿐 간세포가 파괴되지는 않은 상태다. 지방간이 생기게 된 원인만 제거해 주면 특별한 치료를 받지 않아도 원래 간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얘기다. 금주, 건강한 식습관, 규칙적인 운동이 예방과 관리법이다.
우선 알코올성 지방간은 술만 마시지 않아도 대부분 원래 상태로 회복된다. 과음을 하는 사람의 경우 한달 정도만 금주해도 효과가 나타나며 서너달 정도 금주하면 대부분 지방간에서 벗어날 수 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비만이나 당뇨,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 관리에 힘써야 원래 간 상태를 만들 수 있다. 우선 비만의 경우 몸무게를 줄이기만 해도 지방간은 개선된다. 음식 조절을 할 때는 지방 함량이 높은 종류는 당연히 피해야 하며, 쌀이나 밀가루로 만든 음식, 즉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음식도 좋지 않다. 대신 단백질 함량이 높은 음식이 권고된다. 성급하게 단식을 하는 경우 지방간 상태가 더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이는 피해야 한다. 심한 영양 부족 상태에서도 지방간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당뇨나 고지혈증 관리에도 규칙적인 운동이 필수다. 이들 만성질환 관리 자체가 지방간의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걷기나 수영 등 유산소 운동으로 간세포에 쌓인 지방을 태운다고 이해하면 된다.
김양중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근심사위원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경북의 한 시골 마을에서 공중보건의로 일했다. 한겨레 의료전문기자로 재직하면서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위한 기사를 썼고, 지금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의료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업무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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