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구병모 "희망 없는 사회...디스토피아 소설 쓰는 이유"[신재우의 작가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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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소설은 단 한 번도 디스토피아가 아니었던 적이 없었어요."
치명적인 전염병이 퍼지거나 초고령 저출생 사회가 되는 등 소설 속 인물들을 극한의 상황에 몰아넣는다.
실제로 희망이 없는 사회에 대한 자신의 암담함이 그대로 소설에 반영된 것이다.
다만 암담한 사회를 있는 그대로 쓰는 극사실주의적 소설이 아닌 미래나 가상의 세계를 다루는 SF, 판타지 소설을 쓰는 것도 구병모가 일관되게 유지하는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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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제 소설은 단 한 번도 디스토피아가 아니었던 적이 없었어요."
소설가 구병모(47)는 일관적이다. 첫 소설집 '고의는 아니지만'부터 최근 출간한 네 번째 소설집 '있을 법한 모든 것'까지 그의 소설 속 세계는 디스토피아적이다. 치명적인 전염병이 퍼지거나 초고령 저출생 사회가 되는 등 소설 속 인물들을 극한의 상황에 몰아넣는다.
불만에서 출발한 이야기, "불만 가진 사람만이 작가로 살아남을 수 있다"
구병모의 이야기는 '불만'에서 출발한다. 사회에 대한 불만, 이를테면 이기적인 기업에 대한 불만이나 답답한 정부의 대응에 대한 불만은 그를 작가의 길로 이끌었다. 그는 "불만을 가진 사람이 작가로 살아갈 수 있다"라고 말할 정도로 확고하다.
불만을 미래로 보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지켜보는 것이 그가 하는 일이다. 김유정문학상과 김승옥문학상 우수상을 동시에 수상한 수록작 '니니코라치우푼타'는 중위 연령이 61세에 달하는 초고령 사회라는 설정에서 두 모녀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통해 저출생과 고령화의 미래를 그린다.
단문이 아닌 길게 이어지는 구병모의 만연체도 그의 불만에서 시작됐다. "짧은 문장이 좋은 문장이다"라는 여러 글쓰기 강좌의 가르침에 반감을 품은 그는 "길게 늘어진 문장도 잘 읽힐 수 있고 재밌을 수 있다는 것"을 자신의 소설을 통해 보여주려고 했다. 만연체는 이제는 구병모 소설의 개성이자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불만이나 절망을 쓰지 않고는 못 버티는 것 같아요. 그러기엔 제 표현 욕구가 너무 강해요."
소설 속 고민과 불만은 질문으로 "콘텐츠 과잉 시대에 소설의 미래는 어떨까요?"
대표작으로 꼽히는 장편소설 '파과'의 주인공인 60대 여성 킬러 '조각'의 경우에는 노인복지학부터 생리학, 병리학까지 공부해 이야기를 썼다. 이번 소설집에 등장하는 노인 캐릭터는 나이가 들어가고 노화를 겪고 있는 본인의 모습이 반영됐다.
이야기 속 고민도 확장됐다. 10년이 넘게 소설을 써온 그는 "콘텐츠 과잉 시대에 소설의 미래는 어떻게 변할까"라는 고민 속에 이야기를 쓰고 있다. 이 때문에 그의 이야기 속에는 "영화였다면~"과 같은 표현을 통해 영화와 소설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이 자주 등장한다.
고민과 불만을 안고 구병모는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 수록작 '노커'를 통해 언어 기능이 상실한 미래는 어떨지 독자에게 묻고 '이동과 정동'은 전염병과 빈부 격차 심화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소설가는 계속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에요. 답을 찾는 건 독자의 몫이고요."
☞공감언론 뉴시스 shin2r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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