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이재명에 갈 것" 증언 나왔지만 질문 안한 검찰…李 재소환?

이장호 기자 2023. 8. 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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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업자 증언 관련 질문 없어"…檢 "효율적 조사로 어느정도 조사 마쳐"
검찰 영장청구 수순, 배임 고의 입증 자신하지만 …법조계 "쉽지 않아"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 관련 조사를 마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3.8.18/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검찰이 지난 1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소환조사 과정에서 '100억원은 이 대표와 정진상 실장 몫'이라는 법정 증언에 대해 질문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검찰이 '대장동 개발 특혜 비리' 의혹 조사 때처럼 이 대표를 재소환하기 위해 '남겨둔 카드'가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 증언은 백현동 사업에서 이 대표의 배임 범행의 동기로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에 대해 검찰은 준비한 질문서에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었지만 시간이 촉박해 질문을 다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재소환을 염두에 둔 포석은 지나친 해석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추가 소환조사보다는 구속영장 청구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이 혐의 입증을 자신하는 것과 달리 법조계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 '100억 수수' 의혹?…李측 "허황된 주장이라 檢 질문도 없었어"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약 13시간30분 동안 진행된 검찰 소환조사 직후 이 대표 변호인으로 조사에 참석했던 박균택 변호사는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이 백현동 사업에서 민간업자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10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의혹은) 허황된 주장이기 때문에 아예 검찰 질문에도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백현동 민간업자인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대표는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백현동 사업 부지와 관련해 200억원을 요구하면서 절반은 두 사람에게 갈 것이라고 했는데, 두 사람을 이 대표와 정진상 전 실장으로 생각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 발언은 이 대표가 배임을 하게 된 동기를 설명하는 증언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검찰이 질문조차 하지 않은 것은 노림수가 있기 때문이란 해석을 낳았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때 조사와 마찬가지로 재소환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검찰은 "법정에서 나온 중요한 증언이기 때문에 당연히 검찰 질문으로 준비는 해둔 상태였으나, 심야 조사가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300쪽에 달하는 질문을 다 소화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효율적인 조사가 진행돼 조사가 어느 정도 마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7일 이 대표 조사를 마지막으로 사실상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 관련 소환조사는 더 없을 것이란 얘기다.

검찰은 이날 조사한 내용을 최종 검토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백현동 개발 사업은 이재명 성남시장 재임 시절 한국식품연구원이 지방으로 옮겨가면서 남은 부지에 아파트를 조성한 사업이다. 검찰은 인허가 문제로 어려움을 겪던 백현동 사업이 '로비스트'로 지목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의 개입 이후 급물살을 탔다고 보고 있다.

이 대표는 정치적·경제적 이익을 위해 민간 사업자에게 유리하도록 인허가권을 행사하고, 결과적으로 성남시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백현동 개발사업 비리 의혹' 관련 핵심 로비스트로 지목돼 구속기소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 김 전 대표는 2015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백현동 개발사업 인허가 관련 편의 알선 등을 대가로 부동산 개발업체인 아시아디벨로퍼 대표 정 모 씨에게 77억 원과 함바집(공사장 식당) 사업권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2023.4.1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 조사 사실상 마무리한 檢…'배임죄 성립' 법원 설득 가능할까

검찰이 조사를 사실상 마무리한 가운데 이제 이목은 과연 '배임 혐의'를 검찰이 입증할 수 있느냐로 쏠리고 있다. 구속영장 발부에 중요한 기준 중의 하나가 범죄 혐의 성립 여부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영장 청구 시점은 그 이후의 문제다.

검찰은 개발 과정에서의 민간업자에 특혜가 제공된 점이 이미 드러났다며 혐의 입증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가 배임의 고의성을 가졌는지를 입증하기 매우 까다롭고, 법원도 배임죄 성립을 매우 좁게 보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쉽지만은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검찰은 사업 관련 청탁이 이뤄져 부당한 특혜가 있었다는 점이 확인돼 민간업자인 정 대표와 브로커 역할을 한 김 전 대표가 구속됐고, 이 대표가 이 과정에 개입한 정황이 있다며 배임 혐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실제로 구속영장 심사 단계에서나 본재판 단계에서 배임죄가 인정될지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의견이 많다.

정 대표가 김 전 대표를 통해 청탁을 하고 실제로 백현동 사업에서 민간업자가 막대한 이익을 취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 결정이 이뤄진 것은 맞지만, 결국 배임죄의 핵심은 청탁이 있었고 이 같은 결정이 민간업자에게만 유리한 것임을 알면서도 측근인 김 전 대표의 이익을 챙겨주기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하기 때문이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결국 핵심은 이 대표가 김 전 대표의 청탁을 들어줌으로써 자신의 측근인 김 전 대표에게 이익이 돌아간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라며 "그런데 청탁의 특성상 직접적인 증거가 거의 없어 입증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검찰이 관련자들 진술이나 당시 자료들을 토대로 김 전 대표와 정 전 실장, 정 전 실장과 이 대표 등 윗선에서 주고받은 이 두 고리를 연결해야 이 대표의 배임 혐의가 인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이 대표 사건의 경우 검찰이 성남시 관계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했겠지만, 실제 배임죄 재판에서 진술이 검찰 조사 때와 달라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며 "진술 증거만으로는 혐의를 입증하기엔 약하다"고 말했다.

검찰이 김 전 대표가 정 대표로부터 받은 77억원 중 일부가 이 대표 측에게 흘러들어간 정황을 밝혀낸다면 배임죄가 쉽게 인정될 가능성도 있다. 한 변호사는 "만약 민간업자의 자금이 이 대표로 유입된 게 입증된다면, 당시 인허가 과정에서 있었던 일들을 구체적으로 밝혀내지 않더라도 배임죄가 인정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법원이 배임죄에서 선량한 관리자로서 의무를 다하면서 재량 범위 안에서 행위를 했다면 회사가 손해를 보더라도 개인적 책임을 지지 않는 '경영 판단의 원칙'을 넓게 인정하면서 배임죄를 좁게 해석하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도 "경영 판단의 원칙 때문에 최근 업무상 배임죄가 인정받기엔 굉장히 구멍이 좁다"며 "경영자가 잘해보려고 일을 한 것이라는 점이 대략적으로라도 입증이 되면 배임죄가 인정되기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ho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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