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건강] "노인 고혈압 500만명 넘었다…'나이들면 생긴다' 생각은 잘못"

김길원 2023. 8. 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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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고혈압보다 '이완기 혈압' 낮은 게 특징…"약물치료 동시에 식생활습관 바꿔야"
(CG) [연합뉴스TV 제공]
[대한고혈압학회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국내 65세 이상 노인 고혈압 환자가 500만명을 넘어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고혈압은 말 그대로 혈압이 정상보다 높은 상태를 말한다. 심장이 수축해 혈액을 배출할 때 동맥혈관에 가해지는 압력인 수축기 혈압(최고혈압)이 140mmHg 이상이거나 심장이 이완(확장)하면서 쉬고 있을 때의 압력이 90mmHg 이상이면 고혈압에 해당한다.

고혈압이 위험한 건 혈압이 높아지면서 심장벽이 두꺼워지고 커지면서 심부전 상태로 악화하거나 혈관 손상에 따른 동맥경화가 발생해 심뇌혈관질환(심근경색, 뇌졸중 등)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혈압에 따른 심뇌혈관질환의 사망률은 115/75mmHg에서 수축기혈압이 20mmHg, 이완기혈압이 10mmHg씩 증가함에 따라 2배씩 계속 증가하는 것으로 본다. 특히 이런 위험성은 고령일수록 더 커지는 만큼 평소 혈압 관리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

19일 국제학술지 '임상 고혈압'(Clinical hypertension) 최근호에 따르면, 대한고혈압학회는 국민건강영양조사(1998~2020년)와 국민건강보험공단(2002~2020년) 빅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2020년 기준 20세 이상 고혈압 환자가 1천260만명(29.4%)에 달했으며, 이 중 501만명(40%, 남 200만명, 여 301만명)이 65세 이상 노인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처럼 노인 고혈압 환자가 급증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급격한 고령화 추세가 꼽혔다. 이번 조사에서는 80세 이상 고혈압 환자만 20만명(10%)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학회는 "국내에서 65세 이상 고혈압 환자가 20~64세 환자보다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65세 이상에서 빠르게 개선됐던 고혈압에 대한 인식률과 치료율이 2012년 이후로 속도가 둔화하고 있어 개선책이 마련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노인들 상당수가 고혈압 자체를 질환이 아니라 나이가 듦에 따라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여기고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아 질환의 심각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노인의료센터장)는 노인성 고혈압이 젊은 층의 고혈압과 발생 양상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젊었을 때는 저혈압이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고혈압이 생겼다고 하는 노인들이 많은데, 이는 혈관이 노화돼 대동맥이 딱딱해져서 나타나는 '노인성 고혈압' 현상을 두고 말하는 것"이라며 "수축기 혈압은 140mmHg보다 높은데 이완기 혈압은 90mmHg보다 낮은 게 노인성 고혈압의 특징적인 소견"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처럼 이완기 혈압이 과도하게 낮으면 심장근육으로 유입되는 혈액량 및 산소량이 적어져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심근허혈이 일어날 위험이 더 커진다는 점이다.

[대한고혈압학회 제공]

김 교수는 "노인성 고혈압은 고령자가 많아질수록 사회 문제로 확대되고, 고혈압 유병률 전체가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한고혈압학회는 65세 이상 노인 고혈압에 대한 진료 지침에서 몸이 건강하면서 수축기혈압이 140mmHg을 넘는다면 생활요법과동시에 약물치료를 하라고 권고했다.

또 80세 이상, 노쇠한 노인 환자를 포함한 모든 노인 환자는 수축기혈압이 160mmHg이 넘으면 약물치료를 시행하고, 140~159mmHg인 경우에도 약물치료에 잘 적응할 것으로 기대되는 건강한 노인이라면 약물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초고령자와 노쇠한 노인, 시설 입소 노인의 고혈압에 대한 목표 혈압은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며, 진료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고려해 치료 방침을 결정해야 한다는 게 학회의 입장이다.

김 교수는 "노인이라도 혈압을 잘 관리하면 심뇌혈관질환이 예방된다는 사실은 그동안 각종 연구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혈압측정기를 활용해 주기적으로 본인의 혈압을 측정하고 관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정혈압은 올바른 측정법을 아는 게 중요하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아침(약물 복용 전, 식사 전)과 저녁(잠자리에 들기 전)에 하루 2회 측정을 권고한다. 화장실에 다녀온 후에는 5분간 휴식 후 혈압을 재야 하고, 측정 전 30분 이내에는 흡연과 카페인 섭취는 금물이다.

또 혈압을 잴 때는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은 자세에서 위팔에 감는 커프를 심장 높이에 맞춰 착용하고, 측정값은 혈압 수첩에 모두 기록해야 한다.

짜게 먹으면 혈압이 올라가기 때문에 평소 싱겁게 먹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습관도 중요하다.

김광일 교수는" 나트륨 함유량이 많은 국과 찌개 등의 국물류 음식과 인스턴트 식품은 되도록 피해야 한다"면서 "직접 음식을 조리할 때도 간을 덜 하는 습관을 들이고, 채소를 많이 섭취하면서 절주 및 금연을 실천하고 표준 체중을 유지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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