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이 알려주는 의료상식] '당뇨발' 위험 환자가 100만 명?...절단 뒤 5년 생존률 일부 암보다도 낮아

이범구 2023. 8. 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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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성형외과 김종호 교수

# 20년째 당뇨를 앓고 있는 65세 남성 A씨. 최근 걸을 때마다 모래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이 종종 있었다. 하지만 큰 불편함이 없어 대수로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양말이 젖어있는 것을 발견하고 발바닥에 상처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진물이 나고 상처 주변이 붉게 변했지만 통증도 없고 불편감도 없어 반창고를 붙이고 며칠 지냈다. 나중에 보니 발가락이 갑자기 검게 변해있었고 급히 병원에 내원해 적절한 혈관 확장시술과 재건으로 질환을 치료했다. 당시 전문의는 “좀 더 늦었으면 발전체를 절단하는 치료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당뇨발'이란?

당뇨발은 당뇨병 환자 발의 상처, 궤양, 괴사 등을 광범위하게 이르는 용어입니다. 당뇨발 환자의 3분의2 정도에서 신경병증이 동반되고 이에 감각이 무뎌짐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미한 궤양부터 발가락 및 발 원위부 괴사가 동반돼 발을 절단하는 경우까지 중증도는 매우 다양합니다.

현재 한국 30대 이상 성인 7명 중 1명 정도가 당뇨병을 알고 있습니다. 통계적으로 당뇨 환자 5명 중 1명 정도가 당뇨발이 생기니, 약 100만 명 이상의 환자가 향후 당뇨발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점점 고령화 사회에 따라 수명도 길어지고 이에 당뇨 유병 기간도 길어지니 당뇨발 환자는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발생원인 및 증상

당뇨를 오래 앓다 보면 혈당 당뇨성 신경병증, 혈관병증이 동반되며, 문제의 선행성, 심각성에 따라 당뇨발의 발현 현상은 매우 다양합니다. 흔하게 당뇨성 신경병증으로 인해 초기에 발의 저릿저릿함이나 화끈거림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경병증이 악화하면 앞서 소개한 A씨의 사례처럼 모래 위나 자갈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고 점점 발의 통증 감각을 포함한 전반적인 감각이 떨어집니다. 자율신경계 파괴로 건조한 피부는 쉽게 상처가 나며, 통증 감각이 떨어져 지속되는 압력이나 외부 자극에는 잘 알아채지 못하고 궤양이 발생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신경병증과 함께 진행되는 혈관병증은 발로 가는 혈류량을 떨어뜨리고 상처 입은 조직의 회복을 저해합니다. 만약 혈관병증이 신경병증보다 먼저 심하게 발현된다면 발가락이 검게 변하는 괴사가 발생하기도 하며, 감염 등이 동반된다면 발가락 1~2개 혹은 발의 한 부분이 모두 괴사하기도 합니다.


예방과 치료 방법은

'가장 좋은 치료는 예방'이라는 말은 당뇨발에도 똑같이 해당됩니다. 즉, 당뇨환자가 혈당 관리를 잘하는 것이 당뇨발로의 진행을 막거나, 이미 발생한 당뇨발의 악화를 막는 기본 조건입니다. 이에 더해 당뇨를 오래 앓고 있다면 발을 정기적으로 검진하는 것은 필수입니다.

특히, 당뇨성 신경병증의 발생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면 수시로 발을 살피면서 상처가 나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아울러 너무 조이는 신발이나 습한 환경 등을 피해야 합니다.

당뇨발로 괴사가 발생한 환자의 발(왼쪽)과 절단 방지를 위해 연부조직 재건술을 시행한 후 모습.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발을 살리기 위한 다학제적 접근과 새로운 치료법

당뇨발의 중증 단계인 궤양이나 괴사가 발생했을 때는 다학제적 접근이 필수입니다. 혈관, 신경, 뼈, 연부조직, 피부 등 발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에서 문제가 생기기에 정형외과, 내분비내과, 혈관외과, 성형외과 등 여러 진료과의 협진이 필요합니다.

당뇨성 신경병증의 유무를 확인하고 혈관 초음파로 좁아진 혈관이 있는지, 경피 산소분압 검사 등으로 피부에 산소가 잘 공급되는지 확인합니다. 아울러 X-레이로 뼈의 변형 등을 확인하고, 감염이나 근육, 연부조직의 문제가 의심되는 때에는 MRI로 손상 범위나 정도를 확인하기도 합니다.

혈관 검사에서 발로 가는 혈관이 좁아져 있다면 먼저 시술 치료로 혈류를 개선합니다. 정형외과에서는 발의 변형 및 뼈의 문제에 대해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고, 성형외과에서는 당뇨발에서 비롯된 창상의 회복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선택하고 창상에 맞는 피복재를 사용·관리합니다. 이와 함께 협진하며 괴사한 조직을 제거하는 변연절제술 및 필요한 부분을 제거하는 절단술을 시행합니다.

과거에는 연부조직 결손을 보강하지 못해 발을 절단했을만한 환자도, 최근에는 성형외과에서 피판술을 이용해 성공적으로 발을 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기존에 사용하던 고압산소치료나 성장인자 등을 포함한 드레싱 재료 외에도 최근 세포치료제가 개발되는 등 당뇨발 환자들의 발 절단을 막기 위해 관련 연구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당뇨발로 발을 절단하는 사람의 5년 생존율은 50% 정도이며, 이는 몇몇 암보다도 낮은 생존율입니다. 물론 당뇨발이라는 위험 요소만으로 사망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뇨발의 적절한 관리가 건강한 삶의 질을 영속시키는 주요 요소임을 보여주는 중요한 연구결과입니다.

당뇨병을 앓고 있는 환자분들이 건강한 발을 지키기 위해서는 적절한 예방과 진단이 필수적입니다. 당뇨병의 적절한 예방과 진단으로 건강한 발을 지켜야 합니다.

이범구 기자 eb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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