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 감독의 간절함 담은 ‘보호자’[M+인터뷰①]
정우성, 연출자로서 느낀 ‘폭력’의 반감을 ‘보호자’로 담다
레전드 비주얼 ‘비트’→‘보호자’까지,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 본 인터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보호자’ 정우성이 감독으로 돌아온 가운데 ‘정우성스러운’ 영화로 자신의 꿈을 펼쳤다.
정우성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보호자’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영화 ‘보호자’(감독 정우성)는 10년 만에 출소해 몰랐던 딸의 존재를 알고 평범하게 살기를 원하는 수혁(정우성 분)과 그를 노리는 이들 사이의 이야기를 그린 액션 영화이다.
‘보호자’는 지난 2020년 2월 크랭크인했다. 이후 3년 만에 오랜 시간 끝에 관객들에게 선보이게 됐다. ‘보호자’를 통해 정우성은 장편 영화의 감독으로서 데뷔라는 꿈을 이루게 됐다. 앞서 정우성은 CF 및 단편 영화, 뮤직비디오 감독으로도 활동을 한 바 있다.
시사와 개봉 후 ‘보호자’는 호불호가 갈리는 반응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도전적이고, ‘정우성스러운’ 면이 있는 매력을 가진 영화라는 호평도 받으며, 블랙 코미디가 들어간 액션 영화로서 그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특히 정우성은 액션 영화이지만 폭력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 클리셰 속에서 새로운 변주를 두며 색다른 액션 영화를 탄생시켰다.
A. 바람이 점점 간절해지는 것 같다. (웃음) B.E.P(손익분기점)는 넘겼으면 좋겠다는 현실적인 바람이 있다.
Q. 연출을 해야겠다고 느낀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
A. 사실 배우를 하게 된 것도 막연하다. ‘내 꿈을 갖고 꼭 이룰거야’라는 확신에 찬 꿈이 아니라 운이 좋아서 배우가 됐다. 그 무렵에 이야기를 생산하는 게 좋았다. 멍을 때리고 이야기를 상상하는 걸 좋아했고, 배우가 돼서 현장을 보니까 다 신기하더라. 대본을 보고 ‘글은 이렇게 써지는 거구나’ 하면서, 상상하는 글도 써보고. 그러다가 ‘비트’를 촬영하는데 김성수 감독님이 ‘네 또래 이야기니까 내레이션을 네가 써봐’ 해서 써 봤는데 ‘너무 좋다’라고 해서 적용이 됐다. 자신감이 생기고 그러다 보니까 상상하는 이야기로 시나리오 작업도 하고 한번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긴 시간동안 ‘연출을 해봐야지, 해보고 싶다’라고 그렇게 생긴 꿈이었다.
Q. ‘비트’의 유명한 내레이션인 ‘나에겐 꿈이 없었다’ 파트를 직접 쓴 것일까.
A. 맞다. 중학교 때 친구들과 너무 생각하는 걸 좋아했나보다. 뜬금없는 질문들을 던졌다. ‘너 뭐 될거냐’ ‘몰라’ ‘아무것도 없어’ 이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런 기억 속에서 내레이션을 쓰고, 나 역시도 꿈이 막연했다. ‘꿈이라는 걸 가질 수 있고, 이뤄지나?’ 해서 ‘나에게 꿈이 없었다’라는 글이 현실적으로 나온 것 같다.
Q. 어쨌든 그 꿈을 긴 시간 거쳐 이루게 됐다. 소회가 궁금하다.
A. (웃음) 갖는다고 금방 이뤄지는 건 없다. 준비를 한 것도 완벽한 준비도 없고. 어린 나이에 빨리 ‘저 감독 할거예요’ ‘감독하고 싶어요’라고 했지만 ‘당장해야지’ 하는 욕구는 없었다. ‘언젠간 하겠지, 기회는 생기겠지’ 지난 시간 속에서 작정하고 준비한 적도 있고. 이뤄지지 않는다고 좌절한 적도 없고, ‘지금 타이밍이 아닌가보네’ 그리고 ‘시간이 오겠지. 그때 하면 되겠지’ 하고. 대기만성형의 성격인 것 같다.
Q. 이 작품을 만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보호자’를 만난 과정을 풀어준다면? 또 고민했던 지점들이 궁금하다.
A. ‘증인’이 끝나고 ‘액션 연기가 필요하겠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제작자인 손대찬 PD가 액션 시나리오가 있다고 대본을 봐달라고 했다. ‘많이 했던 소재의 이야기를 하냐’ 하면서도, 사실 ‘감시자들’을 같이 했고, 내 나름대로 그 친구를 성실히 일하는 영화인이라고 인정을 했기 때문에. 첫 번째 제작하는 작품을 같이 하는 것도 개인적인 나눔이 될 수 있겠다 생각했었다. 캐스팅을 OK했는데, 얼마 있다가 준비를 하는 신인 감독이었는데 얼굴을 한 번도 못봤다. 그것도 이상한 일이다. 집 안 사정상 연출에서 내려가야 하는 상황이 펼쳐졌다고. 하루 이틀 생각하다가 ‘어짜피 시간 비어놨으니까 내가 연출해볼까?’ 하고 이야기를 했다. ‘난 좋죠, 선배님!’ 이러고 신나서 웃더라. 지금 생각해보면 이 놈의 큰그림이었던 것 같다. (웃음)
A. 이제 고민은 거기서부터 시작인 거다. 하기로 했는데 연출자로서, 뻔한 이야기 속에서 배우를 했을 때는 액션을 설정하는 것이라 액션 영화로 표방했는데, ‘액션만 잘하면 내 플레이롤은 완성이 되겠다’ 싶었는데, 연출자로서는 ‘이 클리셰 요소를 어떻게 바라봐야지?’ 했다. ‘이 클리셰를 어떤 방식으로 했을 때 나는 도전의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 장르를 다뤘을 때에 나의 비판적인 시선은 뭐였을까’ ‘아이를 대상화해서 늘 이용하는, 아이를 구한다는데 아이의 존재는?’ ‘아이의 순수함을 실현한다는 대의를 말하면서 액션 장르 속에서 폭력이 자연스러운데 이걸 어떻게 하지?’ ‘그럼 연출자로서 내가 생각한 이 반감을 이 영화에 담아볼까?’라고 접근이 시작됐다. 그래서 ‘아이는 이용하지 말자. 아이의 존재 자체를 우뚝 서게 하자. 수혁이라는 사람이 후회하는 그 폭력의 지난 시간에 있어서 성찰, 그게 뭘까’ 했다. ‘아이러니하게 그 폭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이 사람의 몸짓의 부자연스러움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했다. 이 아이에 대한 납치가 벌어지는 상황은 이 영화 안에서 등장하는. 심지어 이 사건을 오도하는 강이사(김준한 분)도 원하지 않는 상황으로 펼쳐지는 인물 간의 아이러니, 딜레마를 어떤 식으로 펼칠까를 중점을 두고 고민을 했다.
Q. 캐스팅 할 때 어려웠던 지점은 없을까. 각 배우들의 캐스팅 비하인드는?
A. 어려웠다. 나에게 오히려 호감을 갖고 있는 게 더 불편했다. 날 모르는 사람에게 제안으 하는 게 백지장처럼 깔끔하게 볼 수 있지만, 선입견이나 인상이라는 게 있지 않나. 관계 속에 축적된. 그 인상을 깨야되지 않나. 감독이라는 포지션, 새로운 환경에서의, 새로운 대면의 입장이 있는데. 그게 안돼서 제일 어려웠다. 다행히 속썩인 배우는 없었다. 성준 역, 강이사 역은 김준한 배우의 개인적인 호감으로 (시작됐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쫑파티에서 배우로서라도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연출을 하게 될 때 꼭 같이 해봐야겠다 생각해서 번호를 따둔 상태였다. 그래서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이건 김준한 배우가 하면 괜찮을 것 같다. 어울릴 것 같다’라는 확신이 들어서 뻔뻔하게 제안을 했다. 우진 캐릭터는 상당히 어려운 결이다. 잘못하면 이거 본전도 못 찾을 수 있는, 접근하기 어려운 캐릭터였다. 그렇다고 새로운 인물로 하기에는 가져가야 되는 것에 있어 더욱 더 큰 모험을 해야 하는. 모험의 요소가 너무 많아지는 거다. 기성 활동하던 동료 배우에게 제안을 해야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함부로 제안을 할 수도 없고, 사실은 모니터링처럼 부탁을 했는데 이미 모니터링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나. 그런 부탁조차도 하면 안되겠구나. 그래서 김남길 배우에게 제안을 했다. 어떤 연락도 하지 말아야겠다 했다.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봐줘’ 이런 문자도 하면 안되겠다 했다. (웃음) 오로지 PD를 통해서 배우 스스로가, 온전히 나와의 관계를 다 배제하고 자기 스스로의 선택에 가치 기준이 있느냐를 보자했는데 다행히 김남길 배우가 우진이라는 캐릭터에 뭔가 가능성을 본인 스스로 발견을 했던 거겠죠? 그래서 연락이 와서 덥썩 안아버렸다.
Q. 김준한의 강이사 캐릭터나 김남길의 우진 등 이색적인 캐릭터들이 매력적이었다. 현장에서 배우의 디렉팅을 더 많이 들어준 편인지, 아니면 디렉팅을 해준 편인지도 궁금하다.
A. 나침반을 제시는 하지만, 나 스스로도 내 머릿속에 우진과 성준의 이미지를 딱 규정하지는 않았다. 왜냐, 나의 규정이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의 발견을 제약할 수도 있다. 우진과 성준을 연기하는 그 배우에게 ‘이런 방향인 것 같은데. 이렇게 걸어 볼까. 이 방향으로 걸어가는 게 편해? 걸어갔을 때 느낌이 어때?’ 같은 소통 속에서 ‘한 번 걸어볼까’ 했을 때 전혀 상상도 못한 발걸음의 모습이 나오는 만큼 계속해서 그렇게 한걸음 한걸음 길을 찾아갔던 것 같다.
Q. 수혁은 딸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감정의 변화를 느끼는 장면, 폭발 장면에서 수혁은 딸을 안고 수영장에 뛰어 들기도 하는 장면 등에서 ‘보호자’라는 제목이 더욱 와닿았다.
A. 첫 대면이니까 가장 컸던 거는 미안함이었다. 민서(이엘리야 분)에 대한 미안함. 모르고 있다는 자체. 하지만 저 존재에 대한 신비로움. 평범함이라는 삶도 모르는데 저 존재가 나에게 형원할 수 없는 묵직함으로 다가오는 그 감정이 아닐까라는 상상으로 연출을 했다. 수영장은 수혁이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수혁이 인비라는 자기를 어른으로 만들어주는 대상과 함께 다시 태어난, 엄마의 자궁 속에 두 쌍둥이가 다시 태어남을 준비하는 모습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서 만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존재가 없으면 나의 존재조차 가치가 없기 때문에 앞에 있는 인비가 더욱더 소중하고 그런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Q. 태어나면서부터 잘생겼다는 말을 들었을 것 같다. 그리고 ‘비트’ 속 정우성은 박제해야할 정도로 레전드 비주얼을 자랑한다. 잘생긴 비주얼과 함께 자연스럽게 나이가 들어가고 있는 것을 더욱 추구하는 것 같은데 자기 관리 같은 것에도 신경을 쓰는 편일까.
A. ‘보호자’ 때는 특히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촬영했는데, 목도 내놓고, 메이크업은 얇게 해서 촬영하는데 보니까 목이 쭈굴쭈굴하더라. ‘저때 왜 감독은 저걸 보호 안한거야! 수혁을 왜 아무도 보호 안한거야!’ 했다. (웃음) 수혁 자체가 그렇게 추운 날 출소해서 목을 드러내고, 따뜻하게 보호하지 않아도 되는 그럴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 돌아다니는 애니까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걸 또 후반 작업에서 ‘수혁이 얼굴을 좀 더 (보정해줘)’ 그러기에는 체질적으로 맞지 않는 것 같다. 세월을 이길 수 없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인데, 한탄처럼 이야기하는 것 같다. 한탄해봐야 소용없는 걸 우리가 왜 한탄하는지 모르겠다. 지금도 농담으로 잘생김에 대해서 스스로 웃음의 요소로 쓰지만,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 어떻게 잘 먹어가느냐가 중요한거지. 귀차니즘으로 너무 나를 방치하는 것도 안되겠지만, 적당한 관리도 되게 중요한 것 같다. 그렇다고 너무 세월을 역행할 관리를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그런데 팩은 안붙이는 편이다. 붙이고 있는 그 시간이 힘들더라. 뭔가 해야 하는데. (웃음)
[이남경 MBN스타 기자]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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