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더 빠르고 정교해진 포르셰 신형 카이엔

1억3310만~1억3780만원

포르셰 카이엔은 브랜드 간판 제품이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판매된 30만9884대의 포르셰 가운데 30.9%, 9만5604대를 차지했다. 국내에서는 인기가 더 많다. 지난해 판매된 8963대의 포르셰 중 4102대(45.8%)가 카이엔이었다.

포르셰 카이엔. /오스트리아=박진우 기자

카이엔은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이면서도 스포츠카의 특성을 담아냈다. 성능에 따라 여러 제품으로 판매되는데, 어떤 차를 타든 포르셰만의 역동적인 주행감성을 보여준다. 이달 17일 국내에 출시된 신형 카이엔을 지난 5월 오스트리아에서 먼저 경험해 봤다.

카이엔의 크기는 길이 4930㎜, 너비 1983㎜, 높이 1698㎜다. 휠베이스(앞바퀴 중심과 뒷바퀴 중심 사이의 거리)는 2895㎜다. 경쟁차인 BMW X5와 비교해 너비는 13㎜ 넓고, 높이는 67㎜ 낮다.

포르셰 카이엔. /오스트리아=박진우 기자

외관 디자인의 변화는 크지 않다. 이전의 좋은 점은 그대로 두고,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하는 선에서 디자인이 일부 바뀌었다.

신형 카이엔은 포르셰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스포츠카 911의 디자인이 곳곳에서 보인다. 911처럼 전면에 직선을 넣어 인상을 또렷하게 가다듬었다. 새롭게 장착된 HD 매트릭스 헤드램프는 미래적인 느낌을 준다. 차종에 따라 차체 일부와 휠 디자인도 달라졌다.

후면에도 911 디자인이 들어갔다. 램프의 형상이 911을 꼭 닮았다. 직선이 강조된 전면과 달리 뒤쪽은 풍만하게 그려졌다. 앞쪽은 날렵하면서 뒤쪽은 풍부한 볼륨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스포츠카 디자인이다.

포르셰 카이엔 쿠페. /오스트리아=박진우 기자

실내는 포르셰가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디지털화를 단번에 볼 수 있도록 변화했다. 순수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과 닮았는데, 앞으로 모든 포르셰의 실내가 이와 같이 변한다고 한다.

기어 레버는 원래 있었던 자리에 있지 않고 타이칸처럼 중앙 디스플레이의 왼쪽에 작게 들어갔다. 계기판과 중앙부, 조수석에 각각 들어간 디스플레이는 성능과 기능의 시각화로 대변되는 최신 자동차 실내 디자인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조수석의 디스플레이는 운전석에서 보이지 않는다.

포르셰 카이엔 쿠페(흰색)와 카이엔 E-하이브리드. /오스트리아=박진우 기자

기본 모델인 카이엔은 V6 가솔린 엔진을 얹었다. 출력(최고 360마력)이 이전보다 조금 올랐고, 토크(51㎏f.m)도 향상됐다. 변속기 무게를 덜고, 기술적 완성도를 높여 경쾌한 움직임이 인상적이다. 출발 가속의 질감이 매끄럽고, 추월이나 고속 달리기에도 능한 모습을 보인다. 오스트리아의 일반 도로는 폭이 좁고 굴곡이 잦은데, 이런 환경에서도 큰 몸집을 민첩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함께 경험한 E-하이브리드(내년 출시 예정)는 전기모터가 적극적으로 성능에 개입에 질주 쾌감이 더 크다. 전기 단독으로 최대 90㎞(WLTP 기준)를 달릴 수 있는 고용량 배터리 탓에 육중한 느낌이 있지만, 고속에서는 오히려 무게에 따른 속도감이 있다. 다만 이런 무게는 곡선 주로 등에서 원심력이나 가감속 때의 관성을 더욱 커지게 만든다.

포르셰 카이엔 E-하이브리드. /오스트리아=박진우 기자

8단 자동변속기는 스트레스가 거의 없다. 상당히 민첩하게 속도를 조절하기 때문에 높은 속도에서도 여유가 있다. 스티어링휠(운전대) 뒤쪽에 있는 패들 시프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수동 운전의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이번 카이엔의 개발 콘셉트는 쾌적함이다. 주행의 전 영역에서 매끄러운 달리기가 가능했다. 특히 앞바퀴처럼 각도를 틀 수 있는 뒷바퀴 조향 시스템은 차의 전반적인 민첩성을 크게 올리는 효과를 낸다.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은 승차감을 부드럽게 하면서도 차의 거동을 단단하게 잡는다. 도로의 상처나 작은 돌멩이 등에서 오는 충격을 대부분 흡수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포르셰 카이엔 E-하이브리드. /오스트리아=박진우 기자

국내에서 옵션으로 장착 가능한 HD 매트릭스 헤드램프는 도로 상황을 실시간으로 인식해 반응한다. 3만2000개의 마이크로LED가 내는 빛은 밝고, 정교하다.

카이엔 가격은 1억3310억원, 카이엔 쿠페는 1억3780만원이다. 기본 가격이 과거에 비해 13% 올랐는데, 뒷바퀴 조향 시스템(300만원), 20인치 휠(230만원), 에어 서스펜션(540만원),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290만원) 등의 옵션을 기본화했다. 이들 옵션을 고려하면 기존에 비해 가격이 오히려 약 2% 떨어진 효과가 나타난다.

포르셰 실내 디자인. /오스트리아=박진우 기자

포르셰 카이엔 운전대. /오스트리아=박진우 기자

포르셰 실내 조수석 디스플레이. /오스트리아=박진우 기자

포르셰 실내 디자인의 아이콘 스톱워치. /오스트리아=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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