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 인구 줄어서 어려워”... 학교 신설 불가에 ‘몸살 앓는’ 재건축 단지들

조은임 기자 2023. 8. 1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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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촌주공, 중학교 이전·증축 문제로 갈등 심화
일부선 ‘과밀학급’ 문제도

학교용지를 확보해 정비사업을 추진하던 단지들이 교육청으로부터 뒤늦게 ‘학교 신설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단지 내 학교 신설이 어려워지자, 인근 학교를 단지 안으로 이전해오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강동구 둔촌 1동에 들어선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의 재건축 조합은 ‘한산중학교’ 이전 문제로 인근 둔촌 2동, 성내 3동 주민들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강동송파교육지원청이 둔촌주공으로부터 400m 떨어진 ‘한산중학교’를 (아파트 재건축 후) 단지내로 이전해 증축하기로 결정하면서다. 한산중학교 측은 오는 23일까지 이전·증축 추진에 대한 학부모와 둔촌동 일대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지난 17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하교하는 모습./뉴스1

원래 둔촌주공은 단지 내 초·중학교를 신설할 예정이었다. 2014년 8월, 교육청과 조합은 학교용지 기부채납 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2020년 둔촌일초‧중(가칭) 신설 불가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지원청은 둔촌주공이 재건축 사업을 완료해 2025년 1만2032가구가 입주하게 되면 늘어나게 되는 중학생의 수를 1096명으로 산출했다. 서울교육청은 학교 용지가 마련됐어도 해당 자치구 기준 학교당 학생 수 800명, 학급당 34명의 요건이 돼야 학교 추가 신설을 승인하고 있다. 교육당국은 줄어든 학령인구를 고려해 학교 신설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원청은 기존 한산중학교가 위치한 자리에서 그대로 증축을 하게 되면 운동장과 특별교실이 축소돼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데 제약이 생긴다는 입장이다. 또 공사 소음·분진으로 학습권도 침해된다고 봤다. 하지만 둔촌주공 단지내로 옮겨 증축을 하게 될 경우 신축공사 완료까지 교육과정을 중단하지 않아도 되고 학습권 침해가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강동송파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교육부에서 검토후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학교 신설 불가로 판정을 내렸다”면서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을 내렸고 현재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했다. 지원청은 한산중학교를 둔촌주공 입주 후 2년 뒤인 2027년 3월까지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한산중학교 이전·증축 결정이 나자 인근 주민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단지 인근 학교는 학생들의 학습권은 물론 집값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주민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문제다. 이들은 ‘한산중 지키미 운동본부’를 만들어 온라인 서명 운동을 하는 등 단체행동에 나서고 있다. 현재 한산중 인근에는 둔촌2차 현대, 둔촌 하이트, 둔촌신동아파밀리에 등의 아파트 단지들이 있다.

둔촌2동에 거주 중인 한 학부모는 “둔촌주공 단지와 현 한산중학교는 고작 400m 떨어져 있다”면서 “기존 학생들이나 학부모의 의견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내려진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학교 신설이 어려워지면서 ‘과밀 학급’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곳도 있다. 고덕강일3지구 내 강동리엔파크14단지가 대표적인 사례다. 주민들은 SH공사가 보유한 학교용지에 초등학교 신설을 요구해왔지만 교육부는 학령인구가 줄어 들었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단지의 초등학생들은 현재 30분 거리인 강솔초등학교로 통학 중이다. 현재 SH공사와 주민들은 서울형 분교 등을 대안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재건축 사업지 방배5구역(디에이치 방배·조감도)은 초등학교 대신 체육시설 등을 넣기로 했다. 초등학교 부지는 이미 배정돼 있지만 교육청이 신설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들 간의 의견차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원 대부분이 고령인 가운데 일부는 차후 임대나 매매시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가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혈세를 투입해야 하는 교육부 입장에서는 학령인구 감소를 고려해 신설 심사를 까다롭게 하는 점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저출산 시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교육당국이 제대로 된 교육여건을 조성하는 점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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