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부족 인구’ 세계의 4분의 1... 2050년까지 10억명 증가
농축산업, 발전용 수자원도 부족
전 세계 인구 4분의 1이 살고 있는 25국이 현재 극심한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2050년에는 물 부족 인구가 지금보다 10억명 더 늘어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구 증가와 경제 성장으로 물 수요도 급증했지만 기후 위기가 지속되고 수자원 관리가 잘 안 돼 식수는 물론, 농사나 가축 사육, 전력 생산에 필요한 물까지 얻기 힘들어진다는 분석이다.
세계 자원연구소(World Resouces Institute)는 지난 16일(현지 시각) 홈페이지에 이 같은 내용의 ‘세계 수자원 위험 지도’를 공개했다. 수자원 위험 지도에 따르면 30년 뒤에는 세계 인구 60%가 물 부족을 겪을 것으로 예측된다.
◇세계 인구 25%가 심각한 물 부족 상태
연구진은 인공위성으로 전 세계 수자원을 관측한 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하는 도구인 ‘아퀘덕트(Aqueduct)’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물 순환과 수자원 변화를 분석하고 시뮬레이션(가상실험)했더니 전 세계 물 수요가 1960년 이후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인구가 늘고 관개농업과 축산업, 수력 발전, 제조업 등 산업 활동으로 물 수요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수자원 시설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고 지속 불가능한 물 사용 관련 정책과 기후변화로 인한 변동성 증가 때문에 물 공급량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물 수요가 급증하며 수자원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었다. 전세계 인구의 절반인 약 40억명이 1년에 최소 한 달 이상 물 부족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는 전체 인구의 83%, 남아시아에서는 전체 인구의 74%까 물 부족을 겪고 있었다. 특히 바레인과 키프로스, 쿠웨이트, 레바논, 오만이 물 부족이 가장 심각한 나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210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이 1.3~2.4도에 그치는 낙관적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가정하더라도 2050년까지 10억명이 추가로 물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했다. 전 세계 물 수요량은 2050년까지 20~25% 더 늘어날 전망이지만, 물 공급이 가능한 수자원은 19%만 증가한다고 예측됐기 때문이다. 중동과 북아프리카는 2050년까지 모든 인구가 극심한 물 부족을 겪을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특히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이 가장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 지역은 현재 극심한 물 부족을 겪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세계 어느 지역보다 물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50년에는 지금보다 수요가 163% 늘어날 전망이다. 두 번째로 물 수요 증가세가 가파른 남아메리카(43% 증가)보다 4배나 더 심각하다. 연구진은 이 지역에서 물 수요가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경제는 성장하겠지만 결국 물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탓에 이 지역의 GDP가 약 6%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물이 부족하면 건강과 식량, 산업, 에너지, 농업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지금보다 개선된 물 관리 정책을 시행하지 않는다면 2050년까지 인도와 중국, 중앙아시아, 그리고 아프리카 대부분의 지역에서 경제적인 손실이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렇지만 싱가포르와 미국 라스베이거스처럼 해수 담수화, 폐수 처리와 재사용 기술로 물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100년에는 55억명이 수질 오염 피해
앞서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연구진은 지난달 17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워터’에 “2100년 전 세계에서 최대 55억 명이 오염된 물을 마실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기후변화와 산업활동이 지금처럼 지속된다는 가정 하에 전 세계 수질 변화를 시뮬레이션한 결과다.
연구 결과 전 세계 인구의 17~27%는 염분, 20~37%는 유기물, 22~44%는 병원균에 오염된 물에 노출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을 비롯한 저소득 국가에서 수질 오염이 심각할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저소득 국가라도 리우데자네이루, 상파울루 등 비교적 부유한 도시는 수질 관리가 잘 돼 물 부족 현상이 점차 줄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위트레흐트대 연구진은 “물이 오염되면 콜레라, 장티푸스 같은 전염병이 퍼질 위험도 크다”며 “수질 오염과 물 부족은 일부 저소득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인의 생존이 달린 문제”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대안으로 물을 오염시키는 주요 원인인 산업용 화학물질과 플라스틱, 의약품 배출을 줄이고 수질 관리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참고 자료
WRI. https://www.wri.org/insights/highest-water-stressed-countries
Nature water(2023), DOI: https://doi.org/10.1038/s44221-023-00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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