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일 유사시 협의 의무화, 이런 ‘준군사동맹’ 반대한다
한국·미국·일본 정상이 18일(현지시간)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3자 정상회담 연례화, 반도체 공급망 협력 등 많은 합의가 도출됐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별도로 채택된 인도·태평양 지역 내 위기 발생 시 3국 간 협의를 의무화하기로 한 것이다. 미 정부 고위관계자는 회담 전 “세 정상은 역내 위기 발생 시 또는 어떤 한 나라의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일어날 경우 협의할 의무가 있다고 서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의 의무화가 정식 동맹이나 나토 같은 집단방위 조약에 이르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유사시 협의 의무’ 서약은 미국이 인·태 지역 내 다양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3국 관계를 사실상 동맹에 준하는 협의틀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국으로선 대만해협·남중국해 등에서 일어나는 원치 않는 분쟁에 휘말려들 소지가 있어서 우려스럽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 문건이 기존 미·일 동맹, 한·미 동맹 조약을 침해하거나 방해하지 않고, 어떠한 새로운 국제법적 의무도 부과하지 않는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미국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넓은 인·태 지역 어느 한구석에서 분쟁·위기 상황이 생길 경우 미국은 한·미·일 협의틀 내에서 공동 대응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으로서는 한반도 문제와 직결된 문제가 아니어도 일단 협의에는 참여할 의무가 생긴다. 그것이 꼭 군대 파견 등 대응에 동참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한국에도 부담이 늘어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한반도 문제에서 일본이 발언권을 행사할 길을 열어준 측면도 있다. 그동안 한·일 동맹이 아니어서 하지 못한 일들을 우회할 수 있도록 한 방안으로 보인다.
이 합의는 미국 입장에서는 최근 몇십년 사이 아시아 지역 동맹 외교에서 얻어낸 최대 수확일 것이다. 일본 역시 원하는 바일 수 있다. 하지만 한국 내 여론은 아직 일본과 이런 관계까지 나아가는 것에 부정적이다. 한·미 동맹만으로도 북한 위협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중국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면 미국의 인·태 전략에 완전히 몸을 싣는 것이 바람직하지도 않다. 캠프 데이비드 합의가 한국 국익에 부합하는지에 대해 외교안보 전문가들이나 한국 사회 전반이 면밀히 따져보지 못한 상태이다. 성급한 한·미·일 준군사동맹화에 반대 의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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