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모의전쟁에 펜타곤이 경악한 까닭 [PADO]
[편집자주] '글로벌 자유무역'의 시대가 저물기 시작하면서 새삼 뚜렷해지는 교훈 하나는, 여전히 한 국가를 떠받치는 데 제조업 기반이 매우 중요하다는 겁니다. 단순히 경제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안보의 문제에서도 그렇습니다. 폴리티코의 2023년 6월 9일자 기사는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자랑하는 미국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냉전 종식 후 미국의 안보 정책은 다른 강대국과의 경쟁보단 테러 조직의 소탕에 초점이 맞춰졌고, 이로 인해 기본적인 '물량'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이 사라졌다는 겁니다. 미국 경제에서 제조업의 비중은 꾸준히 감소해왔고 현재는 GDP의 10% 가량입니다. (한국은 25% 가량) 이는 방위산업을 새로운 산업동력으로 삼으려는 한국에도 시사점이 큽니다. 한국의 풍부한 제조업 기반은 미국 방위산업의 공백을 메워줄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미국과 대결하는 중국에 너무 가까워 쉽게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오커스(AUKUS) 급의 안보협정을 통해 호주 같은 '후방'으로 생산기반을 분산하는 것도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폴리티코가 미국의 방산획득체계가 매우 낡았다고 지적하는 것 못지 않게 한국의 획득체계도 많은 개선이 필요합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전쟁은 이른 새벽, 중국판 '충격과 공포' 작전에 해당하는 대규모 폭격과 함께 시작되었다. 중국의 항공기와 로켓들이 대만 해군과 공군을 파괴하는 동안, 인민해방군 육군과 해군이 100마일에 달하는 대만 해협을 가로질러 대규모 상륙 공격을 감행했다.
중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만 방어 공약을 진지하게 받아들였으므로, 인도-태평양 방면의 미군과 동맹군 공군 기지와 함정도 선제공격했다. 미국은 보다 정교한 잠수함과 B-21, B-2 스텔스 폭격기들을 중국의 방공구역 내로 침투시켜 한동안 힘의 균형을 맞출 수 있었지만, 미국은 며칠 만에 주요 무장을 소진하고 네트워크 접근도 차단당했다.
미국과 그 주요 동맹국인 일본은 수천 명의 병력과 수십 척의 함정, 수백 대의 항공기를 잃었다. 대만의 경제는 황폐화되었다. 중국의 포위망이 장기화되면서 미국의 재건 작업은 훨씬 더 느려졌다. 중국에 비해 매우 위축된 미국의 산업기반을 감안하면 함정을 교체하는 데에만 몇 년이 걸릴 것이다.
"중국은 우리를 압도했고, 우리가 행동하기 전에 우리가 무엇을 할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전 합참 부의장 존 하이튼 장군이 사후보고서에서 한 말이다.
위와 같은 워게임 시나리오는 지난 몇 년 동안 수십 종이 작성되었으며, 그 가운데 가장 최근에 작성된 것은 지난 4월 미국 하원 중국특별위원회의 워게임이다. 이런 워게임의 최종 결론이 항상 일정한 것은 아니지만--미국은 어떤 워게임에서는 다른 워게임보다 더 양호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치러야 할 대가는 일관적이었다.
모든 워게임에서 미국은 며칠 만에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을 전부 소모했고, 상당수의 항공기가 지상에서 파괴당했다. 그리고 미국은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인이 흔히 기대하게 된 것처럼 3만 피트 상공에서 버튼을 누르며 벌이는 추상적인 전쟁 대신, 끔찍할 정도로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겪어야 했다.
이는 미중 전쟁이 핵전쟁으로 비화되지 않는다고 가정했을 때의 이야기다.
하원 중국특별위원회의 워게임에서 중국 지도부의 역할을 담당했던 CNAS(신미국안보센터)의 워게임 연구실 책임자인 베카 바세르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모든 워게임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은 전방위적인 대규모 손실이었습니다. 그런 손실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파괴적입니다. 이런 워게임의 요점은 미국이 인도-태평양 방면에 조치를 취해서 미래에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크게 뒤떨어져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에게 울리는 경종이며, 지금이 우리의 분기점입니다."
이 문제는 최근 몇 년 동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이 장기전으로 이어지며 미국의 무장 비축량을 소진시키고, 중국이 군비 지출과 대만에 대한 공격적 발언을 크게 늘리면서 더욱 부각되었다. 지난해 미국은 우크라이나에게 제공할 안보 지원금으로 거의 500억달러의 국방예산을 돌렸는데, 이 조치는 중국에 대한 억지력을 더욱 약화시킬 수 있다.
많은 국방전문가들은 블라디미르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막지 못한 것과, 이로 인해 미국 방위산업에 가해진 부담이 미국의 대만 방면 대응력에 대한 경고음과도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양당의 비평가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인도-태평양 방면의 재앙을 막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대응, 즉 중국에게 대만을 공격한다면 값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신무기를 제때 비축하고 억지력을 강화하는 일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오바마 정권의 국방부 관리이자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에서 실시한 워게임의 보고서를 작성한 세스 존스 CSIS 수석 부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펜타곤의 최고위층들은 당면한 과제를 인식하고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행동보다 말이 앞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냉전 이후 미국의 제조업 기반이 극도로 축소되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신속한 대응은 불가능할 것이다. 워싱턴은 필요한 탄약, 항공기, 함정들에 필요한 많은 부품이 중국을 포함한 외국에서 제조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식했다. 고체 로켓 모터, 포탄 가공, 공작기계, 신관, 작약, 폭발물의 전구체 부품 등이 대부분 중국과 인도에서 제조되고 있다.
숙련된 노동력은 그 이상으로 부족하며 이를 다시 확보하는데는 시간이 걸린다. 전미방위산업협회(NDIA)의 데이비드 노퀴스트 회장은 미국이 방위산업 노동자를 1985년의 3분의1 수준으로 감축했고, 그 규모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며, 약 1만7000개의 기업이 방위산업에서 철수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민간 기업들은 국방부의 복잡한 규칙과 제약을 경계하고 있다.
(계속)
김수빈 PADO 매니징 에디터 subin.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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