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 김하성, NL MVP 포인트 5위 쾌거… 이대로면 한국 야구사 새로 쓴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올 시즌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김하성(28‧샌디에이고)이지만, 사실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 수상 가능성에 베팅하라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개를 저을지 모른다. 그만큼 MVP의 문턱은 높다. 김하성도 훌륭하지만 김하성만큼 훌륭한 선수들이 다수 있는 최고의 무대가 메이저리그다.
김하성이 올 시즌 공‧수‧주를 넘나드는 걸출한 활약과 별개로 ‘진지한’ MVP 후보로 거론되지 않는 건 아무래도 투표 인단의 눈을 확 사로잡을 수 있는 공격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투표 인단이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와 같은 세이버 매트릭스 기록도 참고하는 추세지만, 역시 ‘3할’이나 ‘40홈런’과 같은 강력한 타이틀은 여전한 소구력을 갖기 마련이다.
김하성은 18일(한국시간) 현재 시즌 117경기에서 타율 0.281, 15홈런, 42타점, 67득점, 27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813을 기록하고 있다. 통계전문사이트 ‘팬그래프’에 따르면 김하성의 조정득점생산력(wRC+)은 128로 메이저리그 전체 22위, 내셔널리그에서는 13위다. 중앙 내야수(유격수‧2루수)로 분명 훌륭한 성적이기는 하지만, 그 목표가 MVP라면 다소간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다만 김하성의 종합적인 경기 기여도는 뛰어나게 나오고 있다. 출루와 장타, 도루와 수비까지 전체적인 지표들이 고르기 때문이다. ‘팬그래프’가 집계한 김하성의 올 시즌 WAR은 4.3으로 내셔널리그 6위를 달리고 있다. 중앙 내야수 중에서는 프란시스코 린도어(뉴욕 메츠‧4.6)에 이어 2위다. 투표 인단별로 1위부터 10위까지 순위를 매기는 MVP 투표에서 득표 가능성 자체는 꽤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 최대 스포츠 네트워크 ESPN의 칼럼니스트인 브래드포드 두리틀은 자신 고유의 집계 방식으로 선수의 공헌도를 측정하는 ‘AXE’라는 지표를 사용한다. 이 AXE 지표는 기본적인 WAR 산정 방식을 차용하는 것은 물론 각종 지표에서 승리 확률을 얼마나 더했는지 등 다양한 부가 요소를 혼합해 결론을 낸다. WAR이 높은 김하성은 AXE에서도 리그 최상위권에 올라있다.
18일 ESPN이 공개한 AXE에서 내셔널리그 1위는 예상대로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로 147.1이었다. 그 뒤를 무키 베츠(LA 다저스)가 145.7로 바짝 쫓고 있다. 프레디 프리먼(LA 다저스)이 143.9로 3위, 맷 올슨(애틀랜타)이 133.9로 4위, 그리고 김하성이 133.8로 당당히 5위를 달리고 있다.
이 지표나 WAR 순위대로 MVP 투표가 결정되는 건 아니다. 공격에서 약간 임팩트가 떨어지는 김하성은 다른 후보들에 비해 저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올해 대활약하고 있는 코빈 캐롤(애리조나), 프란시스코 린도어(뉴욕 메츠), 크리스티안 워커(애리조나), 코디 벨린저(시카고 컵스), 후안 소토(샌디에이고)보다 AXE 지표가 더 높다는 건 의미가 크다. 김하성이 공격 외에 수비와 주루 등 다양한 방면에서 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사실 김하성 앞에 있는 선수들은 다 이해가 되는 리그의 슈퍼스타들이다. 올해 타율 0.335, 27홈런, 55도루, wRC+ 167이라는 괴물 같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아쿠냐 주니어는 현시점 MVP 최유력후보다. 아마 다른 시즌이었다고 해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베츠 또한 만능 선수임을 입증하고 있다. 타율 0.295, 31홈런, 81타점, wRC+ 161의 맹활약이다. 우익수‧2루수‧유격수를 오가며 수비에서도 빼어난 팀 기여도를 선보였다.
프리먼도 타율 0.335, 23홈런, 83타점, wRC+ 167을 기록하는 등 올해 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타자로 뽑힌다. 올슨은 벌써 43개의 홈런을 기록해 내셔널리그 유력 홈런왕 후보이자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와 메이저리그 전체 홈런왕을 놓고 치열하게 다툰다. 김하성도 이 선수들의 활약은 인정할 법하다.
다만 김하성이 전국 단위 언론에 자주 언급되는 것 자체가 MVP 득표 전선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최근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가 자사 기자들과 패널들을 대상으로 모의투표를 진행한 결과 김하성도 5위 내 표를 받은 것이 확인돼 관심을 모았다. 사실 MVP 투표에서 ‘TOP 10’만 들어갈 수 있다면 이 또한 대단한 영광이자 리그 최정상급 선수를 공인하는 것과 다름 없다.
실제 한국인 야수 역사상 가장 뛰어난 생산력을 보였다는 2013년 추신수가 MVP 투표에서는 12위로 ‘TOP 10’ 진입에는 실패했고, 2020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2위에 오른 류현진도 당해 MVP 투표에서는 13위로 역시 추신수의 최종 순위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김하성이 TOP 10에 든다면 이 자체로도 한국 야구 역사의 영광의 페이지가 될 수 있다.
한창 좋은 타격감을 뽐내던 김하성은 최근 들어 타율이 조금 떨어지고 있다. 최근 7경기 타율은 0.200, 출루율은 0.226으로 평범하다. 18일 애리조나와 경기에서는 잘 맞은 타구가 연이어 잡히는 등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다만 꾸준히 공을 보고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다면 현재 수준보다 더 좋은 최종 성적도 기대할 수 있다. 추신수에 이은 한국인 선수 역사상 두 번째 20홈런-20도루 클럽 가입까지도 홈런 5개 만이 남아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