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얼굴 드러내 달라” 주문한 그 책

신준봉 2023. 8. 19.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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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준 평전
이청준 평전
이윤옥 지음
문학과지성사

문학작품을 통해 지금의 우리, 공통의 꿈과 현실을 알아보려는 진지한 독자에게 이청준(1939~2008)은 우회하기 어려운 존재다. 그의 소설은 여전히 의미심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의 세계가 너무나 방대하다는 점인데, 그렇기 때문에 그의 일부를 전체라고 여기기 십상이다.

15주기에 맞춰 출간된 그의 평전은 허약한 이청준 감상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문학평론가이자 ‘청사모(청준을 사랑하는 사람 모임)’ 회원이었던 저자가 20년 가까이 이청준의 모든 소설은 물론 육필 초고와 메모, 일기와 편지를 분석해 썼다고 한다.

생전 이청준은 자기가 죽은 다음 평전 작업을 뜻밖에도 저자에게 맡기며 이청준다운 묘한 주문을 했다고 한다. 소설가는 교묘하게 자기합리화를 하는 존재인데, 그런 합리화로 가려진 이청준 자신의 맨얼굴을 드러내 보라는 얘기였다. 이 숙제에 대한 최종 판관은 이청준일 것이다. 일반 독자에게는, 이청준 깊이 읽기에 모자람 없는 책이다. 시시콜콜한 전기적 사실은 물론 작품과의 상관관계, 이청준 소설의 핵심 주제들이 망라돼 있다. 부끄러움, 복수심 같은 것들 말이다. ‘알리바이 문학’에 맞선 ‘징후로서의 소설’론은 새삼스럽다. (182~185쪽)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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