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롬기술, 반년 새 150배 폭등 후 거품 빠져 급락 '원위치'
에코프로 통해 본 급등주 역사
실제로 개인 투자자, 이른바 ‘개미’들의 사랑이 꾸준하다. 에코프로 소액주주는 지난해 말 10만9619명에서 올해 상반기 말 25만4687명으로 크게 늘었다. 에코프로의 소액주주 지분율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72.2%에 달한다. 그런데 이 같은 급등주는 1996년 출범한 코스닥 시장에서 꾸준히 등장해 개미들을 웃기거나 울렸다. 코스닥은 코스피보다 시가총액 대비 거래액이 많아 주가 변동성이 큰 편이다. 2018년 코스피로 이전상장하기 전까지 코스닥 시가총액 1위였던 셀트리온이 급등주로 혜성처럼 나타나서 지금까지 잘 풀린 대표적 사례다. 이와 달리 왕년의 급등주 명성을 끝내 되찾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2000억원대의 직원 횡령 사건과 경영권 분쟁 등에 휘말린 끝에 14일 상장폐지된 오스템임플란트가 대표적이다.
신풍제약, 경영진 비리까지 겹쳐 추락
이 같은 급등주는 단기간에 얼마나 올랐을까. 혹은 이후 얼마나 떨어졌을까. 코스닥에선 단기 과열 뒤 급락이 찾아온 경우가 역사적으로 훨씬 많았다. 다만, 이 또한 일시 급락일 뿐 기업의 실적과 성장성이 꾸준하게 뒷받침되면서 재반등해 우상향하는 경우도 적잖다. 지금껏 코스닥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주가 변동을 겪은 종목은 새롬기술(현 솔본)이다. 새롬기술은 정보기술(IT) 관련주 투자 광풍이 불던 ‘닷컴 버블’ 무렵인 1999년 8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당시 이 회사 공모가는 2300원이었지만, 상장 이후 주가가 연일 무섭게 오르면서 2000년 3월 초엔 28만원을 돌파했다. 불과 반년여 사이에 주가가 150배 급등하면서 역대 국내 증시 최단 기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새롬기술의 주가는 오래가지 못했다. 닷컴 버블 붕괴로 2000년 말부터 곤두박질치더니 5000원대로 회귀했다. 이후 2004년 새롬기술은 솔본으로 사명(社名)을 바꿨고, 약 20년간 부침을 거듭한 끝에 현재 주가는 2000년 말보다도 낮은 4000원대를 기록 중이다. 주가 급등 당시 새롬기술은 다이얼패드를 개발해 인터넷 무료 전화를 출시, 기업의 성장성을 돋보이게 했다. 당시만 해도 국제 전화는 통화료가 매우 비쌌는데, 이를 무료로 쓰게 한다는 게 시장을 기대감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키웠다.
요즘 증시에서 눈길을 끄는 또 다른 종목은 초전도체 관련주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초전도체 테마주는 실적 등 실체 없이 기대감만으로 급등했다”며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면서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초전도체 테마주 중 가장 인기를 모으고 있는 종목이 서남이다. 이 회사는 모터와 발전기용 고온 초전도 선재 제조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국내 초전도체 관련 기술은 최근 화제를 모았다고는 해도 검증이 덜 된, 그야말로 걸음마 단계라 리스크가 크다. 서남은 14일 최대주주가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에서 문승현 대표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기존 최대주주인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가 보유 지분 전량을 장내 매각한 데 따른 결과다. 통상 증시에선 최대주주의 지분 매도를 대형 악재로 해석, 주가가 꺾이는 경우가 많다. 회사 사정에 가장 밝은 최대주주가 지분 매도 시점을 주가의 고점으로 봤다는 해석 하에 다른 주주들이 매각에 나설 공산이 커서다. 다만 앞으로 초전도체 분야에서 획기적인 추가 업적이 나오면서 주가가 더욱 오를 경우의 수를 전혀 배제할 순 없다.
그렇지만 통상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급등했다가, 기술력 등의 뒷받침이 기대에 못 미친 경우엔 주가 급락도 필연적이었다. 2016년 코스닥에 상장한 신라젠은 간암 치료제 ‘펙사벡’이 큰 기대를 모으면서 2017년 주가가 10배가량 급등했다. 그러나 이후 펙사벡의 글로벌 임상 3상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주가도 급락, 현재는 고점 대비 약 28분의 1토막이 난 상태다. 그사이 경영진의 배임과 횡령 등 혐의로 한때 상장폐지될 위기에도 처했다. 다른 사례도 있다. 신풍제약은 코로나19 팬데믹 전후 커다란 증시 변동성과 맞물려 신라젠보다 좀 더 다이내믹한 주가 변동을 겪은 종목이다. 2019년 12월 7000원대였던 신풍제약 주가는 2020년 21만원대까지 치솟았다. 지금은 1만~2만원대 수준이다.
실적보다 단발성 이슈만 봐선 안 돼
신풍제약은 2020년 3월 코로나19 치료제로 기존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가 효과가 있다고 발표, 개미들의 발걸음을 모았다. 하지만 회사 측의 자신감과는 달리, 경증과 중등증의 코로나19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 2상에서 위약 투여군과 비교해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데이터를 얻는 데 실패했다. 이후 2021년 경영진의 비자금 조성 혐의까지 나오면서 기업 이미지도 주가만큼 추락했다. 올해 현재 여전히 피라맥스로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인 가운데 글로벌 임상 3상 결과가 곧 나올 전망이라 시장의 기대감은 아직 남아 있다. 임상 3상 결과와 함께 팬데믹 재확산의 정도에 따라 주가도 오르내릴 전망이다.
이외에 기술력으로는 여전히 호평을 받지만 시대 상황이 바뀌면서 급등주에서 급락주로 전락한 종목도 있다.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출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던 씨젠이다. 2020년 팬데믹 직전 1만~2만원대였던 씨젠 주가는 팬데믹에 따른 진단키트 수요 폭발과 함께 급등, 2020년 8월 한때 16만원대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팬데믹이 예상보다 오래가지 않으면서 시장의 관심도 자연스레 줄어, 주가가 완만하게 우하향하고 있다. 현재 씨젠 주가는 2만원대로 팬데믹 직전과 비슷하다. 진단키트를 여전히 잘 만들고는 있지만 팬데믹이라는 특수 상황이 끝나면서 성장 모멘텀을 잃은 때문이다. 경우는 다르지만 신풍제약처럼 팬데믹 재확산의 정도에 따라 주가가 소폭 반등할 가능성은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각기 다른 경우임을 충분히 고려하더라도, 개미들이 급등주에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투자는 가급적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업의 실적이나 업황보다 단발성 이슈만 보고 투자한다면 불확실성도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강재현 SK증권 연구원은 “테마주 투자는 극심한 변동성을 고려해서 최대한 신중히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측이 꼭 들어맞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주가수익비율(PER) 같은 기본 지표를 잘 들여다볼 필요도 있다. PER은 특정 주식의 주당 시가를 주당 이익으로 나눈 수치다. PER이 높다는 건 현재 주가에 비해 기업이 창출하는 이익이 적다는 의미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PER이 낮을수록 주식이 저평가돼 투자 가치가 높은 것으로, 높을수록 주식이 고평가돼 투자 가치가 낮은 것으로 해석된다. PER처럼 낮을수록 좋은 지표인 주가순자산비율(PBR)도 있다. 다만 이들 지표는 업종이나 주가 급등락 시점 등에 따라 부정확할 수 있다는 것 역시 고려해야 한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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