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공약 문건 ‘짧지만 강력’…결속 강화 의지 드러낸 정상들 [한·미·일 정상회의]

이현미 2023. 8. 19. 05: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3자 협의 공약’ 어떻게 실현되나
정상 또는 정부간 핫라인 설치
印太 역내 문제로 중국 겨냥한
범지역안보협의체 성격 드러내
강제적 성격 없다고 밝혔지만
안보협력 방향성 구체화 시켜

한·미·일 정상은 18일(현지시간) 정상회의에서 군사안보뿐 아니라 경제, 사이버, 인공지능(AI) 등 3국 핵심 이익을 총망라한 분야에서 세 나라 중 한 곳이 위협을 받으면 공동 협의에 나서기로 합의하며 3국 공조를 ‘준동맹’ 수준으로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3국 당국자들은 ‘의무’ 규정이 아니라 ‘약속’이라며 강제적 성격이 없다고 밝혔지만 해당 내용에 대한 별도의 문서를 채택하며 3국 안보협력의 방향성을 구체화했다. 또 3국의 협의 대상을 규정할 때 자유·평화·번영을 위한 인도태평양 역내 문제라는 대외 전략적 개념을 동원하며 중국을 겨냥한 범지역안보협의체로서의 성격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를 마친 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공동기자회견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현지 브리핑에서 3국 정상이 채택한 ‘3자 협의에 대한 공약’(Commitment to Consult)’과 관련해 “역내외 협의 강화를 위한 정치적 약속, 공약 문건”이라며 “이는 역내의 공동 위협과 도전에 대해 각국이 긴밀히 소통하면서 적시에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문건은 한·미·일 정상의 공동성명인 ‘데이비드캠프 정신’에 언급된 일부 문구를 별도 문건으로 발췌한 것으로 3국의 강력한 공조 의지가 담긴 것으로 평가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3자 협의에 대한 공약 문건은 반 페이지 분량도 안 되는 짧은 내용으로, 이를 별도로 떼어서 문건으로 도출한 이유는 한·미·일이 앞으로 긴밀하게, 적극적으로 논의하면서 필요한 (대응을)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보도자료에서 “역내 공동의 안보와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 발생할 경우 3국이 신속히 협의해 나가고, 이를 위해 3자 간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는 정치적 의지를 최고위급에서 공약한 것”이라며 “향후 한·미·일 협력이 더욱 안정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강력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3국은 협의 공약 이행을 위한 세부 사항 협의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새 문건이 기존의 한·미, 미·일 동맹의 조약을 침해하거나 방해하지 않는다”며 “어떠한 새로운 국제법적 의무도 부과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에게는 위협이 아니라고 판단하면 정보 공유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각국 당국자들도 “의무(Duty)가 아닌 약속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미·일이 이에 대한 별도의 문건을 채택하고, 군사안보뿐 아니라 경제, 사이버 등 핵심 분야를 총망라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에 합의했던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 등 북한의 위협에 대한 공조뿐만 아니라 남중국해, 대만해협 등의 문제도 공동대응하는 형태로 나아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가 심화된 인태 지역에서 3국의 결속력을 강화하려는 의지가 반영돼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역내외 공동 위협에 대한 3국의 즉각적인 협의 부분에서) 역내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인태지역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역내의 국제 규범, 국제법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일방적인 현상변경 시도를 하거나 무력을 동반하는 행위, 경제적 강압 행위 등 모든 종류의 추상적인 구체적 위협 요인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3국 협의 약속 이행을 위해 한·미·일 정상 또는 정부 간에 핫라인도 설치된다. 협의 과정은 크게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3국의 즉각적인 정보 공유 △정상·정부 간 메시지 조율 △공동 대응의 단계를 거친다고 미 당국자가 설명했다. 위기 대응의 모든 단계에서 한·미·일이 공동보조를 맞추는 것으로 3국 공동의 새 안보협력체가 창설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커트 캠벨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은 “이(협의 약속)는 미국이 일본, 그리고 한국 사이에 유지하고 있는 굳건한 양자동맹 토대 위에 세워졌다”며 “더 깊은 협력 관계를 형성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단계”라고 말했다. 다만 회원국이 공격받으면 다른 회원국이 자동 개입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집단안보체계는 아니다. 한·미·일 협의 약속은 자동개입 조항이 없다.
한·미·일 초밀착 한·미·일 정상회의가 18일(현지시간)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7일 백악관을 나서고 있다(왼쪽 사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같은 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도쿄 하네다 국제공항에서 비행기에 탑승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AP연합뉴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은 의무화를 바랐겠지만 국가별로 안보 위협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수준에서 어떤 논의를 진행할지에 대해 상당히 자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며 “3국 군사동맹으로 나아갈 수는 없지만 대만 문제나 인태지역에서 군사적인 분쟁이 생겼을 때 함께 대응한다는 최소한의 합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캠프데이비드=이현미 기자, 워싱턴=박영준 특파원,구현모 기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