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역내에 안보 위협 발생하면, 협의 통해 공동 대응” 약속
한·미·일 3국 정상이 18일(현지 시각)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정상 회의에서 역내(域內) 안보 위협 발생 시 3국이 협의를 통해 공동 대응을 모색한다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3자 협의에 대한 공약’을 문서로 채택했다. 3국 안보 협력 범위를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넓힌 것이다. 3국 정상은 특히 최근 남중국해에서 발생한 필리핀 해경선에 대한 중국 해경의 물대포 발사 문제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군사적 팽창을 3국이 공동의 위협으로 인식하고 함께 견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간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중심으로 한미, 미일 군사 동맹 체제로 작동해온 3국 안보 협력이 포괄적 지역 다자 안보 협력체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정상회의 후 3국의 지속력 있는 협력을 위한 지침과 비전, 이행 방안을 문서화한 이른바 ‘캠프 데이비드 원칙’과 ‘캠프 데이비드 정신’, 그리고 ‘3자 협의 공약(이하 ‘공약’)’ 등 문서 3건을 발표했다. 미국은 그간 한일 관계 개선을 바탕으로 한 3국 간 역내 방위 책임을 명문화하기 위해 공을 들여왔다. 이에 한국 정부는 신중을 기하면서도 북한과 중국, 러시아 밀착에 따른 안보 위협에 맞서기 위해 한·미·일 공조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3국 정상은 이날 남중국해에서 최근 발생한 중국·필리핀 간 충돌과 관련해 각국이 대외적으로 표명한 입장을 거듭 언급하면서 인도·태평양 수역에서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에 반대한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지난 5일 중국 해안경비정이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군용 물자 보급선을 향해 물대포를 쏜 행위 등을 겨냥한 것이다.
3국 정상은 ‘원칙’ 문서에서 “인도·태평양 국가로서 국제법, 공동 규범·가치에 대한 존중”을 언급하며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면서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3국은 이러한 원칙이 “우리가 함께할 새로운 장의 시작”이라면서 “3국이 하나가 될 때 더 강하며, 인도·태평양 지역이 더 강하다는 것을 인식한다”고 했다. 역내에서 국제법에 근거한 항행(航行), 상공 비행의 자유 등 국제 질서 수호를 위해 3국이 협력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패권 팽창에 한·미·일이 공동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다만 “새로운 (‘공약’) 문건은 기존의 한미 동맹이나 미일 동맹 조약을 침해하거나 방해하지 않고 새로운 국제법적 의무도 부과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 나라가 침략당할 경우 의무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군사 동맹체나 집단 방위체는 아니란 뜻이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3국 협력을 통해 윈윈 효과가 분명히 나올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에 만든 협력체”라며 “협력체가 몇 년 진행되다가 특정 나라가 나오지 않는다면 그 나라의 행동을 주목하고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 국제사회가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3국은 이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 이행과 대(對)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 감소, 우크라이나 지원·재건을 위한 협력도 지속하기로 했다.
3국 정상은 이날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맞선 공동 대응 능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기로 하고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 체계를 연내에 가동하기로 했다. 또 한·미·일 방어 훈련을 연례화하고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 감시도 강화하기로 했다. 북한이 암호 화폐 탈취와 금융 분야 해킹 등을 통해 핵·미사일 개발 자금을 마련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3국 정상이 ‘한반도 자유통일’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에 뜻을 같이한 것도 주목된다. 이 같은 사안이 3국 정상회의에서 공식 논의된 것은 처음이다. 이번 정상회의 의제가 결정되는 데는 자유, 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중시해온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이번에 ‘한반도 자유통일’이 언급되는 것과 관련 “통일을 하더라도 어떻게 하는지가 중요하다는 데 3국 간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했다.
3국 정상이 군사훈련 정례화에 합의한 것은 그간 부정기적으로 해온 미사일 방어 훈련, 대(對)잠수함 훈련 등을 체계적으로 정립해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 대한 방위 태세 능력과 확장억제(핵우산)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한·미·일 정상은 이번 회의에서 3국 방어 훈련을 최소 연 1회 등 정례화하는 방침에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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