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바이든이 보낸 ‘전용 헬기’ 타고 도착… 30분 뒤 기시다도 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18일(현지 시각) 오전 워싱턴DC의 포트 맥네어에서 미 대통령이 이용하는 해병대 헬리콥터에 탑승해 약 100㎞ 떨어진 미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로 이동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30분쯤 후 같은 방식으로 캠프 데이비드에 합류했다. 사상 처음으로 개최되는 한·미·일 별도 정상회담을 위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본인의 전용 헬기를 특별히 제공한 것이다. 두 정상은 헬리콥터에서 내려 곁에 대기하고 있던 골프 카트를 타고 회의 장소로 이동했다. 이날 정상회담은 한·미, 미·일, 한·미·일, 한·일 순으로 진행됐다. 회의에 앞서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캠프 데이비드 숲길을 산책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날 윤 대통령은 넥타이를 매지 않은 채 셔츠와 재킷만 입은 편안한 모습이었고, 기시다 총리도 넥타이를 매지 않고 스포츠 재킷을 입고 있었다. 통상 정상회의에서 정상이 입는 복장은 사전에 외교 채널의 소통을 통해 참가국들이 합의한다. 이번에는 미국 대통령이 특별히 가까운 한·일 정상을 자신의 별장으로 초대했다는 의미를 살리기 위해 ‘노타이’를 선택한 것이다.
앞서 바이든은 17일 오후 캠프 데이비드로 이동해 미리 1박을 하며 참모들과 한·미·일 회의를 준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외국 정상을 캠프 데이비드에 초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백악관은 “그만큼 한국 및 일본과의 관계를 중요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바이든 정부 들어 대부분의 정상회의는 백악관에서 열려 왔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캠프 데이비드는 종종 새로 구축하거나 어렵게 얻은 우정을 보여주는 장소로 사용돼 왔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CNN은 “조용하고 숲이 우거진 휴양지에서의 3국 모임은 바이든의 핵심 공약인 ‘동맹의 복원’을 강조함과 동시에 ‘화해, 우정 그리고 새로운 시작’이라는 이미지와 상징성을 세계에 전달했다”고 했다.
세 정상의 첫 만남 장소는 캠프 데이비드의 주(主) 연회장 격인 숲속의 로럴 로지(Laurel lodge), 오찬장은 언덕 꼭대기에 있는 가족적 분위기의 애스펀 로지(Aspen lodge)에 마련됐다. ‘로럴’과 ‘애스펀’은 각각 월계수, 사시나무란 뜻이다. 두 건물 모두 숲속에 있는 호젓한 별장 같은 분위기다. 로럴 로지는 연회장과 함께 회의장 3개, 별도의 미 대통령 집무실을 갖춘 곳이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 시절인 1972년, 기존에 있던 작은 오두막을 증축해 지었다. 기존의 오두막이 지금의 대통령 집무실로 쓰인다. 로럴 로지에서 약 400m 떨어진 애스펀 로지는 대통령이 사용하는 숙소로 주방·거실·침실·욕실·벽난로 등이 있다. 큰 창을 통해 숲의 전경이 보이고 주변엔 연못이 있다.
편안한 분위기의 비공식 자유 토론을 뜻하는 ‘리트리트(retreat)’ 형식의 이번 회의에 통역 등 최소한의 인원만 배석한 만큼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장소가 마련됐다. 리트리트는 각국 정상들이 격의 없는 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국제회의에서 마련되는 프로그램이다. 3국 정상회의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장도 숲을 배경으로 하는 야외 공간에 마련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17일 윤 대통령의 워싱턴 숙소에 부친상을 애도하는 조화(弔花)를 보냈다. 조화엔 바이든 부부의 성을 빼고 이름만 표기한 ‘질(Jill), 조(Joe)’라는 서명이 담겼다. 바이든은 아울러 조전(弔電)을 통해 “부친의 별세를 애도하며 고인의 평안한 안식을 빈다”고 전했다. 바이든과 윤 대통령은 회의에 앞서 전화 통화를 했고 바이든은 “윤 대통령님 부친 별세에 마음이 너무 아프다. 대통령님과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를 드린다”고 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님과 영부인님이 염려해주신 덕분에 아버지를 편안하게 잘 모셨다. 감사하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아울러 “(최근 큰 피해가 난) 하와이 마우이 산불을 서울에서부터 많이 걱정했다. 잘 극복하실 수 있도록 한국은 모든 일을 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관대한 마음에 감사드린다. 윤 대통령은 불굴의 용기를 가진 분, 제 좋은 친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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