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질서 70년만의 대격변… 한일 관계, 한국이 주도권 쥐어”

박수찬 기자 2023. 8. 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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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정상회의] 전문가가 본 ‘3국 정상회의’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에 입장하고 있다./연합뉴스

18일(현지 시각)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 대해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미·일 동맹(1951년), 한미 동맹(1953년)이라는 현재 동북아 안보 체제 탄생 이후 70년 만에 등장한 가장 큰 변화라고 평가했다. 세계 경제의 32%를 차지하는 3국 정상이 매년 만나 군사, 외교부터 반도체 공급까지 논의하는 강력한 경제·안보 블록이 탄생했다는 의미도 있다. 북핵 등 공동 위협에 직면해 있고, 안보와 경제에선 서로 의존하면서도 전쟁, 식민 지배 역사 등으로 복잡했던 3국 관계가 새로운 역사적 단계에 들어섰다.

그래픽=김현국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다자 회의가 아니라 한·미·일 정상이 별도로 모여서 회의를 하는 것 자체가 처음으로, 그 의미가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3국의 결속 없인 한국의 대북 정책도, 미국의 아시아 정책도 성공하기 어렵다”며 “절박한 필요성에도 한·미·일 협력은 각국 국내 정치 때문에 이뤄지지 못했는데 수십 년 만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기회가 온 것”이라고 했다. 위성락 전 러시아 대사는 “미국이 수십 년간 추구해온 한·미·일 공조를 체계화한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못지않은 외교적 전환점”이라고 했다. 3국 협력의 ‘약한 고리’였던 한·일 관계를 한국이 주도권을 가지고 풀어냄으로써 미국 정계에서 한국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고, 한국의 국제적 지위가 높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래픽=백형선

전문가들은 특히 3국 정상이 연 1회 만나기로 한 것에 대해 “3국 정상의 강한 의지로 관계가 제도화되면서 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냉전 시기 ‘자유 진영 대 공산 진영’이라는 구도와 미국의 조정 속에 유지돼 왔던 한·미·일 관계는 냉전 해체 이후 각국 정부의 성향과 한·일 간 역사 문제로 부침을 겪어 왔다. 미국은 2000년대 들어 3국 차관보급 대북(對北) 정책 조정 회의, 국방 차관보급 연례 안보회의를 열었지만 큰 진전을 보지 못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기존 협의체들은 의제가 한정되고 운영도 불안정했다면 앞으론 이를 고위급으로 격상해 안정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한·일 관계가 일시적으로 나쁠 때도 3국 회담이라는 틀에서 만날 수가 있고, 트럼프 대통령처럼 자국 중심적인 지도자가 다시 등장하더라도 제도화된 동맹국과 만남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미·일 협력의 범위가 대북 공조 등 로컬(지역) 이슈에서 글로벌 차원으로 확대된 것도 주목된다”고 했다. 다만 3국 협력 의제가 반도체, 인공지능 등 첨단 산업 분야로 확대되면서 경제 안보와 관련된 미국의 요구가 늘어나거나 각론에서 각국의 입장 차가 생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캠프 데이비드 회담이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북한·중국·러시아에 대해서 분명한 경고 메시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미·일 3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공동 위협에 대해 즉각 협의를 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 한국 해상 운송량의 30% 이상이 통과하는 대만해협 위기 등이 예로 거론된다. 위성락 전 대사는 “한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모두에 대한 공격으로 보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수준은 아니지만 외부 위협을 3국이 공동 인식하고 논의한다는 것은 자체가 (회담의)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했다.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오커스(AUKUS·호주 영국 미국) 등 미국의 다른 인도·태평양 협력 체계와 비교해도 한·미·일 협의체의 중요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쿼드는 러시아 제재 국면에서 인도가 비협조하면서 해양 감시 역할에 머물고 있고, 오커스는 호주에 대한 핵잠수함 기술 제공 이후엔 정보 공유 역할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김현욱 교수는 “캠프 데이비드 회담 이후 가동되는 한·미·일 채널은 향후 아태 지역에서 미국이 원하는 군사 안보 소·다자 협력의 핵심 축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우리의 안보 정책이 상대방의 경쟁적 대응을 불러일으키는 ‘안보의 딜레마’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성락 전 대사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강화된 북·중·러의 군사 협력이 더 가속화될 것”이라며 “외교·군사를 섞어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러시아와 세(勢)를 이뤄 묵직하게 밀고 들어올 중국의 공동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에서 연말 한·중·일 정상회의가 추진 중이고, 일본은 올 하반기 중국 고위급과의 접촉을 확대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우리 역시 정교한 대(對)중국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블룸버그통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확장 억제(핵우산)와 관련해 한·미·일 간 별도의 협의에도 열려 있는 입장”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이번 회담의 의제가 아니라고 했고, 한·미·일 협력 강화가 일본과의 군사동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최은미 연구위원은 “한·일 안보협력 긴밀화에 대해선 국민적 우려도 있는 만큼 국민들에게 자세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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