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위기에 3국 협의” 문구, 미국은 “의무”라는데 한국은 “아니다”

유정인 기자 2023. 8. 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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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다룬 ‘3자 협의에 대한 공약’
미국, 중국 견제 위해 구속력 강조
한·일 군사동맹 부정적인 여론에
북·중·러와 긴장감 고조 등 ‘부담’

한·미·일 3국이 18일(현지시간)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을 계기로 발표한 3개 문서 중 가장 늦게까지 조율이 이뤄진 건 ‘3자 협의에 대한 공약’(Commitment to Consult)이다. 3국 협력 원칙, 공동성명 문건과 별개로 3국의 안보상 위협에 대한 협의를 따로 담아 강조했다. 미국 측은 이 약속의 의미를 ‘의무’로 설명한 반면 한국 측은 각국의 판단에 따른다고 해 온도차를 보였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17일 미국 워싱턴에서 연 브리핑에서 “3국 정상은 한·미·일 협의 강화에 대한 정치적 공약을 담은 별도 문서를 채택했다”며 “역내의 공동 위협과 도전에 대해 각국이 긴밀히 소통하면서 적시에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라고 했다.

문건은 이번 공동언론발표문 중 역내외 공동 위협에 대한 3국의 즉각적인 협의와 공조 방안을 따로 떼어낸 형태라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설명했다. 한·미·일 간 긴밀하고 적극적인 논의를 강조하기 위해 별도 문건으로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역내 공동의 안보와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 발생할 경우, 3국이 신속 협의하고 이를 위해 3자 간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는 정치적 의지를 최고위급에서 공약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측도 같은 날 사전 브리핑에서 이 문건 채택을 공개하고 의미를 설명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문건과 관련해 “한·미·일 3국 정상은 위기 상황, 또는 어느 한 국가의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 대해 협의할 의무(duty to consult)가 있다고 서약(pledge)할 것”이라며 협의를 의무 사항으로 설명했다. 역내 안보 사항에 대한 협의를 ‘의무’로 두는 것은 협의체 성격을 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미국 측도 “정식 동맹이나 냉전 초기 안보 조약과 같은 집단방위 협정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한 나라의 위협 사안에 ‘협의할 의무’를 나눠질 경우 사실상 ‘준군사동맹’처럼 가동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실은 “(문건에) 의무는 없다”며 미국 측의 이 같은 설명에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한 나라가 ‘우리한테는 위협이 아니니 세 나라 간 정보 공유를 하지 않겠다’고 하면 나오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며 “세 나라가 동시에 ‘이는 중요한 안보위기다’라고 할 때 (3국 간) 정보 공유와 메시지 조율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설명이 엇갈린 데는 3국 안보협의체의 ‘지위’에 대한 한·미 간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안보협의체의 구속력이 강할수록 이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주요 축으로 세우는 미국의 인·태 전략에 도움이 된다. 반면 한국에선 한·일관계가 군사적 동맹으로까지 가는 데 대한 비토 정서가 강하다. 게다가 북한 문제, 중·러와의 지정학적 관계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협의 의무화’를 명시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의무라는 표현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한 나라의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 대해 협의한다고 약속한 것은 3국 안보협력이 실질적인 ‘동맹급’으로 기능하게 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이 조항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헌장 4조를 연상시킨다. 나토 헌장 4조는 한 나라의 “안보가 위협받을 때 함께 협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토는 이 조항 바로 뒤에 한 나라가 공격받으면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집단안보 조항을 배치하고 있다.

워싱턴 |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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