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도 지금처럼`…한미일 정상, 3각 공조 제도화하는 `원칙·정신·공약` 도출
한미일 정상이 18일(현지시간)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첫 한미일 단독 정상회의에서 3국 간의 협력관계에 지속가능성을 부여하는 '캠프 데이비드 원칙'과 '캠프 데이비드 정신', '3자 협의에 대한 공약' 등 3가지 합의를 도출했다.
3국은 앞으로 정상뿐 아니라 외교·국방·경제·재무 관련 고위급들이 참여하는 '한미일 협의체'를 출범시키고 연 1회 이상 정례화하기로 했다. 한미일 3국이 공동의 이익과 안보를 추구하는 안정적이고 강력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성과는?=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오전 11시24분 미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만나 '캠프 데이비드'라고 적힌 팻말 앞에서 함께 기념 촬영을 한 뒤 오전 11시 30분부터 1시간 5분간 정상회의를 가졌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어네서 "자유가 위협받거나 훼손되지 않도록 한미일 3국은 단단하게 결속해야 한다"며 "이는 미래 세대를 위한 약속이자 책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또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자유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쟁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며 "한미일 공조를 더 강화하기 위해 이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굳건히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지역안보를 위협하는 도전과제에 대해 3국간 협력 의지를 확고하게 다져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윤 대통령은 또 한미일 정상이 처음으로 단독 회담을 하는 것에 "현대 외교사에서 상징성이 큰 캠프데이비드에서 3국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된 것을 뜻깊게 생각한다"고 평가하며 "오늘은 3국 협력의 제도적 기반과 추진 의지를 확고히 한 역사적인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짚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번 회의는 내가 처음으로 캠프데이비드에서 연 정상회의일 뿐만 아니라 첫 한미일 단독 정상회의"라며 "우리 삼국 관계의 새로운 장을 기념하는 데 캠프데이비드에서 함께하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은 없을 것"이라고 표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통령 시절을 돌이키면 우리 민주주의 국가 간의 유대 강화는 내게 오랜 우선순위였다"며 "우리는 강하고, 세계는 안전하다. 함께함으로써 우리는 더욱 강하고, 세계는 더 안전하다. 이는 우리 삼국 모두가 공유하는 믿음"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일 정상회의를 이끈 한일관계 개선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했다. 특히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당신들을 이 자리에 이끈 정치적 용기에 감사한다"고 했다.
기시다 총리는 대북 안보 협력과 신흥기술·공급망 등 경제협력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기시다 총리는 모두발언에서 "북한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 협력을 더욱 강화하면서, 중요한 신흥기술 협력 공급망의 공고화를 포함한 경제·안보 등 폭넓은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해나가고자 한다"고 피력했다. 기시다 총리 역시 "한미일 전략적 공조의 잠재력을 개화시키기 위해 한미동맹과 미일동맹 간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한미일의 안보협력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고자 한다"며 "오늘 우리 3명이 한미일 파트너십의 새로운 시대를 선언하기 위해 흉금을 털어놓고 논의를 할 수 있게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기대감을 밝혔다.
이들 정상은 오찬에 이어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일 첫 단독 정상회의의 성과물인 '캠프 데이비드 원칙'(Camp David Principles)과 한미일 공동성명인 '캠프 데이비드 정신'(The Spirit of Camp David), '3자 협의에 대한 공약'( Commitment to Consult among Japan, the Republic of Korea, and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등을 발표했다.
◇한미일 협력 방향과 비전 담은 '캠프 데이비드 원칙'=한미일 3국 정상은 '캠프 데이비드 원칙'에서 한미일 파트너십 및 인도-태평양 지역 등을 아우르는 공동의 비전을 확인했다. 한미일은 인도-태평양 국가로서 국제법, 공동의 규범, 공동의 가치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계속해서 증진해 나간다는 토대를 쌓은 것이다. 특히 3국 정상은 힘에 의한 또는 강압에 의한 그 어떠한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도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중국의 대만해협 위협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에 반대한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3국 정상은 구체적으로 "우리는 국제 사회의 안보와 번영에 필수 요소로서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재확인한다. 대만에 대한 우리의 기본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인식하며,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한다"고 표현했다.
원칙에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결의도 담겼다. 북한과의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방침과 함께 납북자, 억류자 및 미송환 국군포로 문제를 즉각적으로 해결하고 북한 인권 및 인도적 사안 해결을 추진하기로 했다. 핵비확산조약 당사국으로서 비확산 공약을 지키겠다는 서약도 포함됐다. 사실상 한국 내 여권 등이 제기했던 자체 핵무장 주장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3국 정상은 이와 함께 질서 있는 금융시장 촉진, 개방적이고 공정한 경제 관행, 핵심·신흥기술의 개발·이용 및 이전에 필요한 표준 관행과 규범 모색, 기후변화 대응 협력, 여성 사회 참여 증진, 인권 등에 대한 공동의 원칙을 설정했다.
◇한미일 포괄적 협력 망라한 '캠프 데이비드 정신'=한미일 협력의 구체적인 실천방안과 실행계획을 담은 '캠프 데이비드 정신'은 한미일 공동의 이익과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적 도전, 도발, 위협이 발생할 경우 3국이 신속히 협의하고 소통하는 체계를 정비했다. 우선 한미일 정상회담을 연례적으로 개최하고, 외교장관, 국방장관, 국가안보보좌관, 상무·산업 장관 등이 참여하는 고위급 협의회를 연례 개최하기로 했다. 한미일 3국 재무장관회의도 새로이 출범한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공통 현안을 논의할 '3자 인도-태평양 대화'도 발족한다. 허위정보 대응 방안도 협의하고, 개발 정책 공조를 논의하는 3국간 개발정책대화를 10월 중 개최한다. 대만해협 충돌이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3국의 입장도 더 명확하게 밝혔다. 한미일 3국은 중국을 겨냥해 규칙 기반 국제질서에 부합하지 않는 행동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남중국해 내 중국의 불법 해상 영유권 주장에 대한 각국의 입장을 재확인하고, 인태 수역 내 힘에 의한 현상변경 시도를 반대한다는 3국의 공통된 의견도 제시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미사일 도발과 군사행동을 강력하게 규탄하고, 윤 대통령의 대북 정책인 '담대한 구상'에 대한 지지를 명시했다. 한미일 3국이 참여하는 훈련을 연 단위로 실시하고, 연말까지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를 시행, 한미일 간 증강된 탄도미사일 방어 협력을 추진한다는 내용도 추가됐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더욱 강화하고, 대러 에너지 의존도 축소를 가속화하기로 했다.
경제·기술 협력 분야에서는 반도체, 배터리 등 공급망 회복력, 기술안보 및 표준, 에너지 안보 등 경제안보·기술 협력 중점 추진, 공급망 조기경보시스템 시범사업 출범 준비, 혁신기술 보호 협력 확대, 국립연구소간 협력, 우주·AI 협력 증진, 금융시장 및 개발금융 협력 강화 등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공동의 이익·안보에 대한 위협에는 공동대응=한미일 정상이 이날 도출한 '3자 협의에 대한 공약'은 3국의 안보위기가 발생할 경우 3국이 함께 협의한다는 정치적 규율이다.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 사이버 위협, 해상 도발 등 역내외 안보 위협에 대해 이익과 직결된다고 판단될 때 정상들이 정보 교환, 메시지 조율, 공동 대응 방안 등을 협의할 수 있도록 했다. 강제조항이나 의무규정은 아니지만 3국 중 협의 요청이 있을 경우 정보 공유 및 대응 모색을 함께 한다는 선언적 조항이다.
이 때문에 한미일 3국이 사실상 안보동맹 수준의 협약을 맺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미·미일의 경우 동맹관계이지만 한일까지 동맹 수준의 협력을 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과 미일 정부 측은 동맹 개념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동맹이라고 하면 동맹체결자의 일방이 공격을 당했을 때 자동적으로 다른 일방이 참전을 하게 되는 관계를 의미하는데 한일 관계는 그런 동맹관계가 아니다"라며 "한미일 안보에 관한 협력 문제도 어디까지나 특정한 위협과 대상에 대해서 유기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고, 또 세 나라가 공히 자기나라의 안보 이익에 직결된 문제라고 합의할 때 협력을 하는 협력체"라고 설명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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