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중국 부동산 붕괴, 한국의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안전한가

지난 17일 오전, 중국 베이징시 차오양구에 있는 중룽(中融)신탁 본사. 정문 앞은 건장한 체격의 남성들과 경찰차로 인해 삼엄한 분위기였다. 자세히 보니 경찰차 안에는 공안 두 명이 앉아 있었는데, 이들은 길을 오가는 모든 행인들을 눈으로 쫓고 있었다. 중국 최대 민영자산관리 그룹인 중즈계(中植系) 산하 부동산 신탁회사인 이곳은 최근 투자 실패로 3500억위안(약 64조원)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주지 못했다. 자칫 시위가 벌어질 수도 있는 만큼 미리 보안을 강화한 것이다. 기자의 신원을 확인한 이들은 “취재할 수 없으니 돌아가라”며 막아섰다.
중국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다. 2021년 말 헝다(恒大)그룹을 시작으로 완다(萬達)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다롄완다상업관리집단, 비구이위안(碧桂園), 위안양(遠洋) 등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놓였다. 이들에게 돈을 댄 은행, 투자회사도 무사할 수 없다. 유동성 위기를 인정하고 부채 구조조정에 나선 중룽신탁이 이를 잘 보여준다. 중국 전체 부동산 기업의 부채 총액이 100조위안(약 1경8380조원)으로 추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판 리먼브러더스 사태’ 우려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중국 부동산 위기와 이로 인한 금융 불안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한국이 떠오른다. 먼저 두 나라 경제 모두 부동산을 핵심 축으로 성장해온 만큼 의존도가 높다. 무섭게 오르던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얼어붙었다는 점도 닮았다. 부동산 시장에 돈이 돌지 않으면서 건설사 등 관련 기업들의 유동성 위기가 시작됐고, 이에 폐업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비슷하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잔액이 1분기 기준 131조원 넘게 쌓여있는 등 부채 문제는 말할 것도 없다.
같은 위기에서 두 나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 먼저 한국은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을 막기 위해 세금, 대출, 청약 등의 규제를 잇달아 완화했다. 이렇게 수요를 가까스로 끌어올린 결과 부동산 분위기는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아파트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고 전월세 낙폭이 둔화하고 있다. 다만 가계부채 급증은 막을 수 없었다. 고금리 속에서도 7월 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이 역대 최대 규모인 1068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부동산 시장을 살리는 대가로 금융 시장의 잠재적 부실을 키운 셈이다.
반면 중국은 시장이 만족할 만한 부동산 부양책을 좀처럼 내놓지 않고 있다. 2008년 대규모 부양책을 썼다가 주택 가격이 급등하는 등 부작용에 시달린 뒤로 ‘신중 모드’를 유지한다는 해석이 있지만, 이참에 부동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제 구조를 뜯어고치려 한다는 시각도 있다. 같은 맥락에서 지금 부동산개발업체의 유동성 위기도 계획된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헝다부터 통제 가능한 수준에서 하나씩 처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터지기 직전까지 불어난 부동산 풍선의 바람이 조금씩 빠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대신 자칫 잘못하면 경제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을 감수해야 한다.
한국과 중국은 정치·경제 제도가 판이한 만큼 같은 위기라 해도 같은 정책을 쓰기는 어렵다. 누가 맞는지도 알 수 없다. 돈을 풀어서라도 일단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어야 하는지, 당장의 타격을 각오하고 부실을 정리하고 가야 하는지는 시간이 지나 봐야 답을 알 수 있다. 다만 불안한 것은, 현재 한국의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경제 성장을 통해 일궈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언제 하락해도 이상하지 않은 만큼 지금 우리의 선택이 나중에 폭탄으로 돌아오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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