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정상회의] "우린 하나 될 때 더 강해"…새 시대 열리나
中 이례적 직접 거명 압박…北 핵·미사일에다 사이버범죄 대응도 공고화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18일(현지시간) 개최된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는 3국 협력의 새 시대를 여는 출발점이자 동아시아 안보 지형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은 이번 회의를 통해 3국의 지속적인 공조를 위한 제도적 토대를 마련했다.
아울러 역내외 위협에 공동 대응한다는 '공약'을 채택함으로써 사실상 동맹에 가까운 협력 관계로 향하는 첫발을 뗐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미일 하나 될 때 더 강해"…3국 협력 핵심골격 완성
3국 정상은 '한미일 간 협의에 대한 공약'(Commitment to Consult) 결과 문서를 채택하고 '공동의 지역적 도전과 도발, 위협에 대한 대응 조율을 위한 신속한 협의'에 합의했다.
5개 문장에 불과한 문서이지만, 한미일 협력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미일이 그간 집중해 왔던 대북 공조를 넘어, 역내외 여러 위협에 즉각적으로 공동 대응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다.
미중 패권 대결이 갈수록 고조되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지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
한미일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3국 협력의 핵심 골격을 갖췄다.
'캠프 데이비드 정신'(Spirit of Camp David)으로 명명된 공동성명에서 정상뿐 아니라 외교장관, 국방장관, 상무·산업장관, 국가안보실장 협의를 매년 최소 1차례 이상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며 한미일 재무장관 회의도 출범시키기로 했다.
이같이 고위급 협의를 총망라해 연례화한 것은 한미일이 유일하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이는 가변적으로 진행돼온 한미일 협력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정권이 바뀌어도 3국 협력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틀을 구축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한미일은 이러한 틀을 '동맹'과 견주는 해석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안보를 중심으로 초밀착 하는 모습을 보였다.
3국 협력 지침을 담은 '캠프 데이비드 원칙'(Camp David Principles)에서 "무엇보다 우리는 대한민국, 미국, 일본이 하나가 될 때 더 강하며, 인도·태평양 지역이 더 강하다는 것을 인식한다"고 밝힌 점이 이를 보여준다.
한미일 협력체가 쿼드(QUAD, 미국·인도·일본·오스트레일리아)나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등 역내 미 주도의 다른 소다자 협력체보다 더 존재감을 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통령실은 이날 배포한 보도 참고자료에서 "이번 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3자 협력체는 인도·태평양 지역 내 소다자 협력체로서 뚜렷한 독립성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北 사이버범죄' 대응 공고화…中 직접 거명하며 압박
한미일은 이번 회의를 기점으로 대북 공조를 한층 공고화하기로 했다.
범정부 차원의 '북한 사이버 실무그룹' 출범을 통해 핵·미사일 개발 자금원으로 꼽히는 사이버 범죄에 대한 고삐를 한층 더 죄겠다는 데 동의했다.
북 도발 직후 이에 대응하는 차원의 훈련뿐만 아니라 연간 계획에 따라 '3자 군사훈련'을 강화하고,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 공유 시스템의 연내 가동에도 합의했다.
윤석열 정부가 집중적으로 제기해온 북한 인권 문제의 개선을 위해 한미일 고위급 차원의 협력 강화 의지를 표명한 것도 눈에 띈다.
3국 정상은 중국에 대해서도 직접적으로 거명하며 강한 어조로 압박했다.
공동성명에서 "우리는 역내 평화와 번영을 약화시키는 규칙 기반 국제질서에 부합하지 않는 행동에 대한 우려를 공유한다"며 곧바로 중국의 '불법적 해상 영유권 주장' 등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최근 미중이 고위급 대화를 본격 재개, 양국 간 정면충돌을 막기 위한 관리 국면으로 접어든 만큼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에서도 중국 관련 언급에 수위 조절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던 것과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출국 전인 지난 13일 기자들과 만나 "(결과 문서에) 중국을 직접적으로 명시해 한미일이 (중국을) 적대시한다든지 중국 때문에 이런 행동을 한다든지 표현은 들어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미일 인도·태평양 대화' 출범 및 연례화, '한미일 해양안보 협력 프레임워크 출범' 등 각종 합의 사항은 인태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것으로 읽힐 공산이 있다.
한미일은 이밖에 ▲ 공급망 ▲ 첨단기술 ▲ 국제표준 ▲ 금융 등 경제안보와 관련해 다방면에서 협력과 공조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데 합의했다.
작년 11월 프놈펜 성명을 토대로 출범한 한미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간 경제안보대화의 보다 내실 있는 운용을 꾀하겠다는 방침이다.
내년 초 '한미일 글로벌 리더십 청년 서밋' 한국 개최 등 청년과 여성을 중심으로 한 인적교류 강화에도 뜻을 모았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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